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링 Cornering

최고은展 / CHOIGOEN / 催高銀 / installation   2022_0902 ▶ 2022_1006 / 월요일 휴관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자 / 박성환

후원 / 서울문화재단 주최,기획 / 아마도예술공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한남동 683-31번지) Tel. +82.(0)2.790.1178 www.amadoart.org

반동, 전환, 휨 ● 본 전시를 진행하기 앞서 최고은 작가와 아마도예술공간은 건축물/도시를 모듈화했던 메타볼리즘처럼 소재의 최소단위를 전시공간으로 상정하는 작업에 대해 논의했다. 모듈화된다는 것은 결국 어떤 한 상태에서부터 다 떨어질 수 있거나 그것들끼리 다시 하나를 이룰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것이 특정 형태를 띠는 것일 수도 있지만 원본의 몸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작가의 조형언어가 다음 단계로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코너링』을 구상했다. ● 작가가 본 전시의 기술적 지지체로 활용하고 있는 '코너링(cornering)'은 특정 행위를 묘사하는 명사이지만 사물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또한 직선 운동하고 있는 물체의 좌, 우로의 방향전환, 혹은 그와 반대의 반향으로 튕겨져나가는 인체의 방향을 의식하게 한다. 이러한 전복지점에서 전시는 '코너링'을 각각 개념으로서의 '반동', 진행하는 '방향의 전환', 형태로써의 '휨'과 대응시키며 방식으로써의 공간적/물질적 특성을 무화하고, 구축하고, 해체하고, 파괴하고, 다시 정립하고, 다시 조립하고, 다시 정의하고, 다시 생각하고자 한다.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코너링: 반동 ● 최고은은 거대자본이 구성한 인프라와 시스템 안에서 생산되어 가장 많은 집에 보급이 되고, 다시 가장 많은 비율로 쓰레기가 되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스테디셀러 가전을 소재로 삼아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왔다.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상태의 무언가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하드 마테리얼이 지닌 에너지를 넘어서는 에너지를 가하는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틸, 알루미늄, 청동 등을 뜯어내고 꺾고, 자르고, 깎아내는 행위는 여타의 말랑말랑한 소재/대상에 대한 행위와 비교했을 때 내용 자체는 비슷하지만 소재 본연의 강도에 따라 폭력적인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면의 폭력적인 이미지를 연상시켜왔다. 작가는 이러한 일종의 폭력행위를 통해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단면들에 강박적인 거부감을 표했다. 「화이트 홈 월」, 「화이트 시리즈」(2017-2019) 등 가전의 외피를 모아 색, 부위, 규격과 같이 새로운 체계로 재배열하는 작업에서 드러나듯 그것을 감추기 편한 형태의 조형을 추구해 왔다. 팽팽히 당겨진 상태의 물질이 긴장된 상태에서 해방되었을 때 크게 튀어 오르듯, 작가는 P21에서의 개인전 『비비드 컷츠』(2021)를 통해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는 작가가 거부해왔던 드러나는 단면들을 수용하는 결과의 발현이다. 동파이프를 절개하고 갈라진 두 부분에 서서히 곡률을 넣어 행위의 반작용으로 인해 표현된 '내부를 드러내는 형을 취한 작업'에서 파이프는 그 자체로 상품이긴 하지만 하나의 원소로서 사용된다.

최고은_선베이크(Sunbake)_동파이프_50×55×150cm_2022 최고은_코너링(Corne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선베이크(Sunbake)_동파이프_50×55×150cm_2022
최고은_선베이크(Sunbake)_동파이프_50×55×150cm_2022

코너링: 방향 전환 ● 본 전시 『코너링』 역시 기존의 기성품을 해체/재구축하며 파생된 원소로 완성시킨 조각작업들과는 또 다른 최소규격에 대한 시도로 바라볼 수 있다. 작업에서 보여지는 규격-스케일을 탈피하고 기성품에서 나올 수 있는 스케일을 위배하는 작업, 해체와 재구축 과정에서 원본을 지워내는 작업을 연장시키려 한다. 한계를 조형으로 수용하는 방식 혹은 한계가 결정하는 조형을 인정하면서도 조형언어의 당위성을 만드는 '개념의 최소단위'를 실험하는 것이다. ● 최고은은 기존 작업의 제작방식과 유사한 개념으로 공간을 마주한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판이나 파이프 자재를 구부릴 때 원하는 곡률의 네거티브 목형이나 금형 몰드가 필요하다. 작가는 전시장 내부 벽체나 방의 스케일, 동선 등의 공간스펙을 '조각의 곡(코너링)', 즉 형태를 만들기 위한 몰드 요소로 활용한다. 분할된 내/외부공간들을 실측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곡률을 조각을 구성하는 단위/모듈로 삼아 재배열하였다. 한편 작가는 이렇듯 내/외부공간을 조형을 위한 틀로 활용해 아마도예술공간 건물을 하나의 큰 좌대로 삼는다. 실제로는 전시가 운용되지 않는 공간인 건물의 바깥면/윗면 (야외: 옥상, 2층 발코니, 온실 위) 곳곳에 올리며 전시공간을 조각의 최소단위로 상정하여 재료로 사용했음을 가시화한다. 또한 이는 작업의 소재인 파이프의 기능과 형태를 뒤집는 제작방식과 공간이 가진 기능(내피)과 형태(외피)를 대응시킴과 동시에 전복시킴으로써 새로운 실험과정으로 전환되었음을 알린다.

최고은_페어링(Pai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페어링(Pairing)_동파이프_가변크기_2022
최고은_트로피(Trophy)_ 동파이프_167×70×167cm_2022
최고은_트로피(Trophy)_ 동파이프_167×70×167cm_2022

코너링: 휨 ● 지난 『비비드 컷츠』에서 '자름'이 보였다면 『코너링』에서는 '휨'이 도드라지도록 구성한다. 「페어링」(2022)은 파이프의 몸체를 반으로 가름으로써 현현하는 정제된 상품 본연의 직선, 그리고 그로부터 멀어지려는 곡선의 힘과 대치를 나타내는 한편,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 '곡률'을 주어진 건축 구조에 입각해서 공간을 기준으로 펼쳐 보인다. 보색으로 대구를 이루고 있는 두 자성체는 공간이라는 팩터를 중심으로 중력에 거스르는 형태와 순응하여 자연스레 흐르는 형태가 조화롭게 공간을 점유하고 가로지른다. ● 무심히 온실 위에 놓여진 「선베이크」(2022)와 대충 그린 곡선의 흐름을 3차원의 공간에 올려둔 것 같은 「코너링」(2022)은 앞선 제작과정을 공유함과 동시에 외부에서 포착되는 가변적 시점에서 물질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방식과 조각가의 적극적인 행위를 교차시킨다. 특히 독립적인 개체라기보다는 주위와 반응하며 가변적인 형태를 취하는 「코너링」은 관찰자가 스스로 촉각적으로 더듬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 형태를 제시한다. 이는 작가 주체의 관점에서만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였던 기존의 수동적인 관람자의 시야를 확장시킨 것으로 이를 통해 공간을 둘러싼 각 코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각각의 형상들이 공간 단위의 매스를 감싸며 변형된다. 작가는 이러한 형식을 빌어 기성품의 흔적을 서서히 지워나가며 건물 자체를 딛고 자성하는 장면/단면을 작업의 최종 표면으로 취하고 있다. ■ 박성환

Vol.20220908d | 최고은展 / CHOIGOEN / 催高銀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