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Purple

제여란展 / JEYEORAN / 諸如蘭 / painting   2022_1027 ▶ 2023_0119 / 월요일 휴관

제여란_Road To Purple展_스페이스K_서울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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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_Seoul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Tel. +82.(0)2.3665.8918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오는 10월 27일부터 제여란(b.1960) 개인전 『Road to Purple』을 개최한다. 지난 30여 년간 추상 작업을 통해 회화와 조형 언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제여란은 이번 전시에서 '보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색에 대한 실험을 이어간다. 스퀴지를 활용한 작가의 몸짓은 캔버스 안에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안에는 색과 색 사이 펼쳐진 빛의 다발, 재료의 점성에 따라 변하는 몸과 캔버스 간의 밀고 당기는 긴장과 조율이 공존한다.

제여란_Usquam Nusquam(The Phantom Of The Opera)_ 캔버스에 유채_300×450cm_2022 제여란_Usquam Nusquam(The Phantom Of The Opera)_ 캔버스에 유채_300×500cm_2022

캔버스에 길을 묻다.- Road to Purple 청계산 가파른 경사에 있는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0평이 넘는 공간이 드러났다. 입구의 오른쪽에는 80~90년대에 작가가 사용하던 판화 프레스기와 당시 작업했던 판화작품 몇 점 그리고 펼쳐지는 무수히 많은 유화 작품들이 있었다. 검소하지만 궁색하지 않고, 편리하지 않지만 부족함 역시 없는 그곳에서 나는 제여란의 작품을 만났다. 비닐하우스 구조상 곳곳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들은 그림을 여러 방향으로 기댈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했다. 그렇게 나는 추상의 숲속을 거닐었다. 스튜디오 방문 당시(2013년), 나는 한창 추상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가의 작품은 도록이나 사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을 때라 작품 중 수작 몇 점을 고르거나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의 경향을 보며 단체전에 필요한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들른 방문이었다.

제여란_Usquam Nusquam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0~18
제여란_Untitled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2×130.3cm_1997~2000

제여란 작가는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마치 개인전을 코앞에 둔 것처럼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장 대규모의 개인전을 열어도 손색이 없을 100점이 넘는 대형 작품들을 보며, 작가에게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라며 개인전을 제안했다. 그래서 열게 된 전시가 스페이스K 대구, 과천 순회전(2014.1 ~2014.3)이었다. 그때 특별히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녹색과 파란색 그리고 흰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200호(259x194cm) 크기의 작품과 그 비슷한 색 배분을 가진 정방형 1.82미터짜리 작품이었다. 당시 나는 차원과 퀀텀에너지에 관한 글을 많이 읽고 있었는데, 그 추상 작품들을 보며 우리가 2차원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때 3차원에 있는 존재가 고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유명 커피 브랜드의 브랜드 컬러이기도한 녹색을 좋아한 적이 없다. 녹색이 주는 편안함보다는 세련되지 못한 색이란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내가 녹색 넥타이와 셔츠를 사게 된 것은 아마 그녀의 스튜디오를 다녀온 후부터였던 것 같다. 자연은 물이라는 최고의 조각도로 산과 바위를 깎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힘의 부딪힘과 합의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진 잠재적 조율이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 뷰로 자연을 봤을 때는 이 산맥이 얼마나 높은지 보이는 계곡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깊은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제여란 작가의 작품 역시 그렇다. 도록을 위한 아카이브용 사진으로는 작가가 어느 부분에서 힘을 많이 주었는지, 어느 부분이 마르면서 시간이라는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는지, 어느 부분이 만져보고 싶게 생겼는지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그림 일부를 살짝 비스듬한 각도에서 풍경을 찍듯 사진을 찍어서 도록 표지로 썼다.

