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않는 꽃이 The invisible flower 不能見花

임선구展 / IMSUNGOO / 任瑄九 / drawing   2022_0831 ▶ 2022_0918 / 월요일 휴관

임선구_물러나는 벽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138×154cm_2022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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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구 인스타그램_@sun9o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2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사진제공 / 양이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5동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보이지도 않는 꽃이: 발자국을 발굴하기 ● 임선구 개인전 『보이지도않는꽃이 : 발자국을 발굴하기』는 시인 이상의 시 「절벽」의 언어와 구조를 유영하며,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드로잉의 흔적을 남기는 전시다. 「절벽」의 마지막 행에 띄어쓰기 없이 적힌 '보이지도않는꽃'은 비가시적이지만 반드시 존재할 꽃의 잠재력을 암시한다. 특히 바로 앞 구문 '보이지않는꽃'에 한껏 더 힘을 실어 그의 영향력을 강조한다. 한편 그 존재에 힘입어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듯한 화자는 시의 구조 내에서 죽음과 삶 사이를 방황한다. 임선구는 화자의 행적을 감각적으로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수집하고 좇던 작업 요소가 그 꽃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했다. 사라짐을 연상하게 하는 삶 주변의 이야기를 재조합하는 장면 구성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그리고 앞으로 없어질 것을 다뤄왔다. 두 사람은 모두 마주 보거나 만질 수는 없는 것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태도를 공유한다. 이상의 꽃과 임선구 드로잉의 대상들은 망각 속에 자리 잡은 벗으로, 두 예술가에게 큰 추동력이 되고 있다.

임선구_물러나는 벽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109×106cm_2022_부분
임선구_물러나는 벽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가변설치_2022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장에는 형상과 비-형상을 오가는 흑연 드로잉과 콜라주가 설치된다. 전시는 재조합된 드로잉 파편들이 서로 마주 보며 소통하는 공간을 지나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드로잉이 해체되어 다시 연결되는 과정은 상호 규칙을 이루기도 하면서 또 때로는 즉흥적이고 불규칙적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전시장에는 압도적으로 길게 늘어진 종이 새가 날아다니듯 걸려있고, 이어진 수많은 드로잉 파편들이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흑연을 받치고 있는 지지 매체는 종이부터 점토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질감과 두께가 다채로운 종이를 선택함은 물론, 종이를 찢고 이어붙이거나 점토를 뭉치고 긁어내는 방법까지 아우르며 작가는 드로잉의 토대를 험준한 산맥처럼 형성했다. 이는 매체와 표현법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을 드러내는 현재로서, 흑연의 이야기 여정을 안내하면서도 방해하며 다양한 발화를 시도한 결과다. 임선구의 초기작에서 흑연은 종이에 임시로 머무는 가벼운 가루로 작가 내면의 가변적인 기억을 대변했다. 또렷하다가도 어느새 불분명한 이미지가 되어버리는 인식과 기억을 흑연의 물성에 투영하면서 가볍게 긁듯 칠하거나 강하게 눌러 새기면서 기억의 농도를 표현해왔다.

임선구_보지 못하는 새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 360×150cm(최대크기)_2022
임선구_보지 못하는 새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 360×150cm(최대크기)_2022
임선구_보지 못하는 새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 360×150cm(최대크기)_2022

이어지는 작업에서 작가는 묘법 탐구에서 벗어나 매체의 물질성에 점차 개입하면서 기억의 재현 방식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흑연에 물이나 에나멜을 가하는 등 건식 재료의 용해 과정을 체화하며 다른 차원의 구현 세계를 탐험했다. 덕분에 비교적 최근 작업에서는 점성과 입자가 다른 드로잉이 교차로 등장한다. 이들은 낯선 소문, 자극적 경험, 무심코 넘겼던 기억들과 같이 작가 삶 주변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 기억의 혼용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작가가 흑연의 성질에 변용을 가함에 따라 작업 표면도 뒤틀리게 되는데, 각 물질 경계에 생긴 변곡점은 각기 다른 시공간을 구분하게 된다. 이는 작가에게 생경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기억은 하나로 온전히 서 있기보다는 여러 덩어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움직인다. 특히나 불규칙적으로 솟아오르는 상호적 기억 덩어리를 직면할 때마다 이를 소환하고 박제하려 했던 작가로서는 매체가 피력하는 시각적 힘이 반가웠을 것이다.

임선구_돌아온 할머니_목재틀, 트레이싱지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128×152cm(최대크기)_2022
임선구_발이 많이 달린 짐승_종이에 흑연, 혼합재료, 콜라주_ 162×850cm(최대크기)_2022
임선구_당신이 서 있는 곳_데크에 종이, 흑연, 콜라주_가변설치_2022

임선구의 매체 탐구는 흑연에서 멈추지 않고 종이까지 확장된다. 앞서 언급한 변곡점의 구분에 물리적 힘을 가하여 종이를 찢어서 기억의 파편화를 시도했다. 이내 드로잉 파편은 작가의 또 다른 기억과 인지에 기반하여 즉흥적이면서도 계획적으로 재조합되어 작품의 리듬을 형성해낸다. 협곡처럼 조합된 파편들은 불규칙적 지형을 형성하여 관람객의 자유로운 배회를 유도한다. 덕분에 우리는 소환, 기록, 해체, 재배열을 거친 기억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라졌거나, 언젠가는 찾아올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임선구가 수행한 흑연과 종이의 변주는 점, 선, 면으로 발화하는 드로잉의 한계를 넘어선다. 특히 SeMA 창고의 목조 격자 공간에서 그 유연함과 가변성을 더욱 드러내는 작품 연출은 정형적 질서의 반대편에서 드로잉이 실천할 수 있는 반향을 제안하고 있다. 이상의 시는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표할 수 있는 예술을 행했다. 임선구는 그의 태도가 가진 위태로움과 그 가능성을 따르며 드로잉의 질서를 와해하면서도 정립해나가는 중이다. 『보이지도 않는 꽃이 : 발자국을 발굴하기』가 드로잉의 물질적 토대에 관한 탐구로 관람객과 조우하며 작가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되길 기대한다. ■ 이지민

