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무지개

강명구展 / KANGMYUNGKU / 姜明求 / photography   2022_0929 ▶ 2022_1008 / 일요일 휴관

강명구_골목길 #1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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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와이아트 갤러리 YART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3호 Tel. +82.(0)2.579.6881 yartgallery.kr blog.naver.com/gu5658

유토피아로 넘어가는 서울의 골목 풍경 ● 강명구의 사진은 동대문, 청량리, 제기동의 허름한 골목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의 사진이 담은 것은 서울 한복판에 남아있는 몇 군데 안 되는 오랜 골목 풍경이다.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의 때가 꼬질꼬질 묻은 이 장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나지막한 집들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허름한 동네는 고층의 시대를 지나 초고층 아파트의 시대에 진입한 세계적인 도시, 서울의 위상에 맞춰 깔끔하게 정돈될 것이다. 선적이고 비정형인 골목을 직선화하는 이 변화는 질서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속성이다. 그런 점에서 강명구의 사진은 현재로 흐르는 시간과 시대의 경향을 역행한다. ●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강명구의 골목 풍경은 컬러 사진이지만, 과거의 시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는 점에서 흑백사진처럼 다가온다. 거기에는 반세기 전 제기동의 홍파국민학교를 다녔던 어린 소년이 긴 시간 동안 삶의 질곡을 이겨내고 카메라를 메고 와, 다시 그 장소를 되찾으려는 사진가의 페이소스가 담겨있다. 그 시대 아이들에게 골목은 시끌벅적 지나던 등하굣길이자 친구들과 놀던 자유로운 놀이터였다. 그가 카메라를 들고 텅 빈 골목을 다니며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롤랑 바르트가 사형선고를 받은 젊은이의 사진을 보며 시간이 예외 없이 가지고 올 죽음에 전율을 느끼듯, 소멸 판정을 받은 동네는 곧 사라질 예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굴착기가 억세게 담벼락을 밀어붙이고 긁어낸 건축물의 잔해를 덤프트럭에 실어 내다 버릴 것이다. 강명구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를 붙들어 놓고 싶어 소멸 직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소멸한 존재를 기억하게 해주는 사진은 또한 그 소멸이 현실임을 얼마나 냉정하게 증명하는가. 사진이 그 냉정한 현실을 각인해 준다지만, 강명구의 작업은 사라질 골목의 모습을 보존하는 아카이브 목적의 스트레이트 사진의 차원을 넘어선다.

강명구_골목길 #2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22
강명구_골목길 #3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0
강명구_골목길 #4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20
강명구_골목길 #5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2

그는 허름한 무채색의 골목에 기억의 물을 들여, 자신의 가슴 한편에 마련해놓은 유토피아의 공간에 닿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거기에서 그가 사진으로 보존하고 싶어 하는 것은 골목의 가장 활기찬 모습이다. 어린 시절 상념 없이 행복했던 시간이다. 기억의 우물을 퍼 올리며 그는 페이드아웃된 골목 풍경에 자신의 마음을 덧입힌다. 골목길엔 행복했던 기억의 끈을 가시화하듯 무지개 색 실을 놓았다. 한 사진에서 색실은 어릴 적 땅바닥에 돌로 그리던 사방치기 놀이 모양을 하고 있다. 골목 군데군데 놓인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에서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자기 물건을 던져놓고 제기차기, 구슬치기, 다방구, 술래잡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의 신나는 마음이 보인다. 강명구는 과거에 더 가까이 닿고자 책상, 걸상, 책가방, 신발주머니, 필통, 교과서와 놀이 도구 같은 이제는 희귀해진 그 시절의 물건을 수집해 왔다. 그가 만들어낸 골목 공간에는 그 시대 아이들의 전형적인 물건인 검은 고무신, 사각 종이 접이 딱지, 원형 딱지, 구슬 등이 널려있다. 이 장치로 골목은 왁자지껄 생기를 얻는다. 골목은 유토피아 공간으로 변모한다. ● 그러나 '이발' '칠성 보살' '소변 금지'라고 써 놓은 누렇게 산화한 벽, 철거와 이주로 폐쇄된 동네의 벽에 금지된 자유를 발산한 젊은이들의 알파벳 낙서화, 곳곳에 버리고 간 물건과 쓰레기가 난무한 허물어져 가는 골목길, 폐허에 어울리지 않게 말끔하게 붙은 도로명주소 표지판, 이것이 골목의 현재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색실과 오브제들은 한때 현실 공간이었던 강명구의 어릴 적 골목을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공간으로 전환한다. 그의 사진이 표현하는 것은 이제는 유토피아가 되어 버린 생생했던 골목에 대한 기억이다. 그가 오브제를 설치하는 행위는 별다른 특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낡은 흑백사진에 현재를 개입시켜 과거와 현재, 현실과 미화된 기억의 교차와 공존을 허용한다. 그의 작업은 어릴 적 놀던 골목의 소멸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가슴에 묻는 예술 행위이다.

