차가운 녹색 기지 Cold Green Base

송아리展 / SONGAHREE / 宋아리 / mixed media   2022_0817 ▶ 2022_0904 / 월요일 휴관

송아리_차가운 녹색 동물_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홀로그램 시트지_6×22×10cm(블록), 가변크기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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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리 홈페이지_www.ahreeso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퍼포먼스 「차가운 녹색 식물」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일요일 02:00pm / 30분 소요 송아리 작가와 서울시립미술관의 홈페이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사전예약하여 관람할 수 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입장마감_06:30pm / 월요일 휴관

SeMA 벙커 SeMA Bunker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76 (여의도동 2-11번지) 지하 B1 전시실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눈을 뜨기 힘든 새하얀 여름,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뜨거운 지상 아래 우리는 이곳 SeMA 벙커에서 차가운 바닷속 깊은 곳에 자리한 조각들과 마주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심해에는 높은 물의 압력과 가느다란 햇빛 한 줄기조차 들지 못하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생명 가득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 각자의 신체를 매개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만나 발생하는 '변이'를 탐구해 온 송아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심해 속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탐구하고 상상합니다. 전시장에 뿌리내린 8종의 「차가운 녹색 동물」은 작가의 조각적 상상으로 직조된 식물들입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은 작가에 의해 해수와 함께 채취된 뒤 벽돌 모양으로 얼려졌습니다. 얼음이 된 해수는 오로라처럼 청연하게 반짝이는 테이프에 단단히 가두어져 있었지만 이내 껍질만을 남기고 자취를 감춥니다. 속이 훤한 사각형의 거푸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흔적으로 오염되어 그리 투명하지 않습니다. 해수가 빠져나가며 남긴 부유물, 미생물, 소금 입자, 물의 자국과 같은 수많은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엉겨 붙은 실, 손톱, 먼지, 음식물 찌꺼기, 출처를 알 수 없는 털, 작은 벌레들이 거푸집에 숨어들어와 있습니다.

송아리_차가운 녹색 동물_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홀로그램 시트지_6×22×10cm(블록), 가변크기_2022

사실 식물들은 움직일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면서 강한 본능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차가운 녹색 식물』은 그러한 식물의 생명력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두 명의 퍼포머들은 해초와 같이 어두운 녹색빛을 띤 '입을 수 있는 조각'을 착용한 채 이 '녹색 식물'들을 모방합니다.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는 느리지만 역동적이며 숨을 죽이게 합니다. 심해로 변모한 전시장에서 퍼포머들은 '심해 식물의 신체'로 재구성되고 확장됩니다. 심지어는 다른 인공물과 연동되면서 합성과 대체를 거듭합니다. ● 우리가 떠올리지 못하는 어떤 생태나 조건, 또는 어느 세계나 시간에서도 변이는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태어난 존재들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형상으로 새롭게 빚어집니다. 작가는 여러 존재가 어떻게 신체의 껍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꿈꾸는 실체들과 관계를 맺는지에 집중합니다. 심해 속 '움직이는 조각'과 '조각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이하고 신비한 존재의 흔적을 관찰해 봅니다. 그들은 시간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수한 겹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여의도 지하에 자리한 『차가운 녹색 기지』를 방문하여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바닷속의 녹색 존재들을 만나보기를 기대합니다. ■ 송아리_정혜윤

송아리_차가운 녹색 동물_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홀로그램 시트지_6×22×10cm(블록), 가변크기_2022

천천히 서두르는 몸 ● 탁, 탁, 탁. 벙커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등 뒤로 경적 소리가 잦아든다. 빽빽한 도로 위의 차량들은 희미한 잔상으로 남는다. 아스팔트를 녹이는 8월의 햇볕은 지상에 붙들린다. 탁, 탁, 탁, 탁. 콧구멍으로 밀려 들어오는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깊이, 더 깊이 내려간다. 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푸르스름한 물결이 눈을 간질인다. 투명한 결정처럼 발광하는 수중 생물들이 보인다. 깊은 바닷속은 한여름에도 한겨울 같다. 빛은 거의 도달하지 못하고, 수면 위에서 통했던 자연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초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길어진다.

송아리_차가운 녹색 동물_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홀로그램 시트지_6×22×10cm(블록), 가변크기_2022

관성처럼 열리고 닫히던 감각 기관들은 수면 아래에서 불가피한 변형을 겪는다.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주변을 둘러보면 기이하게 뒤틀린 몸들이 이따금 튀어나온다. 어둠을 두른 듯한 얇은 막 안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린다. 부풀려졌다가 쪼그라드는 허파처럼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1초, 5초, 10초 후의 모습이 동일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단 한 순간도 같지 않다.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생을 이어가는 생명체들이 낯선 리듬을 자아낸다. 그들에게는 고유한 생체 시계가 있다. 나도 모르게 그 흐름에 동기화된다. ● 송아리 개인전 『차가운 녹색 기지』는 여의도 한복판에 심해의 세계를 펼쳐 놓는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일으키는 변이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송아리는, 이번 전시에서 SeMA 벙커 전체를 깊숙한 수중 환경으로 설정한 뒤, 이 조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는 낯선 개체들을 소개한다. 이 개체들은 언뜻 보면 지상의 식물을 닮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로이 만들어낸 가상의 생명체다.

