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유령 Ghosts in the Rainy Season

김소영展 / KIMSOYOUNG / 金昭暎 / painting   2022_0907 ▶ 2022_1026 / 월요일 휴관

김소영_장마와 유령_캔버스에 유채_97×162.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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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4,000원

주최 / 당림미술관 후원 / 충청남도_아산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당림미술관 DANGRIM ART MUSEUM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로1182번길 34-16 (외암리 429-14번지) Tel. +82.(0)41.543.6969 dangnim.modoo.at @dangrim_art_museum

대기는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공기의 운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접촉하는 것들에 의해 명백히 드러난다. 때때로 그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곧 일어날 엄청난 일의 전조로 여겨지거나 신의 현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과 기분은 종종 날씨로 은유된다. * 초기 기독교 신화에 따르면 우리 마음의 변화무쌍함은 하나님이 아담을 만들 때 한 줌의 구름을 가져다 그의 생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머릿속을 휘젓는 기류와 그에 의한 현상들에 대해 생각한다. 간신히 쌓여 있던 문장 더미가 무너지고 단어가 뒤섞인다. 무작위로 흩어진 이미지의 파편은 여기저기서 번개처럼 출현했다 사라진다. 할 말 많은 유령에게 점령당한 방처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김소영_Storytellers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2
김소영_Sunflower_캔버스에 유채_117×78cm_2022

우리가 비어있다고 확신하는 곳에서도 유령은 끊임없이 '자신이 여기 있음'을 주장한다. 에너지의 흐름을 비틀어 물건을 움직이게 하거나 공기를 마찰시켜 스산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존재가 발산하는 원초적 에너지가 어떠한 매개도 쿠션도 없이 우리 내부에 현상된다. 즉, 유령이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할 때 그것은 날씨의 형태로 드러난다.

김소영_갑자기 나타나는 것들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19
김소영_Composer_캔버스에 유채_53×45cm_2022

나는 빈 캔버스 앞에 서서 관측을 시도한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비어 있는 방보다 더욱더 비어 있는, 단지 설정만을 가진 이곳에서 나는 미확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어떤 투명한 것들의 움직임을 상상한다. 휘몰아친다, 흩어진다, 말려 올라간다, 잡아당겨진다, 얇게 펴진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동사들의 궤적이 화면에 희미하게 투사되면 나는 붓을 들고 동작을 수행한다. 최상의 미래만을 붙잡기 위해 동작을 번복하거나 취소하기도 한다. 모든 행위는 그림에 기록된다. 의심, 머뭇거림, 치기, 도취, 당황, 간계를 품은 흔적은 형태를 만들거나 해체하며 이야기의 얼룩이 된다. 날씨에 반응해 창을 열거나 닫는 것처럼 나는 의미의 바깥에서 쉴 새 없이 웅얼거리며 방황하는 움직임들을 환대하거나 외면하며 이야기의 범위를 통제한다.

빈방이었던 캔버스는 이제 극장이 된다. 박제된 궤적들이 역동을 연기하고 캐스팅된 방랑자들이 독백을 시작한다. 대사와 음악이 납작하게 섞인다. 차곡차곡 포개져 온 과거가, 낱장으로 선취된 미래들이 한자리에서 비를 맞는다. ■ 김소영

* 예술가가 사랑한 날씨, 알렉산드라 해리스 지음, 강도은 옮김, 펄북스 p.19

Vol.20220907d | 김소영展 / KIMSOYOUNG / 金昭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