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어진 적 없는 선 LINES BEYOND THE PERSPECTIVE

김광진_손아유_윤재우_임상진_전국광_하수경展   2022_0908 ▶ 2022_0926 / 9월 10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전북도립미술관 기획 / 송지영_송민수_나여진_윤영돈

관람시간 / 10:00am~07:00pm / 9월 10일 휴관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eonbuk Museum of Art, Seoul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6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www.jma.go.kr www.facebook.com/jmaspace

『그어진 적 없는 선』은 다음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시대의 전시는 어떤 관람자의 (물리적) 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에 의해 원근법이 세상에 내린 후, 오늘날 이 순간까지도 붓과 흑연 대다수는 그 절대진리로 상정되는 원칙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중세의 다시점은 원근법주의에 의해 하나의 지배적인 시점으로 수렴되어 가시적인 세계는 초월적 외눈을 향해 가지런히 정렬되었다. 회화 내부의 세상은 소실점이라 칭해지는 가상의 꼭지점을 향해 일종의 피라미드 형태로 모아지는데, 이 피라미드는 회화 평면을 기준으로 반사되어 반대쪽에서는 관람자를 꼭지점으로 하는 새로운 피라미드가 생겨난다. 다시 말해, 회화 평면이라는 거울로써, 소실점의 존재는 반대편에 위치한 단일한 관람자라는 특권적 시선을 당연하게도 전제하게 된다. 이 시대의 시각예술 작품들은 하나의 고정된 관람 위치를 강제한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김광진_임종_합성수지_68×27×22cm_1990
손아유_예향색_종이에 수채, 목탄, 크레용_38×56cm_1997

사진술의 발명과 함께 신학적 원근법이 쇠퇴하며 단일 시각을 전제하는 미술 어법이 점차 해체되었고, 동시대 미술은 원근법주의를 하나의 참조 가능한 영역 정도로만 위치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티의 대칭적 피라미드는 정말 온전히 폐기되었는가? 낭만주의 이후 작품 내부의 구조는 철저히 파편화되었지만, 작품이 물리적 현실로 진입했을 때 관람자의 위치는 변경되었는가? 눈멂을 찬양하며 반시각적 태도를 고수했던 수많은 걸작들도 결국엔 관람이라는 미술의 관례에 예속되며 기존의 시각 체제 속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자리하지는 않았는가?

윤재우_수채화 정물_종이에 수채_66×50cm_1956
임상진_생명의 노래-519-14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227×162cm_2000

원근법의 내부 피라미드는 해체되었지만 외부 피라미드는 여전히 현존한다면, 그 꼭지점에서는 관념적인 항은 이미 제거되었을지 몰라도 관례적인 항이 불변의 상태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관례는 '직립 가능한 성인'이라는 단일 주체―특히 통계적으로 평균 키에 가까운―에만 함몰된 전시 방식을 의미하며, 이는 비단 평면 작품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더불어 터져나왔던 관람자의 움직임과 다시점을 요구하는 실험들도 결국 특정한 신체 조건을 만족하는 관람자를 상정하고 해당 눈높이에서만 가능한 방식을 영원한 보편으로 남겨놓을 뿐이다. 그렇게 동시대의 전시는 기획자 혹은 설치자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혹은 작품에 내재된 '최적의 감상이 가능한 시선'을 특정 계층의 눈높이에 짜맞추며 꾸려지고 있다.

전국광_적-변이_브론즈_16×36×34cm_1976
하수경_사람들_한지에 먹, 채색, 황토_177×132cm_1989

『그어진 적 없는 선』은 최적의 시선과 특권적 눈높이를 의도적으로 비틂으로써 관습적 시선의 획만이 덧칠되는 공간에 새로운 붓질을 더하고자 한다. 비단 새로이 탄생해온 매체를 기용하여 단순히 더욱 민주적인 장으로 옮아가는 것이 아닌, 오히려 철저히 시각적이고 전통적인 매체로써 체제 바깥에서의 변혁이 아닌 관례 내부로부터의 작은 움직임을 꾀하고자 한다. 발끝을 들어올리거나 무릎을 구부려야만 하는 이 미묘한 변화 속에서 관람자가 마주하는 것은 신체의 물리적 불가능성, 그리고 (그와는 결을 살짝 달리 하는) 약간의 불편함일 테고, 이로써 공간에 내재된 위계를 들추어내고 대안적 감각의 장을 열어젖힐 수 있는 반성적 상상력을 일깨우고자 한다. ■ 윤영돈

Vol.20220908b | 그어진 적 없는 선 LINES BEYOND THE PERSPECTIV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