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호 VIVID CORALS

엄해조展 / EOMHAEJO / 嚴海祚 / painting   2022_0928 ▶ 2022_1004

엄해조_VireoⅡ-3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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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해조 텀블러_eomhaejo.tumblr.com

초대일시 / 2022_1001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인생무상'을 의미하는 '바니타스(Vanitas)'는 17세기에 성행했던 회화의 양식으로, 유럽의 예술은 물론 철학과 건축 전반에도 나타나는데,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그 형식이 절정을 이룬다. 당시의 네덜란드는 책과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권력과 부를 축적해 유럽의 중심이 됐지만, '행복'과 '즐거움'까지는 가질 수 없었다.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이 '행복'과 '즐거움'을 찾고자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정물화에 바니타스의 의미를 담았다

엄해조_VireoⅡ-4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22

바니타스 정물화는 죽음과 시간의 허무함을 상징하는 상징물들을 등장시켜 인생의 덧없음을 암시하는 알레고리를 담는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지식(앎)에 대한 욕구는 세상을 돌아가게 만들고 있으며, 사람들은 네덜란드 화가들이 '행복'과 '즐거움'을 찾고자 던졌던 앞의 질문들과 여러 형태로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나는 나의 삶에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작가로서 그림 속에 어떤 가치를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바니타스 정물화 속 주된 소재로 사용된 '꽃(찰나의 아름다움을 상징)'을 바다생물로 바꾸어 새로운 형식의 정물화를 그리게 되었다.

엄해조_VireoⅢ-1,2_캔버스에 유채_145.5×224.2cm_2022
엄해조_VireoⅣ-1_순지 3배접에 분채, 석채_60.2×174.5cm_2022
엄해조_VireoⅣ-2_순지 3배접에 분채, 석채_60.2×174.5cm_2022

나의 작업에서 바니타스 정물화의 형식 안에 화려한 색의 물고기나 말미잘의 생식기 모습, 바위나 해초 위에 쌓여 나가는 어류와 갑각류의 알의 모습 그리고 산호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들은 꽃과 비슷한 형태와 꽃만큼이나 화려한 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색'은 정물대에 놓인 그림 안에서, 타인이 감상하는 대상이 되는 순간 모든 형태와 '색', 즉 생명력을 잃게 된다. 그 생명의 허무함을 담아내기 위해 정물대 위에 '바다생물'을 그렸다. 그리고 최근의 작업에서는 생명과 죽음을 상징하는 소재인 '산호'가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물감을 바르지 않은 비어 있는 캔버스의 하얀 표면을 산호의 형태로 남겨놓는 방식은 나와 감상자 모두에게 이것이 '채움'인지 '비움'인지 모호한 경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며,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생태계의 죽음을 의미하는 이 흰색의 산호는 우리 문화에서 생명력을 뜻하는 색인 파란색으로 칠한 '푸른 산호'와 함께 잘 다듬고 꾸며진 모양새로 화면에 조화롭게 제시된다. 이러한 순간의 생명력을 담은 정물화 속 산호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며 더욱 빠르게 소모되어 가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 생명에 대한 허무함을 강조한다.

엄해조_VireoⅤ-3_캔버스에 유채, 비단에 분채_72.7×50cm_2022
엄해조_VireoⅤ-4_캔버스에 유채, 비단에 분채_72.7×50cm_2022
엄해조_Vireo22-3_옻칠지에 유채_33×70cm_2022

이번 전시에서는 초록빛부터 보랏빛까지 푸르른 빛을 지닌 산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바니타스 정물화의 양식이 아닌 풍경화와 정물화의 경계에 있는 푸른 산호의 정물을 통해 아름다움과 허무함, 생명과 죽음의 이중적 의미들이 그림의 화면과 감상자를 통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을 의도한다. 그리고 유한한 생명과 시간, 아름다운 것에서 나오는 허무함과 고독함, 인간이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22. 9. 16.) ■ 엄해조

Vol.20220928a | 엄해조展 / EOMHAEJO / 嚴海祚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