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티스트 데이트

오은희展 / OHEUNHEE / 吳恩喜 / painting   2022_0906 ▶ 2022_0911 / 월요일 휴관

오은희_Jeju 금능_캔버스에 유채_33.4×45.5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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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희 인스타그램_@oheunhee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Suwon Manseok Gallery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 (송죽동 409-2번지) 3전시실 Tel. +82.(0)31.228.4118 suma.suwon.go.kr

일상에서 깜짝 찾아오는 감동과 느낌들이 흐트러지기 전에 ● 메리 올리버는 '산문집 긴 호흡'에서 시의 목적은 독자가 개인적이고 사적인 방식으로 체험과 직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말들의 배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의 목적은 무엇인가. 관람자가 잠시 평안한 어떤 곳으로 다녀오는 문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은희_Jeju 모래밭_캔버스에 유채_45.5×53.5cm_2022

1. 작년 가을에 읽은 '아티스트 웨이'는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을까. 어느 순간 모두 잊혀져갔다. 내게 남은 것은 매주 두 시간 나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쓰는 일. 커피를 마시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전시를 보거나 귀에 쏙 들어온 음반을 무한반복으로 듣거나 우쿨렐레를 연습하거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거나 그냥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아무 목적 없이 무용한 그러나 좀 재밌는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마음이다

오은희_Jeju 금능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19

2. 아티스트 데이트란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이 시간에는 당신의 창조적인 의식과 당신 내면의 아티스트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당신 자신과 내면의 아티스트 즉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 외에는 아무도 데려가서는 안 된다. -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중에서 -

오은희_Jeju 금능 오후 1,2_캔버스에 유채_65.1×50.5cm×2_2022
오은희_Jeju 금능 어스름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22

3. 혼자서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처음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것도 서투르고 막막했다. 또한 두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일단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지 않으려 했다. 어느새 늘 다니던 길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몇가지를 소개하면 하나. 칠엽수, 겹벚나무, 신갈나무... 나무의 이름들을 유심히 보기 둘. 한가한 도서관 서가에서 예쁜 그림책 발견하기 셋. 거리의 야외 조각작품들이 눈에 띄면 감상하고 만져보기 넷. 제로웨이스트 샵을 방문해보기 다섯. 토요잡담회를 신청해서 낯선 사람들과 '게으름의 묘미'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기.

오은희_Jeju 도두동밭_캔버스에 유채_53×40.9cm_2022

4.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선명하게 느낀다. 특히 가을의 단풍이 예쁘다. 해마다 그 모습이 다른데 유난히 곱던 2019년의 붉은 잎들이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그 모습은 그때뿐이고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다.

오은희_Jeju 올레 19코스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19

5. 가마솥 밥 위에서 쪄낸 계란찜과 밥알에 콩가루와 소금을 넣고 뭉쳐주신 외할머니의 주먹밥, 설탕과 프림을 두 스푼씩 넣고 계란 노른자를 띄운 외할아버지의 모닝커피, 콩이 뭉쳐 있는 것을 고기인줄 알고 먹다가 울어버린 다섯 살짜리 아이의 추억이 담긴 친할머니의 청국장찌개. 그 동안 무수한 끼니를 먹고 내 목숨과 삶을 유지했는데 생각나는 것은 손에 꼽는다. 흡족한 한 끼니 같은 시간이 나의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 오은희

Vol.20220906c | 오은희展 / OHEUNHEE / 吳恩喜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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