송아리_차가운 녹색 동물_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홀로그램 시트지_6×22×10cm(블록), 가변크기_2022

전시장 곳곳에 돋아난 「차가운 녹색 동물」은 직육면체 얼음 조각에 테이프를 둘둘 감아 벽돌처럼 쌓아 올린 구조물이다. 그 표면은 밝은 녹색을 띠는가 하면 홀로그램처럼 빛이 산란되기도 한다. 해초나 산호처럼 생겼는데 무엇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아주 깊은 바다에 사는 생물에 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적으므로. 실제 바다의 경우라면 엄청난 수압을 이겨내야 제 모습을 유지할 텐데, 「차가운 녹색 동물」의 생존 비결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다만, 테이프로 감싸 둔 얼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녹을 것이고, 테이프는 껍데기처럼 그 형체를 유지할 것이다. 꽤 견고한 상태로 말이다. 이 신비로운 생물은 주위 온도에 따라 서서히 변성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동일성을 유지한 채 계속 살아간다. 관객은 이러한 변화 속의 통일성, 즉 어떤 생명체를 바로 그것이게 만드는 독특한 특질을 이 작품을 통해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때 생명체의 몸은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라, 주위의 흐름에 접속하며 시시각각 형태를 바꾸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생명의 형식은 특정 시점에 포착한 질서이자 균형이며, 언제나 다음 순간으로의 이행을 함축하고 있는 상태다. 몸 안팎에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면서 일시적으로 형성된 구조이며,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틀이다. 송아리는 이처럼 몸을 동적인 것으로 바라보며, "퍼포먼스적 조각으로서의 몸"이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설명한다. 여기서 그가 '퍼포먼스적'이라는 말로 강조하는 것은 시간성과 연결성이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존재가 그 세계의 맥락을 자신 안으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특정 방향으로 세계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러한 양 방향의 진행을 작품 안에 포함시킴으로써, 송아리의 조각-몸은 정지된 사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육화한 '퍼포먼스적 조각'이 된다.

송아리, 이민진_차가운 녹색 식물_퍼포먼스_00:30:00_2022
송아리, 이민진_차가운 녹색 식물_퍼포먼스_00:30:00_2022

「차가운 녹색 동물」이 심해에 사는 생물을 형상화한다면, 「차가운 녹색 식물」은 그러한 존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펼쳐 보인다. 이 작업은 전시 기간 중 주말에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로, 퍼포머는 수중 식물의 몸짓을 체화하고 그들의 생존 방식을 습득하면서 스스로 변이를 일으킨다. 특히 너무나 미세해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운동을 증폭하여 가시화한다. 이 작업에서 나타난 변이 개념은 송아리가 이전 작품 「I Am Your Host」에서 탐구한 바에서 한층 더 확장된 것이다. 숙주 개념을 전면에 드러낸 「I Am Your Host」는 외부로부터 감염되거나 다른 존재가 내 몸에 덧붙여지면서 발생하는 기이한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작 「차가운 녹색 식물」은 몸에 침투한 타자가 일방적으로 몸을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생명체의 움직임을 모방하면서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퍼포먼스는 고막을 건드리는 부드러운 진동,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높은 주파수의 울음, 꿀렁꿀렁 움직이며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섞인 채 30분간 지속된다. 이렇게 섬세하게 조율된 사운드를 통해 전시장 전체가 바닷속 생태계로 변모한다. 수중 식물로 변신한 퍼포머의 신체는 천천히, 그러나 충분히 서두르며 주위 환경에 반응한다. 이때 생존을 위한 감각은 매우 작은 단위까지 분화되어 있고, 매 순간 다른 방식으로 활성화된다. 이 과정은 관람자가 흔히 기대하는 극적인 장면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주의력을 요청한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눈앞의 움직임에 몰입하다 보면, 잘게 쪼개진 동작과 호흡, 분절된 리듬들이 다른 차원에서는 어떻게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보이는지, 가장 정적으로 보이는 순간조차 얼마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내포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언제나 변이를 일으키는 존재로 살아가면서도 그 사실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을 고정된 형태나 정지된 이미지들의 집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 무엇보다 생명의 본성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는 감각은 이러한 인식의 괴리에서 나온 것이다. 송아리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본래 어디서나 변이를 경험할 수 있지만,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몸을 흔들기 위해서는 일종의 충격 요법처럼 여기 아닌 다른 곳,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지하 벙커를 기지 삼아, 감각의 훈련병들을 곳곳에 심어 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지극히 현대화된 리듬이 흘러가는 도로 밑에 또 다른 리듬에 기초한 세계가 놓인다. 그 안에 들어선 누군가의 신체는 심해의 거주자들과 같은 장에 놓이며 변형의 과정에 돌입한다. 함께 흔들리고, 늘어지고, 구부러지며, 끝없는 생성의 움직임을 공유한다. 전시 『차가운 녹색 기지』는 그렇게 살아 움직이는 몸들을 위한 서식지로서 기능한다. 이 새로운 환경이 불러 일으킨 변화를 각자의 삶 속에 어떻게 통합하는가- 이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 홍예지

Vol.20220817i | 송아리展 / SONGAHREE / 宋아리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