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안녕, 한남

김시은_김유정_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展   2022_0913 ▶ 2022_0926

아티스트 토크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 / 2022_0917_토요일_03:00pm 김시은 / 2022_0924_토요일_02:00pm 김유정 / 2022_0924_토요일_04:00pm

협력기획 / 땡땡콜렉티브 글 / 김강리_이아현_최수연 디자인 / 김강리

주관,주최 / 아쉬LAB

관람시간 / 01:00pm~06:00pm

아쉬LAB high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6가길 28-12 www.galleryahsh.com

2022 안녕, 한남 2020년부터 매년, 우리는 한남동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남동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어디론가 도망을 가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리저리 고부라진 골목길, 시멘트로 된 계단,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건물, 거주민, 보광로와 우사단로의 내음이야말로 곧 흩어질 대상이다. 전시 『안녕, 한남』은 "재개발로 사라지는 #039;한남#039;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아트 아카이브"로서 2020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두 차례의 『안녕, 한남』에서는 우사단길 일대에서 작업하는 작가, 활동가, 기획자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한남을 기록했다. 한편, 『2022 안녕, 한남』은 한남과 인연을 이어온 정도와 시간,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과 관심사가 각기 다른 세 작가로부터 출발했다. 땡땡 콜렉티브는 세 작가와 함께, 이들 각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태원-한남 일대의 생태를 전시로 풀어내었다.

김시은_입_혼합재료_16×20×19cm_2022
김시은_낯선풍경_캔버스에 유채_97×97cm_2022

김시은그래도 안녕 언젠가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서 이불 덮고 소리질러"(세븐틴, 「박수」)라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만난 적 있다. 처음에는 퍽이나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용기를 내서 한다는 일이 고작해야 이불을 덮고 소리치는 짓이라니. 속시원하게 억울함을 따지기는커녕, 속상함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서 쌓아놓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고,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김시은의 연작 『감정 덩어리』에서 방향을 모르고 맴도는 감정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얼핏 이 작품은 피규어와 형형색색의 스티로폼볼을 단순히 뭉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산뜻하게 반짝거리는 화려한 색감.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질척거리는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작업에 사용된 작은 구슬이 스티로폼볼이 아니라는 점에서 풍기기 시작한다. 작은 구슬처럼 보이는 것은 점을 찍듯이 켜켜이 쌓아올린 물감의 덩어리이다. 이 덩어리는 마치 찢어진 솜인형에서 튀어나오는 솜처럼 보인다. 일기를 쓰듯 물감을 쌓아올렸다는 작가에게, 『감정 덩어리』는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감정이 터져나오는 사건이다. 김시은의 회화 작업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이 #039;감정 덩어리#039;는, 하천이 범람하듯이 화면을 침범하고 점령해왔다. 그러나 「낯선풍경」에서는 어쩐지 조심스럽다. 식물과 식물처럼 보이는 장난감에 엉겨붙은 감정 덩어리가 시선을 끄는 이 작업은, 김시은 작가가 재개발을 앞둔 한남3구역에 위치한 작업실에 우연히 입주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한남3구역을 둘러보자. 비좁은 골목은 온통 잿빛 시멘트로 뒤덮여있다. 여기에 시멘트가 갈라진 틈을 비집고 올라온 잡초와 너저분하게 자리한 쓰레기 더미가 더해진다. 집집마다 내놓은 화분에서 느껴지는 손길은 어쩌면 "죽으라고 내놓은 화분에 몰래주는 물 같은 것"(김복희,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에 가깝다. 이제 한남3구역에 자리를 잡은 김시은을 만나보자. 그는 언제나 고군분투해왔다, 작가이자 어머니로서 두 역할 모두에 충실하기 위해. 이런 작가에게 가정과 분리된 작업실은 어떤 의미일까? 일종의 해방이라고 쓰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단지 공간이라 칭하기에는 섭섭한 구석이 있다. 자신의 작업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는 장소, 이 정도면 담백하다. 한남동은 김시은에게 점점 더 깊어져가는 일상의 감정과 단절된 풍경이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촘촘하게 들어찬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껏 드러내지 못한 감정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던 감정 덩어리가, 「낯선풍경」에서는 마치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아주 소심하게 자라난다. 아직은 혼란스럽고, 아직은 잘 알지 못하기에. 「낯선풍경」은 골목마다 묻어나는 해묵은 감정과 이방인이 몰고 온 어색한 감정이 조우하는 순간이다. 서로 다른 두 감정이 빚어내는 교류와 긴장은, 한남3구역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지금과 재개발이 불러올 낯선 미래를 닮아있다. 그 틈새에서 김시은 작가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래도 안녕! ■ 김강리

