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투어

김소라展 / KIMSORA / 金素羅 / photography   2022_1014 ▶ 2022_1023

김소라_구드래-흰색의 터95/22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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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인스타그램_@pps_photo_cav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 / PPS 협력 / 대안예술공간 생산소_바인드_히스테리안

관람시간 / 12:00pm~07:00pm

스튜디오 부여 studio buyeo 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76 Tel. +82.(0)41.832.1126 @studio_buyeo

모든 장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1) ● 사진은 장면을 기록한다고 하지만, 기록된 장면은 희미한 기억으로 남게 되고 빛바랜 앨범 안에 박제된 채 존재한다. 잦은 이사를 통해 어릴 적부터 보관한 앨범은 꽤 많이 유실되었다. 엄마는 유실된 사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어차피 꺼내 보지도 않았을 먼지만 쌓여있기만 한 사진들이 없어졌다고 해서 내게 소중했던 것을 잃어버렸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추억은 내게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확신했고 희미해진 사진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 빛바랜 앨범 속 필름 사진을 통해 김소라가 말하고자 하는 장면의 세계는 무엇일까. 장면의 세계를 담고 있는 김소라의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첫 개인전의 장면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 김소라의 첫 번째 개인전 『사진 동굴』(2021.11.27.~12.13)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오래된 필름 사진을 마주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1979년 경주 유적지 앞에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찍힌 사진 속 장소를 유추하며 2020년 경주를 방문해 사진 속 장소를 찍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그곳을 다시 찾아가더라도 옛 자리를 완벽하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김소라는 1979년 사진 속 이미지를 조각내고 분리하고 2020년의 사진을 동시적으로 중첩시키는효과를 의도한다. 이미지를 조각내고 재구성하는 행위에서 교차한 이미지와 그렇지 못한 것 이미지 사이에는 여백이 발생하며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은 희미해져 간다.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기억 속 인물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 는 흘러가는 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사진 속 장면은 박제된 것일까?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을 담지 못하기에 효력이 없는 것일까.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돌아가신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간직한 사진에서 떠오르는 장면 하나. ● 아버지의 흔적을 경주에서 찾고자 했을 때, 어떤 감정이 밀려왔을까. 1979년과 2020년의 사진에서 존재하지 않는 그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사진은 감정이 매개된 눈이 될 수 있을까. 맴도는 질문을 안고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감정과 사진의 흔적에서 나는 작가의 슬픔을 엿보려 했음을 알게 됐다. ●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발표한 김소라의 두 번째 개인전 『복순투어』(2022.10.14.~10.23)는 1958년 부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연고 없는 '진복순'의 옛 사진을 좇고 기억을 중첩한다. 관계 맺은 인물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간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오직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사진뿐이다. 오랜 시간이 축적된 사진 앨범, 이번 작업을 위해 원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김소라가 첫 번째 개인전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조각내기와 중첩하기를 통해 기억의 자리를 호출했다면 이번 진복순의 사진은 발굴과 복원하기를 통해 회억2)의 자리를 그려본다. 기억과 추억은 과거의 시간에 따른 경험을 의미하기도 하며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힌 어떤 사건과 상황이 모여 '자신'을 이루기도 한다. 이번 『복순투어』를 회억의 자리라 일컫는 이유는 연고도 없는 진복순의 사진에서 우리가 마주했던 각기 다르지만 공통된 경험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김소라는 부여에 도착하여 자신에게 개인적인 시간이 기록된 사진을 낯선 이에게 선뜻 내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만남은 곧장 동행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낯선 인물의 사진 뒷면에 새겨진 메모는 장소의 위치와 함께한 이가 적혀있었고 김소라는 그 장소를 유추하며 고고학자가 되듯 기억의 지대를 파헤쳤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파헤친 흔적에서 온전한 것은 없었다. 그중 의도적으로 얼굴을 지운 낙서와 녹아내린 흔적이 사진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93년도 규암초등학교 앞 졸업식이 끝나고 온 가족과 함께'라고 적혀진 사진에서 우린 어떤 사연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가을의 계절감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부여로 김소라는 『복순투어』를 제안했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진복순의 포즈를 따라 한다. 낯선 이의 사진 속 포즈 따라가며 기억의 언저리에서 스쳐 지나간 장면이 떠오른다. 『복순투어』는 진복순의 유실된 장면을 건져 올리기를 시도하며 우리에게 복순 '되기'를 요청한다.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기억하고 싶지 않고 지우고 싶은 얼굴로부터 떠오르는 장면 둘. ● 디지털 사진이 아닌 필름 사진의 세월의 빛바램은 새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은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흔하디흔한 노랫말 가사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것에서 시간의 야속함은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잊히리라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갔을 때, 발끝을 저리게 만드는 감각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 속 얼굴이 사라져 갈 때이다. ● 내게 유실된 사진 대부분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들이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군 입대 시절 건강했던 사진이 모여 있는 사진 앨범이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향에 남아있는 집기를 자연스럽게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해 사는 나의 작은 원룸에 가지고 오기 쉽지 않았고 또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 여겼고, 돌아가신 아버지 영정사진과 함께 건강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중 바닷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사진 몇 장을 간직한 채 앨범을 고향에 버려둔 채 떠나왔다. 하지만 부여에서 마주한 진복순이 대천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으로부터 웃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졌다. 기억 속 지워졌고 사라졌다고 여겼던 얼굴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고 표정이 그려졌다. 2022년의 여름은 예상보다 높은 강수량과 폭우로 인해 곳곳에 우천피해가 뉴스속보로 보도됐고, 충청남도 부여 또한 피해가 컸다. 그 중 진복순이 거주하는 동네가 가장 피해가 심했고 앨범 대부분이 소실됐다. 박제된 채 버려온 나의 앨범 또한 행방을 알 수 없기에 소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순투어』는 훼손된 사진이 완벽하게 복구될 수 없더라도 우리의 장면 속 얼굴이 사라져 가지 않길 바라며 잃어버리고 잊혀간 슬픔과 상실의 자리를 돌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김소라_복순투어展_스튜디오부여_2022

