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방: GREEN ROOM

마음휴가 v.2022展   2022_0901 ▶ 2022_1010 / 월요일,추석 당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2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展

참여작가 김원정_김은지_박상희_윤석원_이정윤_이지연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안양문화예술재단_붐빌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 당일 휴관 일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합니다.

평촌아트홀 PYOUNGCHON ART HALL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 76 Tel. +82.(0)31.687.0500/0543 www.ayac.or.kr

기다리는 방 ●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呪文)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 우리는 지난 3년간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난 2019년 최초로 보고되어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SARS-CoV-2)는 전 세계인의 일상생활을 말 그대로 정지시켰다. 생산 활동과 인적, 물적 이동량이 감소하였으며 심지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는 사람과 도시, 그리고 경제의 봉쇄를 가져왔고 인류는 발전으로의 질주에 최초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시작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코로나 발생 이전으로 완벽히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 ● 기획전 『기다리는 방:GREEN ROOM』은 이러한 멈춤의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기다리는 방:GREEN ROOM』은 지난 2020년 붐빌이 기획했던 『마음 휴가』 전의 2022년 버전인데, 마음의 휴식에 포커스를 두었던 지난 전시의 주제에 '기다리는 방'이라는 키워드를 더한 것이다. 기획자는 기다리는 방이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대기실'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가 대기실에서 대사를 복기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마지막 재정비의 시간을 갖듯이, 코로나 이후의 사회로 복귀하기 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하자는 제안이다. ● 멈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우리가 팬데믹의 시간을 멈춤의 시간으로 인식할 때 답답함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가 멈추어 서게 된 이유가 자신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한 것이라는 피동(被動, passive)의 뉘앙스를 감지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멈춤'이 '기다림'으로 전환되면서, 피동의 뉘앙스는 사동(使動, causative)의 뉘앙스로 전환된다. 우리는 외부에 의해 멈추기를 강요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음 순간을 위해 도약을 기다리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 이러한 간단한 생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고통의 시간을 재정비의 시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방'이라는 공간 안에서 수행된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1929년 출간된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유명한 주장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는 글을 쓰는 여성 뿐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무엇인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자기만의 '방' 안에서 팬데믹이 종식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 『기다리는 방:GREEN ROOM』에서는 6인의 작가 - 김원정, 김은지, 박상희, 윤석원, 이정윤, 이지연 – 가 어떠한 시선으로 세계를 응시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운영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김원정_잡초 그 '의미없음'에 대하여_ 단채널 영상, 가격이 흥정된 잡초화분, 사진_00:42:00, 가변설치_2016

김원정 작가는 작품에 식물을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먼저, 「잡초, 그 '의미없음' 에 대하여」 는 작가에 의해 가격이 흥정된 잡초 화분과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일괄적으로 제시되는 가치 기준의 폭력성을 깨닫게 된다. 이번 전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Faith Forest」은 나아가 개인 간의 믿음과 신뢰를 실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관람객에게는 조형적으로 배치된 식물과 분무기가 주어지고, 스스로 분무기로 물을 주어 전시 기간 동안 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관람객에게 작품의 생사여탈권을 맡김으로써, 작가는 관람객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Rest Energy(1980)」가 상대에 대한 믿음을 전제하지 않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김은지_You look at the art and the art look at you_2_단체널 비디오_00:01:20_2020

김은지 작가는 미술 작품을 작품으로 인식하게 하게끔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출품된 「You look at the art and the art look at you 2」는 작품과 관람객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역전시킨다. 영상 속에는 맞은편에서 관람객을 구경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 여러 명 등장하고, 관람객은 마치 자신이 작품이 된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이제 관람객은 '감상하는' 입장에서 '감상당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고, 이러한 주체와 객체의 전환을 통해 관람객은 미술 작품을 작품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은 관람자의 시각에 달려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박상희_원더랜드_종이에 채색, 금속판, 콜라주_180×360cm_2018

