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머물다 간 자리

인터미디어Y_한영권_황동하展   2022_0920 ▶ 2022_0928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기획 / 인터미디어Y_CNP(한영권)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공휴일 휴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6길 33 (서교동 369-8번지) 1층 Tel. +82.(0)2.333.7217/7219 www.sfac.or.kr cafe.naver.com/seoulartspace @seogyo.center

생명의 빛, 파동 ● 식물은 동물과 달리 '잎과 뿌리라는 두 종의 입'을 가지고 있다. '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당분을 합성하며, '뿌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영양소들을 수분과 함께 운반하며, 생명체의 필수 에너지인 '당분' 또한 공급한다. ● 식물 성장에 주요하고 대표적인 영양소인 질소는 지구 대기 중의 70%에 해당한다. 대기 중의 질소는 수증기와 결합하며 우천 시 토양에 흡수되고, '지하의 입인 뿌리와 지상의 입인 잎'의 합작 과정을 거쳐 식물은 생장 번성한다. ● 잎에 의한 채광 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합성된 당분의 량은 식물의 생장과 번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에너지 공급원인데, 채광되는 빛은 '명사적 물질(입자)'이며 '동사적 파동'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인터미디어Y_홍대 일과(一過)_영상설치_00:03:00_2022
인터미디어Y_홍대 일과(一過)_영상설치_00:03:00_2022

벽과 문, 그리고 길 ● 세계 각 지역이 환경의 다채로움을 기반으로 발생하여,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인류의 삶과 공통적으로 발전한 '의식주(衣食住)'. 이중 대표적 인공물인 '주택'은 야생의 공간으로부터 인류의 공간을 분리해, 인류를 위협하는 야생동물과 거친 자연재해와 적대적 인류로부터 보호한다. ● 집은 구조적 특성상 크게 '벽과 문' 두 가지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벽'은 보호와 안전을 목적으로 외부의 야생 공간과 반영구적으로 격리시키는 '명사적 닫힌 구조'인 반면, '문'은 필요에 따라 '생존과 생활을 위한 수많은 길(道)들'에 대해 격리와 개방을 선택 가능한 '동사적 열림(이 가능한) 구조'다. ● 이후, 인류의 생활이 발달하며 벽과 문의 두 가지 특성인 '명사적 닫힘과 동사적 열림'을 겸비한 '창문'이 등장한다.

인터미디어Y_선택된 풍경-마포구 잔다리로6길 33_혼합매체_가변크기_2022
인터미디어Y_선택된 풍경-마포구 잔다리로6길 33_혼합매체_가변크기_2022

벽이자 문, 창문 ● '유리창'은 벽처럼 고정되어 있기도 하며, 문처럼 여닫이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유리 창문은 시각적 측면에서 실외의 풍광을 투과시키나 공간적으로는 격리시키는 벽이자, 공간적 측면으로 외부와의 격리와 이동을 선택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유리)문이 되기도 한다. ●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겐 실외의 풍광을 투과하는 고정된 유리창은 벽과 동일한 총체적 격리를 경험하고 체험하게 할 뿐이다. ● 이처럼, '시각적 개방이자 동시에 공간적 격리'라는 '유리'의 이중적 특성. 이것이 반영되어 "여성의 고위직 승급을 제한하는 사회적 문제"를 지칭하는 용어로 활용되는 것이 '유리천장'이고, 80년대 유행가 속에서 연인과의 가까워 질 수 없는 상황을 "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한영권_흘러내린 빛, 빗나간 바람_혼합매체_가변크기_2022
한영권_흘러내린 빛, 빗나간 바람_혼합매체_가변크기_2022

바람 눈, window ● '영영 어원사전'에서 'window'의 어원을 12세기 북유럽어로 'wind eye;바람 눈'이라 설명한다. 이는 '판유리' 발명 이전이라 창문은 나무판으로 만든 환기와 채광을 위한 '사각형 문'일 텐데, '원형의 눈'으로 비유한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 그래서, eye의 어원에 '12세기 고대 영어로, 구멍(aperture, hole)도 의미'한다는 설명을 참조하니 window는 의미상 '원형인 (바람의)눈'보다 형태를 특정하지 않고 기능과 특성을 일컫는 '바람(의 통로인) 구멍'이라는 설명이 보다 이해하기 쉽다. ●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판유리'가 발명, 개발되고 나무판 대신 '유리 창문'이 넓게 보급된 후, 1696년 영국에서 '창문세' 과세가 시행될 무렵. 당시 유럽인들은 실내에서 투명한 유리창(문)을 통해 야외의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와 나뭇가지, 풀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고, 바람이라는 현상을 발생시키는 대류로 인한 구름의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을 테니, 비로소 '바람(을 바라보는) 눈;wind eye'이라는 어원이 '사후적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영권_부푼 사회_아크릴에 인쇄_29.7×21cm_2022
한영권_부푼 사회_아크릴에 인쇄_29.7×21cm_2022