김시은_2022 안녕, 한남展_아쉬LAB high_2022

「낯선풍경」은 올해 초 한남동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한남동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업실로 가는 길들은 낡은 집들이 많이 모여있고, 주택들과 갈라진 보도블럭 사이로 자란 풀들이 허리높이 만큼 자라 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정원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낯선풍경」 속 식물은 한남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들로 멀리서 보이는 한남 3구역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지금 재개발이 진행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낡은 주택들은 한강의 풍경을 가리고 서있는 고급아파트와 비교되어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이 모습은 「낯선풍경」에서는 달을 가린 구름으로 표현되고 있다. ■ 김시은

김유정_Preservation_미네랄 오일, 드라이플라워, 프리저브드 플라워_가변설치_2022
김유정_Preservation_미네랄 오일, 드라이플라워, 프리저브드 플라워_가변설치_2022

김유정함께 산다는 것 아쉬랩이 위치한 이태원 우사단길의 한남동, 즉 한남3구역은 #039;한남뉴타운#039;이라는 재개발 사업의 대상 지역이다. 무려 2~30년간 재개발 논의가 이루어진 곳인데, 마치 언젠가 재개발되어 없어질 곳이라는 생각이 머물러있는 듯 이곳의 지형지물은 어느 시점에 고착화되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자. 운영을 멈춘 것 같은 가게도 막상 들어가 보면 누군가의 작업실로, 아지트로 활발히 쓰인다. 길의 중간중간에는 규모는 작으나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고, 종종 그곳을 찾아 골목길을 타고 온 외지인도 보인다. 이곳이 언제 뒤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일단 불안함은 뒤로하고 강해졌다 희미해지기를 반복하는 생명력에 주목해보자. 10년째 한남동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정 작가는 우사단길의 생태에 주목한다. 우사단길은 가파른 계단의 전후좌우로 가정집이나 상가가 늘어서 있는데, 이들은 고작 3층 정도의 건물이지만 지대의 높낮이로 인해 항상 그늘져 있다. 「틈」은 이러한 환경에서 한남동 곳곳의 계단 틈, 쓰레기 틈, 구석 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이끼와 잡초를 전시장에서 재현한 것이다. 이끼는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서 그리 긍정적인 식물은 아니다. 이끼가 있다는 건 볕이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끼는 실제로 자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끼는 흙이 무너지거나 공사 등으로 맨땅이 드러나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가장 먼저 정착함으로써 다른 생물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준다.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다른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고, 작은 동물에게는 안식처와 음식을 제공한다. 결국 이끼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부터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039;틈#039;은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혹은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거리를 뜻한다. 그렇다면 김유정이 관찰하고 재현하고자 한, #039;틈에 난 이끼#039;는 한남동 우사단길의 타고난 모양과 모서리들을 나타냄과 동시에 곧 뉴타운으로 거듭날지도 모르는 동네에 대한 양가적 시선을 보여준다. 결국 이끼는 한남을 바라보는 양극화된 시선, 벌어진 견해 차이를 메꾸고 이어주는 초록의 덮개로 작용한다. 한편, 건물 사이사이와 주택 마당에는 어디서 흘러온 지도 모르는, 연고 없는 식물들이 한남의 땅을 붙잡고 있다. 이렇게 한남의 생태를 이루는 잡초나 야생화, 마른 가지는 「Preservation」을 통해 특수 용액에 담겨 보존된다. 이들은 재개발 후 일정한 간격으로 들어설 아파트 건물과 잘 가꾸어질 조경에 비해서는 한없이 연약하다. 콘크리트에 덮일 이들의 운명은 오랜 재개발 논의로 지쳐버린 주민들의 체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안녕, 한남』에서 형성된 미약한 존재들의 군집은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 뿌리를 가진 이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우사단길의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유정은 촘촘하지만 비정형적인 녹색의 포, 그리고 한남의 야생식물 아카이브를 통해 어느 시점에 굳어져 버린 동네에서도 숨쉬기를 멈추지 않는 생명을 드러낸다. 전시장의 공기와 습기를 머금고 전시 기간에도 나날이 틈을 메꾸어가는 이끼, 연약한 존재를 보호한 채 햇빛을 머금은 한남의 야생화들. 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유다른 게 아닌 #039;함께 산다는 것#039;이 아닐까. ■ 최수연