한편, 해, 달,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영지, 소나무, 대나무, 천도복숭아 등 장생을 상징하는 13가지 중 몇 가지 소재가 선택되어 그려지는 '십장생도'는 장수를 기원하려는 사람들의 원초적이면서도 평범한 소망을 담고 있다. 박상희 작가의 작업은 작가만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현대판 십장생도로, 거창한 사물이 아닌 일상의 사물들을 소망의 도상으로 전환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동양화풍의 산수 속에 위치한 카드 병정, 디저트 등은 작품의 제목인 「원더 랜드」에서 암시되듯이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

윤석원_The Season_캔버스에 유채_162.1×227.3cm_2019

윤석원 작가는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작가의 눈에 포착된 풍경들을 그려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수십 여개의 화분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때로는 마른 식물들이 자리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을 포착하는 일을 '바라보는 일'로 정의하며, 공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비물질과 물질을 버무려 어떠한 정서에 닿고 싶다고 토로하는데, 이를 고려할 때 작가의 관심사가 어떠한 오브제를 그려내는 것에서 빛과 그림자에 관한 탐구로 옮겨간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빛과 물질에 관한」이라는 제목을 단 이 시리즈는 창문이나 커튼 너머로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포착하고 있다. 작가는 시각의 효과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서 빛과 그림자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윤_마법사 모자가 있는 거꾸로 상상정원_PVC, 공기주입모터_가변설치_2020

이정윤 작가의 「마법사 모자가 있는 거꾸로 상상정원」은 공기를 주입하여 팽창시킨 거대한 풍선으로, 마법사 모자에서 튀어나오는 식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멈춤의 시간이 기다림의 시간으로 전환됨으로써 우리가 수동적 존재에서 능동적 존재로 변화했듯이, 마법사의 모자 속 식물들이 중력을 거스르며 자유롭게 증식하는 상상은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단초가 된다. 즉, 작가는 현실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변화시키면 일상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시들어버린 식물 가루를 유리판 위에 뿌리고 구워낸 타일을 엮어 육면체의 공간을 엮어낸 「Green.Zip」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인 프레임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시들어 쓸모없어 보이는 식물들이 예술가의 선택을 통해 다시 새로운 존재로 변하는 것처럼, 작가는 '사라지는 것'을 '살아지는 것'으로 전환시킨다.

이지연_심심한 상상_벽과 바닥에 테이프 외_가변설치_2022

마지막으로 이지연 작가는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공간으로 그려내고, 그것을 다시 3차원에 설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관람자에게 시각적 충돌을 야기하는데, 평면과 공간의 관계를 추적하던 관람자는 어느새 자신이 공간 속에 위치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관람자의 신체가 움직이며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어린 시절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공간을 인식했던 인지적 경험처럼, 관람자는 평면과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는 인지적 감각을 재현하게 되고 이를 통해 평면은 경험 가능한 것으로 변모한다. ● "나는 사랑하고 있는걸까?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Am I in love? Yes, since I am waiting.)" 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 에서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기다림은 때로 사랑처럼 고통스럽다. 기다림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능동적인 행위로써 작용하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주체의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배우는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무대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때로 치열하다. 기다림이라는 하나의 주문,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 기다림은 때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그리고 그렇기에, 기다리는 방은 사랑하는 방이다. ■ 한수정

도슨트 프로그램 「똑똑 기다리는 방」 매주 화, 목, 토 11:00 / 14:00 *대체공휴일인 월요일 특별 진행

체험 프로그램 1 「내 마음 정원 가꾸기」 9. 3.(토) 2회 10:00 / 14:00 www.ayac.or.kr 예약(전시/공연 예매) / 회차 별 정원 15명 선차순 마감 / 참가비 무료 미술심리치료전문가와 함께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치유하며 나만의 상상 식물을 만드는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2 「마음 창 상상 정원」 10. 9.(일) 2회 10:00 / 14:00 www.ayac.or.kr 예약(전시/공연 예매) / 회차 별 정원 15명 선차순 마감 / 참가비 무료 참여 작가 작품 연계 투명판에 컬러유리필름으로 페이퍼컷을 콜라주하고 빛그림자 놀이하기

Vol.20220904a | 기다리는 방: GREEN ROOM - 마음휴가 v.2022展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