호흡, 신진대사 ● 판유리 발명이전, 나무판으로 만든 환기와 채광을 위한 '사각형 문'인 창문. 이는 보호 목적으로 분리된 실내외가 영구적으로 격리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개방된 문을 통해 거주자가 드나들 듯, 공기도 드나들고 햇빛도 들어올 수 있다. 이처럼 창문은 벽과 비교되는 문의 특성처럼, 영구적 격리와 밀폐, 그리고 차단과 은둔을 거부한다. ● 이는 마치 동물들의 생명 유지 조건인 '호흡과 신진대사 기능'들과 닮아있다. 호흡(呼吸)은 '이미 폐 속에서 산소를 잃은 공기를 내 뱉은(呼) 후, 산소가 함유된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시는 것(吸)'을 일컬으며, 신진대사는 '체내의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생명유지 활동'을 폭넓게 지칭한다. ● '호흡과 신진대사'처럼 모든 생명 활동의 기본적 특성이 끊임없는 움직임이듯, (창)문은 '생명 길(道)'을 향해 열림과 닫힘을 반복한다.

황동하_도시산수;서교유람2022#1_면천에 프린트 후 재봉질_62×440cm_2022
황동하_도시산수;서교유람2022#1_면천에 프린트 후 재봉질_62×440cm_2022

세상의 창, Windows ● 60년대 말, 선택된 몇몇의 인류만이 직접 밟아보고 접촉한 '달'. 이는 광학과 화학 기술로 기록되었고, 통신 기술에 의해 전 세계 인류들이 다양한 구조의 실내 공간에서 브라운관이라는 '전자적 창문' 너머로 클로즈업된 달을 바라보고, 슬로우 모션으로 어색하게 뛰어다니던 인류를 바라보게 되었다. ● 전자 및 통신 기술이 발달한 동시대.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정보의 상당량은 인공의 시각적 공간이자 장(field)인 '전자 창문, 디스플레이 패널'에 펼쳐진 '평평하고 납작한 존재- 이미지'로 조우한다. 그래서 '전자 통신 기술'의 집합체인 '컴퓨터'의 보급 초기. 일종의 문자적 암호체계인 '도스'로 등장했고, '시각적 이미지 체계'로 진화되며 'Windows(창문)'라 명명된 것 아닐까? ●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양한 시간적, 경제적 여건을 모두 포함한 조건 속에서 '전자적 창문인 디스플레이 패널'을 매개로 '세계의 다양한 입체적 존재들'을 '평평하고 납작한 이미지들'로 만나게 된다.

황동하_이념산수;금강전도2022#5_면천에 프린트 후 재봉질_50×250cm_2022
황동하_이념산수;금강전도2022#5_면천에 프린트 후 재봉질_50×250cm_2022

인공적 빛과 인류의 (광)합성 ● 유리 창문이 보급되기 이전, 서구의 목재 패널로 제작된 창문이나, 동북아시아의 한지가 사용된 창호문은 모두 '채광'을 통한 시야확보와 온기의 확보 및 살균과 '환기'를 통한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한 생리적 목적의 '생활의 지혜'였다. 이후, 유리창문의 등장으로 인해 앞선 기능의 목적을 보다 효율적이며 편리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 그러나, 브라운관과 디스플레이 패널이 발명 보급되며, 시공간적으로 먼 곳의 풍경들이 '전자 창문' 뒤에서 펼쳐지게 되었고, 이젠 전 세계의 풍경과 정보가 손바닥 위에서 인공적 빛으로 펼칠 수 있는 마법이 가능하게 되었다. ● 식물들이 천공의 태양빛이라는 파동을 매개로 당분을 광합성 하듯, 인류들이 손바닥 위에 인공적(artificial) 빛인 파동을 통해 펼친 '(광)합성된 평평하고 납작한 세계'.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전개하는가? ■ 황동하

Vol.20220920d | 어제가 머물다 간 자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