김유정_2022 안녕, 한남展_아쉬LAB high_2022

한남동을 거닐다 보면 높은 고지대 특성상 참 많은 계단과 언덕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 사이사이 자리 잡고 자라나는 이끼들과 잡초를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은 지금의 모습이 시간이 흐른 후엔 어떻게 될까 생각하곤 해요. 아마 콘크리트에 덮이지 않을까, 더 이상 이 모습을 보지 못할까, 속상함과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제 삶의 터전이기도 한 이곳. 한남 3구역의 무수한 잡초와 이끼를 보며 이곳 한남동의 모습을 갤러리 아쉬LAB으로 옮겨 표현하고자 합니다. 꽃과 식물을 업으로 삼는 제겐 골목골목 무성하게 자라난 야생화와 이끼, 마른 가지, 식물은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들이에요. 이들을 하바리움이라 불리는 특수 용액을 담은 유리병에 담아보려 합니다.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절실한 요즘, 누군가에겐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거리의 무성한 잡초와 이끼, 잔디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들도 이 구역의 일원이었다는 것을요. ■ 김유정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_그랑드 올 오프리의 김 아주머니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22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_해밀턴 호텔 뒤에 산책로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22

Acron Cossrow부딪혀 흔들리고 움직이다 : Keep Painting and Living 길거리를 거니는 타인의 모습을 뻔히 쳐다보거나 사진으로 남기는 행위는 현 사회에서 무례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지인이 아닌 낯선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로 담는 행위는 피사체가 사진을 찍는 이에게 신뢰감과 책임감을 전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이러한 책임 아래 타인의 인생을 기록하는 자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회화, 사진, 조각 등 매체는 다양하지만, 본질은 #039;인간이란 무엇인가#039;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몰두하여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확장해 인간사뿐만 아니라 비인간 동물, 환경 등에도 주제를 확장해 #039;우리#039; 인간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묻는 철학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렇다면,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에게 있어 예술은 어떤 의미인가? 그에게 예술가로서, 페인터(Painter)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론 코스로우는 #039;정신없는(crazy)#039; 이태원의 밤을 확연히 포착한다. 그의 작품은 인물의 생동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무엇보다 엉키고 부딪히며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순간이자 삶이다. 「End of Curfew at GS25 on Noksapyeong Hill」(2022), 「Street Party at Guiness」(2022), 「Cocktails at Coley#039;s Bar」(2022)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밤거리와 유흥, 이태원과 한남동이라는 지역성을 드러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즉,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한국의 낯선 풍경. 그러나 한국인에게 낯섦으로 다가오는 감정이 이들에게는 평상시 쓰고 다녔던 가면을 벗기고 본능에 충실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유(freedom)이자 해방이다. 그렇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웃고 있으며, 그 웃음 자체는 자유를 의미하게 된다.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은 디오니소스적인 표상을 취한다. 그들은 난관에 부딪히거나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거나하게 취한 미소를 띤다.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처럼, 아니 슬픔을 알기에 그것을 잊으려 과장해서 웃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작가가 웃는 얼굴에 집요하게 몰두하는 낙관적인 삶의 태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는 #039;웃고 있는 얼굴#039; 뒤에 숨겨진 #039;웃지 못할#039;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포착한 인물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포착한 인물의 고단한 인생을 듣고, 그들이 발견한 행복의 진리를 자신도 찾기 위해 그리고 이를 감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실적으로 수집하고 묘사하여 강조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평평한 인물 초상화가 아니라 #039;입체적#039;인 인물 초상화이다. 작가는 직접 인물과 소통하고 그에게 촬영 허가를 받은 후, 작업을 시작한다. 작가에게 카메라는 피사체를 담을 수 있는 1차 수단이다. 또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되는 수단이다. 이렇듯 카메라는 작가에게 타인의 삶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회화 도구가 된다. 피사체로부터 허락받은 얼굴은 그림에 담겨 작가의 관점으로 써 내린 서사 아래 새롭게 탄생한다. 그의 초상화가 입체적일 수 있는 이유는 얼굴성(faciality)과 서사(narrative)의 관계가 얽혀 피사체를 두드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밀려오는 이태원과 한남동의 거리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헌사를 작가는 그림으로 바친다. 그들의 일터가 없어진 이후에도 모두가 그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작가는 한남동의 주민이자 기록자로서 그림을 그린다. ■ 이아현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_2022 안녕, 한남展_아쉬LAB high_2022

화가의 작업은 이웃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 안의 정수를 찾아내 화폭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하루 하루의 반복이 켜켜이 쌓여 시간이 묻어나는 물건들은 그의 작품에서 정밀한 묘사를 통해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는 시각적인 이야기로 바뀐다. 이 작업을 통해 그림 속 인물들의 가장 진실하고, 속일 수 없는 참모습을 담아내며, 옷과 사물, 표면의 질감들을 통해서 현대인의 삶을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해 낸다. 서양의 19-20세기 초상화가들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

Vol.20220911c | 2022 안녕, 한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