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고른 장소

이설展 / LEESEOL / 李雪 / painting   2022_0908 ▶ 2022_0927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이설_그 자리 그대로_장지에 과슈_130×162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0)62.360.1271 shinsegae.com

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여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개최해 온 공모전입니다. 미술제 수상작가들에게는 개인전의 기회를 통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미술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년에 진행된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이설 작가의 초대 개인전입니다.

이설_사각지대_장지에 과슈_80×100cm_2022
이설_사각지대 자리_장지에 과슈_145.5×89.4cm_2022

작가는 폐허가 된 장소를 배경으로 삼거나, 그곳에서 발견된 사물을 화면 중심에 펼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버려진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소멸(消滅)과 생성(生成)의 시공간적 이미지를 화폭에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록과 재현적인 표현방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존재들이 머문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내포합니다. 작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풍경 속에서 이미 존재했던 사물의 이미지를 오려낸 듯한 '컷-아웃(cut-out)'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잘라낸 것과 같이 그 부분을 흰색으로 칠함으로써 상실과 부재를 의미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cut-out 3」(2021), 「cut-out 4-1」(2022) 등의 연작 역시 '컷-아웃'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과거와 그 모습이 사라져버린 현재의 모습이 중첩되어 현존과 부재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과거의 기억을 도려내 버린 것처럼 적막만이 흐릅니다. 더 나아가 「그 자리 그대로」(2022), 「사각지대」(2022) 작품들은 사물을 오려 내었다가 전에 있었던 자리에 붙여 놓은 흔적이 보입니다. 이처럼 이설 작가의 작업은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사물이나 소멸한 후의 잔해들을 통해 무의식 속에 저장된 기억들을 상기시킵니다.

이설_cut_out 4-1_장지에 과슈_130×194cm_2022
이설_cut_out 4-2_장지에 과슈_74.5×52cm_2022
이설_cut-out 1_장지에 과슈_84×60cm_2021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이설 작가는 "모종의 장소에 대한 성실한 고찰과 관심, 그리고 그 장소로부터 받은 묘한 느낌의 형상화를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는 미덕이 존재"하며, "묵묵히, 마음으로 밀고가는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폐허가 된 장소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관조하며, 자신만의 기법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이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잠시 기억의 저편에 숨어있던 장소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광주신세계갤러리

이설_사다리_장지에 과슈_130×89cm_2022
이설_손잡이_장지에 과슈_65×53cm_2022
이설_수도꼭지_장지에 과슈_53×45.5cm_2022
이설_날 수 없음_장지에 수묵_51.5×75cm_2022

장소는 시간을 기억하고, 폐허는 그 시간을 저장한다. 우리의 시간이 장소에 묻어날 때, 그 장소는 시간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기억이 된다. 이설의 그림에는 효용을 상실한 장소들이 갖는 적막이 가득하다. 목욕탕, 놀이공원, 놀이터. 이곳들은 사람들이 간혹 오가던 장소가 아닌 특정적인 목적이 있어 틀림없이 많은 사람이 모였을 장소들이다. 이설이 제안하는 장면들은 우리의 사적인 기억이 되살아나도록 촉발하는 장소들로 특정된다. '무엇이 남을 것인지는 시간이 가려낸다'는 독일 소설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말을 '장소'에 적용해 본다면 이설은 시간이 고른 장소를 보물찾기하듯 발견하는 여정 가운데 있다. (중략)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이설_시간이 고른 장소展_광주신세계갤러리_2022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간이 상실감이 가득하거나 슬픈 것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놀던 우리의 어린 시절이 이제는 과거에만 갇혀 있는 것이 적당히 시릴 뿐이다. 폐허를 바라보는 이설의 시선이 자신의 따뜻했던 기억의 조각을 꺼내어보듯 달콤하기에 우리에게 제시된 그 장면의 분위기 또한 그러하다. 쉴 틈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사라진 곳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이 공간의 마지막 방문자라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이설은 아무 방해 없이 그 공간을 차지하며 맘껏 누리는 방법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이설의 개인전은 시간이 선택하여 남겨진 공간에서 이설이 선택하여 살아난 사물들을 지켜보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이 고른 장소」 중에서) ■ 정희라

Vol.20220908c | 이설展 / LEESEOL / 李雪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