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두마차 3

2022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展   2022_0902 ▶ 2022_0912 / 9월 10,11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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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김도경 『머쉬.룸 MUSH. ROOM』展 / A 전시실 안효찬 『Disassemble, Assembly』展 / B 전시실

후원 / 대구광역시 주최 / 대구문화재단 주관 / 가창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9월 10,11일 휴관

가창창작스튜디오_스페이스 가창 Gachang Art Studio_SPACE GACHANG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57길 46(삼산리 795번지) Tel. +82.(0)53.430.1236~7 www.gcartstudio.or.kr

세로지르는 평행세계 ● 일반적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두 개라 언급된다. 하나는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인 이승, 그리고 또 하나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수명을 다 했을 때 도달하는 저승이다. 두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생명이란 경계를 두고 존재하기에 평행한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서평에서 뜬금없이 왜 두 세계를 언급하는가 싶을 수 있지만, 필자에게 김도경과 안효찬이 예술로 구현해내는 세계는 평행 선상에 놓인 각기 다른 스타일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이토록 상충하는 세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공간을 관람자에게 제공한다. 필자는 이들의 세계를 아주 조금 일찍 엿볼 수 있었던 입장에서 약간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는 가이드로 이 글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김도경_mush_캔버스에 혼합재료_45.5×37.9cm_2022
김도경_악어와 악어새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93.9cm_2022

관람자가 먼저 도착하는 김도경의 세계 『머쉬, 룸』은 이번 전시에서 선택한 '머쉬'에 내포한 의미처럼 어딘지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비정형의 공간이다. 소위 말하는 천국과 지옥, 그 사이 어딘가에 자신을 위한 사후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던 김도경은 이를 작업 속에서 구현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치 게임 퀘스트를 해치우듯 다양한 스테이지를 깨고 또 뛰어넘어 왔다. 그런 김도경이 이번 전시에서 도달한 스테이지의 빌런은 재치 있는 제목에서 이미 유추가 되며, 평소 그녀가 가장 질색한다는 채소인 '버섯'이다. 자 이제 버섯을 떠올리며 그녀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화면 속에서 덕지덕지 붙어 생성되는 덩어리들과 주욱 끝도 없이 늘어날 것 같은 미지의 액체가 우리의 눈길을 먼저 붙잡는다. 이들은 서로 군집해 형상을 이루면서 1차원적 화면을 순식간에 3차원의 공간으로 뒤바꾼다. 물컹하고 점액질이 느껴질 것만 같은 이 공간은 어쩐지 약간의 불편한 감정도 불러오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감정을 넘어서 공간 속을 찬찬히 둘러보면 보이지 않던 흥미로운 요소들이 천천히 시각을 환기시키기 시작한다. 종이에 그려진 검붉은 사과, 이제 막 이륙을 시작한 로켓, 폭발하고 타오르는 미상의 물체 등 숨은 요소를 찾아내는 작품과의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창 놀이를 하다 보면 마치 그 공간에 다녀온 것만 같다는 착각이 일렁이면서 어느새 김도경의 세계에 매료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세계의 존재하는 매력적인 요소들은 잠시 시간을 지체시키는 장치일 뿐 이 세계는 곧 번식하는 버섯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닥쳐있다. 이번 스테이지가 김도경이 자신의 세계 중 탈출하고 싶은 요소들의 집합인 만큼 이 공간에서 지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도 어서 다가올 그녀의 새로운 스테이지를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도경_아무도 없는 숲에 나무가 쓰러진다면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93.9cm_2022
김도경_풍선 없는 곳으로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162.2cm_2022

김도경의 세계가 시각에 달라붙는 공상적 요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면, 안효찬의 세계는 현실 속에서 암묵적으로 덮고 있던 사실들이 공간을 메운다. 『Disassemble, Assembly』에서 그는 그동안 이어온 작업과 2022년 새롭게 시작한 작업을 적재적소에 배열해 그 사이의 서사를 관람자가 단편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간 안효찬의 작업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돼지, 그리고 건설 현장의 이미지들은 자연의 희생을 제물 삼아 쌓아 올린 인간 이기심의 결과물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건물들 사이사이에 위태롭게 자리하는 돼지, 지반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녹슨 철근들을 보고 있자면 속에서부터 꿈틀대는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팩에 포장된 새끼돼지의 모습을 바라봄으로써 더욱 증폭한다. 해체된 모습에선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식욕을 돋우던 돼지의 사체가 본래의 형태 그대로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은 당혹스럽게도 안쓰러움, 불쾌함, 심지어는 두려움까지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안효찬의 작업은 분절된 현실에 가려졌던 인간의 이익을 위한 착취를 가감없이 드러내어 관람자가 다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안효찬_Disassemble, assembly_편백나무, 아크릴판, 서보모터, 포맥스, 스텐와이어, 오브제_85×48×64cm_2022

사실 그의 작업적 형식과 요소, 그리고 의미들을 모두 종합하면 그의 공간은 '구축'보다는 '건축'에 가깝다. 분해되어 있던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해 쌓아 올리다가도 또다시 철거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식을 쌓고자 하는 실험적 행위가 그의 작업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적인 형식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에서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신작이기보다는 신작으로 넘어가는 에스키스 과정이다. 즉 새로운 형식을 건축하기 위한 골조라는 것이다. 아크릴판 위에 쓰여지는 아이디어 스케치와 부품들은 성공적인 조립을 위해 체계적으로 분산되어있다. 이 새로운 작업은 흥미로운 기하학적 요소들이 나타나면서 이후 발표될 신작에서 안효찬이 대중에게 던질 새로운 메시지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일종의 티저 이미지(teaser image)로 작용한다. 기존의 작업에서부터 신작으로 발전하는 작업의 변천을 볼 수 있는 이번 안효찬의 공간은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안효찬_Mechanical flower_편백나무, 아크릴판, 서보모터, 포맥스, 스텐와이어, 오브제_95×48×64cm_2022
안효찬_Mechanical flower_편백나무, 아크릴판, 서보모터, 포맥스, 스텐와이어, 오브제_95×48×64cm_2022

실제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 수 있듯, 김도경과 안효찬의 작업은 어느 접점이 없는 듯이 상반된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작업은 마치 세계관을 설정하여 서사를 풀어내듯 계속해서 새로운 형식을 창안하며 작업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김도경은 사후의 관점에서 탄생하는 세계, 그리고 안효찬은 현실의 문제에서 파생되는 세계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번 둘의 릴레이 전시가 교차할 수 없는 평행세계의 병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마도 유일하게 이 평행을 교차시킬 수 있는 방법은 두 세계를 번갈아 이동하며 그들의 세계를 응시하는 관람자의 행위일 것이다. 현실은 땅, 사후는 하늘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둘의 세계를 가로지르기보다는 (최근 등장한 표현구처럼) 위아래로 세로지르며 그들의 세계를 마음껏 드나들어 보길 바란다. 가이드 종료. ■ 강아림

Vol.20220903g | 쌍두마차 3-2022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展

2023/1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