강명구_골목길 #6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0
강명구_골목길 #7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0

강명구의 사진에서 도시의 무채색 하늘의 끝은 옅은 무지개색으로 물들어 있다. 하늘의 색은 전경에 설치한 색실에 눈길을 뺏긴 관람자의 시선에 나중에야 들어온다. 강명구는 그렇게 자신의 무지개색 마음을 하늘에 입혀 진솔하고 소박하게 「스러지는 무지개」를 마무리한다. 이번 작업은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숨 가쁜 노동 현장과 도심 건물의 수많은 간판을 지워버린 그의 전작 『Double Comma』와는 사뭇 다른 제작 동기를 보여준다. 전작에서 강명구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과 속도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면서 우리에게 쉬어갈 것을 제시했다. 이번 작업은 어떻게 보면 강명구 스스로 자신의 작업 과정에 한숨 쉬어가는 쉼표를 찍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지난 7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과 학업에 매진해온 그가 이제 담론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한숨 쉬고, 오직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스스럼없이 하려는 그의 모습이 엿보인다. 예술 행위는 작가의 내면과 일치될 때 감상자에게 와 닿는다. 실과 오브제로 자신의 장소에 기억을 수놓은 강명구의 작업은 한 개인의 구체적인 장소에 얽힌 이야기이지만. 그의 사진을 보는 감상자를 그들만의 마음의 유토피아로 인도한다. ■ 이필

강명구_골목길 #9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2

스러지는 무지개 – 재개발로 인한 기억의 흔적 소멸 ● 도시 재개발은 노후된 주택이 밀집되어 있거나 공공시설의 정비가 불량한 지역의 주거 환경개선과 강남북의 지역균형발전등 다양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 재개발은 물리적인 현대식 건축물을 공급하고 도시 기반시설을 확충하여 지역 환경개선에 도움을 줌에도 불구하고, 전면철거 재개발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장소적인 특성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그 지역의 역사성과 정취가 있는 장소가 무분별하게 철거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요즈음 서울의 모습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의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운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그곳을 거쳐간 거주민들의 삶의 배경이 되는 공간인 집 골목 거리등 생활의 터전인 그 지역의 특성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그들의 삶의 흔적과 기억의 공간을 부정하고 장소의 영혼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본인는 50여 년 전 제기동의 홍파국민학교를 다녔다.그 시절은 사회 전반이 어려웠고 모든 물자가 귀한 시절이라, 국민학교 시절의 학교 주변 환경은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많이 열악하였다.그래도 나의 학교가는 길의 골목 골목 마다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무지개처럼 아련하고 새롭기만 하다.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어린이가 사라진 황량한 골목으로 변해 버렸고, 재개발의 파도에 휩쓸려 곧 철거 될 상황이기에, 어린 유년 시절 뛰어 놀았던 그 동네의 골목들을 남기고 싶어서 촬영하게 되었다. 그 당시 분명 동네 골목은 나의 어린 유년 시절의 '헤테로토피아'이었다. 부모님의 눈길을 벗어난 나만의 공간으로 친구들과 함께 골목 놀이로 마음껏 자유를 즐기던, 간섭받지 않는 공간으로 어린 나의 현실속의 '유토피아' 이었다.

강명구_골목길 #10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22
강명구_골목길 #11_무광택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81×106cm_2022

사진의 본질은 죽음이며 부재의 증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 존재는 자기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것으로부터 끊임없는 이탈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로, 항상 사유하고 반성 함으로써 자신을 넘어서는 미래를 향해 지금을 가꾸며 살아간다. 자신의 지나온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곳과 당시의 생활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곳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에서 사라지기 전에 사진에 담아 보는것은 지금의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수없는 자그마한 자신의 존재론적 보전 행위라고 생각한다. ● 본 작품은 재개발 되기 직전인 국민학교 유년 시절의 뛰놀던 동네 골목을 기록하는 사실적 측면과 친구들과 놀던 골목 놀이의 기억을 신발, 가방 등 오브제 및 털실로 연출하여 프레임 밖으로 연결 함으로써, 스트레이트 사실적인 것 및 연출되고 변형적인 것과 현실의 설치적인 것을 복합적으로 구성하여 작업하였다. 현존재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사라진 존재의 흔적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부재의 존재를 사라져 버릴 골목이라는 기억의 공간에서 함께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의일상에서 버려지고 잊혀져 사라져 가는 실체들을 지켜보면서, 사진속의 흔적으로 소환된 기억의 무덤이 되어버린 재개발의 실상과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재고해본다. ■ 강명구

Vol.20220929a | 강명구展 / KANGMYUNGKU / 姜明求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