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세 가지 질문

박숙민_정안용 2인展   2022_0920 ▶ 2022_1029 / 일,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2 KAF 청년작가전

주최,주관 / 킴스아트필드미술관 후원 / 부산시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전시체험프로그램 진행으로 인한 사전예약관람제 시행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0)51.517.6800 blog.naver.com/kafmuseum @kaf_museum

상상의 세 가지 질문 ● 플라톤 이후 주류 서양 철학의 관심사는 아주 오랫동안 오로지 이성을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플라톤주의자들은 이성과 감성을 엄격하게 분리하며 이성 우위론을 주장하며 '상상력'을 감정의 산물로 치부하고 이미지와 결부된 저차원의 능력으로 폄하했다. 이러한 상상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바슐라르는 상상력을 인간 본성의 주된 권능으로 보았으며 이성 기반의 객관적이고 과학 중심의 세계만큼이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주관적이고 시학 중심의 세계 역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19세기,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리게 하는 힘인 상상력은 우리의 경험과 사고의 경계를 무한대로 넘나들며 비현실적이고 꿈만 같은 이야기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든다. 현실과 동떨어진 일들이 때때로 현실이 되면서 상상은 우리의 삶을 더욱 놀랍고 새로운 것으로, 예측 불가능한 '살아있는 것'으로 만든다. 이번 전시는 자신을 투영한 한 생명체와 본인이 즐겨 사용하는 색상에서부터 시작된 내면의 이야기에서, 오랜 시간 한 대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예술을 통해 그것을 재현하며 우리 세계의 이야기를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박숙민, 정안용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에 주목한다.

박숙민_파란,파랑의 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잉크_97×291cm_2021
박숙민_바람이 지나간 자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잉크_112.1×162.2cm_2020
박숙민_상상의 세 가지 질문-2022 KAF 청년작가전_2022
박숙민_상상의 세 가지 질문-2022 KAF 청년작가전_2022
박숙민_상상의 세 가지 질문-2022 KAF 청년작가전_2022

박숙민은 자신을 '치타'에 비유하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치타와 다양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은유한다. 때문에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몇몇 치타들은 본래 그들의 서식지인 열대초원 또는 사막지대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나타난다. 야생 그 날것의 존재인 치타와 그 뒤로 언뜻 보이는 도시의 실루엣이 함께 가져다주는 묘한 이질감은 작가 본인이 삶을 살아가며 겪은 복잡다단한 감정의 파란(波瀾)을 의미한다. 그는 최근 '파란'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의도적으로 중첩해 사용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작가의 이리저리 뒤엉켜 출렁이는 감정들과 함께 그가 즐겨 사용하는 풍성한 푸른색의 운용을 함께 나타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물결쳐 이는 감정과 함께 차차로 변화하는 계절과 자연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작가의 깊고 푸른 심연의 화면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에서부터 시작되어, 그의 마음속에 펼쳐낸 상상의 순간들이 그려져 있다. 상상과 은유를 통해 현실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그의 작업은 순탄치 못한 삶에서 어떠한 희망의 출구를 찾고자 하는 한 사람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정안용_드로잉_디지털 드로잉_93×57cm_2021~2
정안용_드로잉_디지털 드로잉_93×57cm_2021~2
정안용_드로잉_디지털 드로잉_93×57cm_2021~2
정안용_상상의 세 가지 질문-2022 KAF 청년작가전_2022
정안용_상상의 세 가지 질문-2022 KAF 청년작가전_2022

정안용은 무형의 연기를 수없이 중첩해 하나의 형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찰나의 순간 흩어져 없어지는 연기의 곡선을 마치 손에 잡힐 듯한 것으로 묘사하는 그의 작업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움인 '곡선' 그 자체에 대한 일련의 탐구적 실험과도 같다. 조각, 회화, 미디어 등 다양한 재료 또는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정안용의 작업은 최근 iPad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에 머무르고 있다. 작가의 새로운 회화 작업은 그가 오랫동안 다루었던 연기에서부터, 그것을 다루며 그 스스로에게 피어난 곡선에 대한 지극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공간을 차지하고 부피를 가지는 연기의 곡선을 직선의 보조선을 함께 이용해 2차원의 평면에 단순화한 선의 형상으로 옮겨오며 작가는 화면 속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여백 또는 발견되는 틈에 주목한다. 작가의 작업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이미지와 함께 어떠한 실체를 가지지 못해 너무도 쉽게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개인적인 철학적 고민과 미학적 탐구에 한 예술가의 자유로운 호기심과 상상을 더한 정안용의 리드미컬한 이미지는 우리로 하여금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짐짓 가늠케 한다. ●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혹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다룬 두 작가의 작업은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연속된 과정에서 찾은 그들만의 답변이기도 하다. 비록 그 질문들은 아주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들이 전시장에 내어 보인 답변들은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를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상상의 세 번째 질문이 남았다. 이는 바로 우리 각자에게 남겨진 몫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전시장을 가득 채운 두 작가가 상상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듯 우리는 저마다의 어떠한 상상을 통해 이 시간과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를 완성할 수 있는 그 마지막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은 바로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다. ■ 이지인

Vol.20220918d | 상상의 세 가지 질문-박숙민_정안용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