제여란_Usquam Nusquam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17~8

제여란은 스퀴지를 사용한다. 80년대 말 대학 시절부터 흥미를 느낀 판화로 공모전 대상(1989)을 받았고, 주력이었던 회화 대신 판화로 전시를 연 적도 있는 작가에게 스퀴지는 신체를 확장할 도구로 아주 적합했을 것이다. 92년 즈음부터 회화 작품에 사용한 스퀴지는 약 30년간 그녀가 주로 사용하던 화구였다. 또한 스퀴지의 사용은 몸과 캔버스 간의 밀고 당기는 길항작용의 찰나에서 작가에게 예기치 못한 미학적 쾌감과 성취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나라는 존재보다 좀 더 나은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이 든다. 그림을 완성한 후, 마치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닌 것 같이 주도권이 다른 곳에 있는 듯한 순간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스퀴지는 마치 장대높이뛰기나 골프처럼 자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들과 같다. ● 1987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유학을 고민하던 그녀는 포트폴리오를 들고 6개월간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을 다녔다.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었으며, 소련의 공산주의가 몰락 중이었고, 세계가 평평해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으나 여전히 장벽이 동과 서를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회화보다는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실험이 대세였던 시기였지만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A.R 펭크, 마르쿠스 뤼페르츠 같은 신표현주의 화가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때였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접한 후 그녀는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회화 작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990년, 인공화랑 대구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도쿄화랑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그녀는 다소 이른 나이에 화단에서 주목받았지만 1994년 인공화랑 개인전 이후 12년이 지나서야 다음 개인전(토탈미술관, 2006)을 열게 되었다. 세상의 인기나 관심과는 별개로 그녀는 쉼 없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80년대 말에 그린 형상이 드러나는 회화부터 늪이 연상되는 검은 그림을 지나, 재료의 물성에 따른 실험, 단색조의 회화에서 다채로운 색의 조합까지 넘어온 회화의 여정은 이제 막 'Purple'이라는 지점에 이르렀다. ● 80년대 중반 그녀가 판화로 제작했던 약도(혹은 지도) 작품들이 떠오른다. 지도에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이르는 두근거림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사이에서 여전히 그림을 이용해 도착점이 없는 지도를 만들고 있다. 무언가를 찾거나 되고자 하는 구도자의 길 ('되-ㅁ'; Becoming and Becoming', 2000~2006)을 지나 그곳이 무엇이든 무엇이 아니어도 좋은 ('Usquam Nusquam; 어디든 어디도 아닌', 2007~ 현재) 자연스러운 순간을 너머 이제 'Road to Purple'이라는 정류장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그녀의 보라색 그림은 성과 속, 빛과 어둠의 싸움에서 그녀가 조율한 지점이며, 그녀가 지금 막 도달한 경지이다.

제여란_Road To Purple展_스페이스K_서울_2022

그녀는 1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붉은색 물감을 덜어 투명 아크릴판에 올린다. 곧이어 파란색 물감을 덜어서 스퀴지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빨간 물감과 섞는다. 마치 달궈진 철판 위에서 조리하는 숙련된 요리사의 몸짓으로 조색한, 바이올렛과 퍼플의 경계를 오가는 색 덩어리 혹은 빛 덩어리를 스퀴지에 실어 캔버스에 펼쳐낸다. 다리를 최대한 벌린 채 회전 운동의 축을 만들고 찰나를 이용해 캔버스를 치고 나간 동작은 강한 회전 운동으로 물감과 함께 캔버스에 퍼진다. 만약에 그녀가 생물학적으로 더 크게 태어나고 물감과 캔버스의 크기를 감당할 충분한 힘이 있었다면 그녀가 스퀴지로 만들어낸 선은 지금의 곡선이 아닌 직선이었을까? 그녀는 결국 이렇게 자기 신체가 할 수 있는 최대 범위로 자신의 길을 닦고 있다.

제여란_Usquam Nusquam_캔버스에 유채_162.2×162.2cm_2020
제여란_Usquam Nusquam_캔버스에 유채_110×110cm_2022

보라색은 힘이나 높은 차원을 상징한다. 동서양의 종교 지도자 혹은 권력자들이 사용했던 색이기도 하다. 제여란이 빨강과 파랑의 혼합으로 만든 퍼플과 바이올렛을 넘나드는 이 색은 흰색과 검은색의 도움으로 캔버스 안에서 격정적이면서도 평화롭게 자리한다. 빨강과 파랑, 냉정과 열정, 권력의 망토와 크라운 차크라의 고결함 사이, 그 가시권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또다시 스퀴지를 밀고 당기며 캔버스에 길을 묻는다. ■ 이장욱

제여란_Road To Purple展_스페이스K_서울_2022

Space K, the art & culture sharing space of Kolon Group (Magok-dong Gangseo-gu), is pleased to present a solo exhibition of Je Yeo Ran (b. 1960), Road to Purple, open from October 27, 2022. Je has persistently pursued her own artistic language in form and painting through abstract works. In this show she puts 'purple' in front, continuing her experimentations with colors. The artist's gestures by squeegee create a new universe inside the canvas. There's a bundle of light spread between colors. In addition, the tension and coordination between the body and the canvas that changes with the viscosity of the material coexist.

