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Puddings

김예지_박성민_임이랑_정은총展   2022_0826 ▶ 2022_090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신민경

관람시간 / 01:00pm~07:00pm / 9월 1일_01:00pm~05:00pm

TYA 갤러리 서촌 TYA Gallery Seoch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28 Tel. +82.(0)507.1319.9481 tyagallery.com @gallery_tya

일본에는 '미타테(見立て)'라는 미적 수사가 있다. 이는 '다시 본다'라는 뜻으로, 어떤 사물을 마치 처음 접하듯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 미타테의 핵심이다. 본 전시는 이러한 정신을 기반으로 제작된 사물들, 곧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이들은 꿈, 기억, 사유와 같이 작가마다 상이한 정신 작용을 거쳐 나름의 의미가 획득된 대상들이며 자신들에게 덧씌워질 또 다른 미타테를 기다리는 중이다. 본 전시를 통해 이미 친숙한 상징체계의 외피로는 미처 다 표상되지 않는 사물마다의 낯선 단면들을 관객들이 마음으로 헤아려 보기를 기대한다.

Odd Puddings展_TYA 갤러리 서촌_2022
Odd Puddings展_TYA 갤러리 서촌_2022
Odd Puddings展_TYA 갤러리 서촌_2022
Odd Puddings展_TYA 갤러리 서촌_2022

어떤 사물을 인식함에 있어 시각적으로 수용되는 정보들은 항상 단편적이다. 이는 단순히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며 본래 생소한 사물일수록 그 근원은 우리 의식에 직접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생리를 고려해 보면 어떤 사물이 우리의 내면에 불특정한 이미지로서 잠시나마 잔존하는 것은 마냥 사소한 경험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우연과 같다. 마치 무심코 맛본 디저트가 입에 잘 맞는 조금 황홀한 순간처럼. 전시장에 놓인 각각의 작품들을 의식 안에서 정교화하여 이내 통각하는 과정 역시 누군가에게는 모쪼록 그러하기를 바란다.

김예지_Still image_세라믹_2021
김예지_유실1_세라믹_2022
김예지_탁자_세라믹, 유리_2022
김예지_Memorial façade_세라믹_2020
김예지_유실2_세라믹_2022

김예지는 「Memorial façade」를 통해 건축물에 내재된 시간성을 포착하여 한 겹 한 겹 시각적으로 늘어놓는다. 그녀는 본 전시에서 오래된 건물의 빛바랜 흔적으로부터 파생되는 의식 내부의 아득한 기억들을 도자의 단단한 물성을 빌려 고체화한다. 우리의 정신에서 기억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 그 단면은 늘 가변적이다. 그리고 이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동일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된다. 작가에게 건축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가역적 순간들로 구성된 물체이다. 거시적인 견지에서 살펴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시간의 단위는 서로 다른 외형의 사물들 이면에 켜켜이 쌓인 변천의 역사를 일부 이룬다.

박성민_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_혼합재료_2022
박성민_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_혼합재료_2022
박성민_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_혼합재료_2022
박성민_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_혼합재료_2022
박성민_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_혼합재료_2022

박성민은 본 전시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으로 사랑을 제시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사람을 닮았다. 사람, 사랑, 사람, 사랑. 반복해서 읊조려 봐도 종국에는 사랑으로 귀결될 뿐 받침 하나의 차이는 보다 원천적인 애정 앞에서 점차 힘을 잃는다. 때로는 너무도 무용한, 사랑이라는 단어. 그것은 다른 단어와의 잇닿음을 통해서만 맥락화 될 수 있을 뿐 각기 다른 사랑의 결들을 단독으로 전하기에 철자는 아직 공허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작가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 단어 구조의 논리에 채 가둬지지 않는 사랑의 여러 의미론적 층위들을 금속의 조형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은유적으로 흘려보낸다.

임이랑_저울_실크에 섬유페인팅_2021 임이랑_측정1,2_가변설치_2022

임이랑은 계량된 수치보다 고차원적인 소통 수단으로서 직관을 논한다. 그녀는 본 전시에서 섬유페인팅 속 오브제들 옆에 작동 가능한 저울을 비치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측정 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저울 속 숫자들 역시 단순한 듯해도 어디까지나 비명시적이다. 결과값이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추상적으로 건네지는 숫자들이란 실질적으로 미지수와 다름없으니.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으로 작가는 설치 작업인 「저울」을 통해 기억이라는 사물에 내포된 감정마다의 주관적인 속성들을 저울에 표시되는 숫자 너머로 암시한다. 이때 구체적인 무게로 간주되는 각기 다른 숫자들은 그녀만이 알고 있는 기준에 입각하여 얼마나 크고 작은지에 따라 다시 해당 기억의 좋고 나쁨이 판정하는데 쓰인다.

정은총_이완_실크, 투명유, 레진_2022
정은총_Mammoth_실크, 투명유, 러스터_2021
정은총_고래_실크, 투명유 외 산화_2022

정은총은 일상에서 허용되는 정신적 자유의 순간들을 통해 주로 영감을 얻는다. 꿈을 꾸거나 상상을 할 때면 그녀는 유독 임의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자의로 마련한 공상의 장에서 현실의 다양한 제약들은 슬며시 자취를 감춘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다수의 형상들은 무엇이든지 간에 주요 소재로서 무작위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러한 공간에 발을 딛는 동안 공교로이 조우하게 된 현상들로부터 기인한다. 가령 그녀의 의식 안을 부유하던 매머드나 고래는 전시장 곳곳에 실용적인 사물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자리한 채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지나온 상상의 궤적을 되짚기보다는 자유롭게 해체하여 마음이 가는 대로 자신들에게 우유적 속성을 부여하도록 이끈다. ■ 신민경

Vol.20220826g | Odd Pudding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