임선구_보이지도 않는 꽃이展_SeMA 창고_2022
임선구_보이지도 않는 꽃이展_SeMA 창고_2022
임선구_보이지도 않는 꽃이展_SeMA 창고_2022
임선구_보이지도 않는 꽃이展_SeMA 창고_2022

A Flower Which Can't Even Be Seen: Excavating Footprints ● The solo exhibition of Im Sun-goo's A Flower Which Can't Even Be Seen: Excavating Footprints, aims to explore the language and structure of Yi Sang's poem, "Cliff", leaving behind traces of the drawings which cross boundaries of the two dimensional and the three dimensional. The passage, "A flower which can't even be seen", written without spaces between words on the last line of the poem, "Cliff", suggests the potential of a flower which should exist, though it is invisible. The passage adds weight to the preceding line, "An even unseen flower", highlighting the influence of the latter. Meanwhile, the narrator who seems to move forward through the strength of its existence, though with difficulty, wanders between life and death which is conveyed by the structure of the poem. While chasing the narrator's actions sensuously, Im Sun-goo found that the artistic elements she was collecting and following along were connected with the flower. The artist-who has been interested in the constitution of the scenes through recombining various episodes contiguous with her life which remind her of the theme of disappearance-has been dealing with what is virtually unseen and destined to vanish. The two men share the same attitude through which they begin telling stories, summoning those that face each other or that are intangible. The Yi Sang's flower and the subjects in the Im Sun-goo's drawings are the friends that are settled down in oblivion, functioning as a main impetus for the two artists. ● The exhibition, held at a venue divided into two spaces, displays graphite drawings and collage works of alternating form and non-form. The exhibition starts with experiencing passing the space in which the recombined drawing fragments face each other and communicate. The process in which drawings are deconstructed in order to be reconnected creates regulations applying to both, sometimes leading to what is spontaneous and irregular. In the second exhibition room, visitors are introduced to paper birds with spectacularly long feathers hanging as if they are flying and numerous drawing fragments scattered around the floor. The media used to support the graphite varies from paper to clay. The artist created the foundation of her drawings like rugged mountains, choosing paper which features different textures and thickness, and using the methods of gluing torn paper pieces, and kneading and scraping clay lumps. The techniques show the current status reached by the artist while experimenting with media and ways of artistic expression, seeking a variety of expressions that guide, or interrupt, the journey of graphite. In his earlier works, Im Sun-goo used graphite, extremely light powder leaving its trace on paper only temporarily, as a medium speaking for the variables of memories remaining in his inner world. She has been expressing this concentration of memories by reflecting her perceptions and reminiscence that tend to oscillate in images between clarity and obscurity on the properties of graphite, using the scraping, painting, impressing and engraving techniques. ● In the following works, the artist began to diversify the means to represent memories, turning her attention from the quest for the expressive methods to the properties of the media. She explored the art world of a new dimension by focusing on the process of dissolving dry materials, mixing, for example, graphite with water or enamel. These experiments have recently resulted in the production of drawings featuring a variety in viscosity and particles. These new works contain visual description of various memories that swiftly pass by the periphery of the artist's life, such as those of strange rumors, exciting experiences and insignificant episodes. The techniques used to change the properties of graphite result in distortion on the surface of a work, dividing time and space with the inflection point formed on the boundary between materials. For the artist, the experiments have been unfamiliar, but joyful experiences. As we are all well aware of, memories move while lumped in together, influencing each other, rather than standing alone. Considering that the artist has been trying to recollect and make them into a work of taxidermy whenever she faced the lumps of memories that came to her in an irregular manner, she would have been pleased by the visual power created by the media. ● Im Sun-goo's quest after artistic media expanded from graphite to paper. He explored the fragmentation of memories by tearing a paper piece, applying physical force to the aforementioned inflection point. She then created the rhythm of herwork by combining the fragments extemporarily or deliberately based on the artist's memories and perceptions. The fragments combined to form a canyon created a rough terrain, attracting viewers to wander around it freely. The artist guides viewers to a landscape of memories that underwent a process of summoning, recording, deconstruction and rearrangement, helping them retrieve old memories. The variation Im Sun-goo played with graphite and paper transcends the limitations of drawing that develop from point to line and, finally, plane. The direction of her works designed to highlight their flexibility and variability in the wooden lattice space of the SeMA Storage presents what his drawings can act on the other side of the formal order. Yi Sang's poem performed its artistic function by destroying form. As an artist, Im Sun-goo follows the precariousness and potential of her attitude to disintegrate and reorganize the order of drawings. I expect the exhibition, A Flower Which Can't Even Be Seen: Excavating Footprints, to illustrate to his viewers her quest after the material foundation of drawing and to be a new inspiration for the artist herself. ■ Jimin Lee

Vol.20220831j | 임선구展 / IMSUNGOO / 任瑄九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