Asking Paths on Canvas ● ■ - Road to Purple Upon entering a greenhouse on the steep hill of the Cheonggye mountain, I was welcomed with a vast volume of space, maybe over 330 m2 wide. To the right of the entrance was a print press that the artist used in the 80s and 90s, some prints that were made during those years, and many oil paintings. At a place, neat and plain but not destitute, not very convenient but not in need either, I came to meet her work. Metal structures in the greenhouse also provided support that her work could be placed against. There I walked through a forest of abstract art. In 2013, when I visited her studio, I was preparing a group exhibition of abstract art. Hence, I was already aware of some of her art indirectly through catalogues and pictures. I went there to choose some of the best and get a glimpse of her ongoing projects, as well as to talk about which ones would be good for the show. ● Je Yeo Ran was absorbed in her work as if she were facing an imminent exhibition. Looking around at what seemed more than a hundred paintings, I said to her “Everything looks ready for a solo show." The shows were in Space K Daegu and Gwacheon (Jan~Mar 2014). Two pieces particularly caught my attention. The first was a harmonious painting (259x194 cm) of greens, blues, whites and browns. The second was square in format (182x182 cm) and of a similar palette. At that time, I was interested in quantum mechanics and I was reading much on the subject. Looking at her work, I had a feeling as if some entity in the 3-dimension was looking down at a 2-dimension world – the world where we struggle with everyday life. I personally never liked greens, (like the one of a certain famous coffee brand). But having visited her studio, I remember I began to buy green shirts and ties. Nature shapes the mountains and rocks with the best sculpture tool -a knife called water. There are collisions and reconcilements between various forces and finally, rendered potential tunings. Viewed high above from satellites, it is hard to tell how high the mountains are and how deep the valleys are. This is also the case with Je Yeo Ran's paintings. Seeing the pictures, it is not easy to tell where the artist placed force, or which part was helped to dry by time, or which part induces touching. Therefore, we took pictures for the catalogue cover lit diagonally to render the textures. ● Je uses a squeegee. In 1989, she was awarded the grand prize for her print work. This was the medium in which she had mostly been engaged in since her college days in the 1980s, as up until then she had yet to exhibit any painting. In the intervening thirty years since she first painted with one, it has provided esthetic pleasures and achievements, and in this sense particularly in the moment-by-moment playful interactions between her body and the canvas. ● "I feel extraordinarily rewarded when a work is done which I think is better than what I am. It is as if the hegemony is somewhere else, and it seems the painting is not mine," she says. It sounds like the squeegee is some tool to get over an obstacle, just as is the case with a pole vault or golf club. ● In 1987, when she was about to graduate from graduate school, she considered studying abroad. She roamed all over Europe with her portfolio for 6 months while based in Germany. It was before the fall of the Berlin Wall, the communist USSR was crumbling and the world was moving towards a new openness, but still, there was a great barrier running between the East and the West. At the time, photography and some experimental media arts were dominant, rather than painting. However, Neo-expressionist artists like Anselm Kiefer, Georg Baselitz, A. R. Penck, Markus Lüpertz were also catching on in the art scene. After the exposure to the masters' works in Europe, she decided to continue her painting work in Korea. In 1990, she had solo exhibitions at Inkong Gallery Daegu and Seoul, and later participated in a group show in Tokyo. Though she caught attention at quite an early age, she had her next solo exhibition at Total Gallery, 2006, which was only in 12 years since the 1994 Inkong Gallery show. Well-apart from the popularity or interest of the community, she was making her own path tirelessly. From the paintings of the 80s, where figures were manifested through dark images reminiscent of swamps, to experiments with materials from monotones to multi chromatics, her painting journey eventually arrived at 'Purple.' ● I remember her 'map' prints done in the mid-1980s. A map can give a mild thrill for an unexpected new place leaving one's familiar one. She has been drawing a map without a destination via painting, between the road taken and to take. Travelling the path of a seeker to become or to be something, her 'Becoming and Becoming' series (2000~2006), through a state of being with nature that one can be something or not necessarily anything, her 'Usquam Nusquam' series (2007~present), she arrived at the 'Road to Purple.' The purple that she now presents for the first time could be a state she has achieved through reconciliations between sacredness and the mundane, light and darkness. ● She still puts red paint on a transparent acrylic plate just as she did 10 years ago, and then blue. She is quick to blend them with a squeegee. Just like an experienced chef who cooks on a sizzling hot steel plate, she unfolds with swift strokes of the squeegee a body of colors or light between purple and violet. With her feet wide spread, she serves as a pivot for the movements and rotations. Lightening swoops on canvas shape colors alive. If she had been born larger physically, and had enough strength to cope with the mass of canvas and paint, would the lines she made be straight rather than curves? She is paving her own path with the full power she can exert with her body. ● Purple is a symbol of power and a higher plane. It is also the color that religious leaders and men of power of the East and West prefer to employ. This color that exists somewhere between purple and violet sits on the canvas both harmoniously and passionately. On the very edge of the visible range, between red and blue, passion and calmness, the cloak of power and the noble crown chakra, she is asking paths on canvas while swaying her squeegee. ■ Jang-Uk Lee

Vol.20221023d | 제여란展 / JEYEORAN / 諸如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