우리는 모두 잊히고 지워질 장면이다. ● 슬픔과 상실의 자리가 우리의 삶 한쪽에 차지했을 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따른 그리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장면은 사라지기에 사라지지 않는 바람이 그리움을 키워낸다. 개인의 기억과 맞닿는 다수의 기억이 세월에 맞물린다. 필연적으로 발생한 사라짐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그 무언가를 쌓여 나가기를 바라며, 그렇게 우린 『복순투어』의 장면을 통해 사라짐과 상실의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 강정아

1) 작가의 첫 장의 문장이자 번역자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했다. 아니 에르노, 『세월』, 308쪽 1984 출판사, 2019 2) 과거를 단순한 회상의 대상이 아니라 구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현장화시키는 기억의 실천이다. 김남시, 「과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발터벤야민 회억개념」, 247쪽, 2014

김소라_졸업식 끝나고 온 가족과 함께93/22_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22
김소라_복순투어_단채널 비디오_00:06:10_2022

오래된 사진으로 들어가는 여행1. 사진 찍는 행위를 둘러싼 움직임과 관계를 따라서 우리는 사진 속으로 들어간다. 구드래 조각 공원, 대천 해수욕장, 낙화암과 같은 명소들을 방문하여 우리는 일종의 의식처럼 그 공간과 자신을 담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기'의 의식은 가족, 친구, 동료를 포함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을 공유하는 수많은 존재들과 함께 이루어지며,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진이라는 매체와 함께 우리가 자연스럽게 수행해온 삶의 일부다. 이 의식 속에서 우리는 공간을 이동하는 여정 중 잠시 정지한 채로 포즈를 취하여 공간과 연결된다. 이와 같은 공간과의 접속의 순간은 사진 이미지로 기록, 저장된다. ● 작가는 이러한 사진 찍기의 의식, 행위를 들여다보고, 사진 속 과거와 현재 사이에 통로를 만든다. 작가는 부여의 명소들과 함께 자신(복순)을 기록한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가며 사진 속 복순의 포즈를 따라하는 워크샵(복순 투어)을 통해 '사진 찍기'의 개인적 여정을 다양한 관계들로 확장하고, 사진에 찍힌 장소들로의 접속을 시도한다. 작가와 함께 오래된 사진을 둘러싼 새로운 여정에 참여하는 몸짓, 행위들은 정지된 사진을 재구성하는 힘이 된다. ● 오래된 사진과 그것을 재현하는 사진 찍기의 행위 사이에서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는 여정으로서 사진과 함께하는 삶의 감각이 드러난다. 그것은 정지된 이미지로 남겨진 사진 외부의 것들 – 사진을 찍는 순간의 묘한 긴장과 장소들을 이동하고, 포즈를 취하는 순간들, 그리고 사진과 사진 사이의 시간과 장소의 보이지 않는 간격들을 바라보는 것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 외부의 간격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이 충돌하고 사진 속으로 들어가는 의식이 전개된다.

김소라_복순투어_사운드_2022

2. 오래된 사진 속에서 한 사람(복순)은 사진의 공간과 시간을 기념, 혹은 기억하기 위한 포즈와 이동을 수행한다. 그리고 작가가 주최한 워크샵(복순 투어)에서 오래된 사진의 장소와 포즈를 재현하는 새로운 기념의 행위 속, 부여의 관광지들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공간적 움직임과 함께 오래된 사진과 새로운 사진 사이 시간의 좌표가 움직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시간대에 찍힌 같은 장소의 사진의 재구성 속에서 흐릿하게 엉켜있다. 서로 다른 사진이 겹쳐서 만들어낸 이미지는 사진을 둘러싼 세계의 운동을 담고자하는 새로운 여정으로 나아간다. 복순의 사진을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 오래된 사진의 포즈를 따라하는 정지된 움직임은 사진을 통해 사진 속 공간을 재방문한 현재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현재의 행위와 맞물려서 오래된 사진이 다시 움직이도록, 현재와 나란히 놓이거나 겹쳐서 다른 이미지로 나아가도록 만든다. 현재와 과거 사진 속 같은 자리의 배경은 동일한 공간이기도 하고 세월과 함께 변화된 다른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사진이 나란히 놓이거나 겹칠 때, 그것은 오래된 사진의 빛바램과 새로운 사진의 다른 질감 속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시간을 담아내기도 한다. 같은 공간들을 가로지르는 과거와 현재의 행위(포즈, 사진 찍기)는 사진의 시간을 몽타주하여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새로운 틈새를 만든다. ● 작가는 동일한 포즈를 매개로 다른 시간대의 같은 장소를 겹쳐 놓는다. 겹쳐진 이미지는 선명하지 않거나, 깨지고 부서져 있는 디지털 이미지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부여의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는 여행의 기록인 동시에 우리가 사진이라는 매체와 함께 살아가면서 경험해온 흐릿한 기억의 시간 여행을 형상화한다. 작가의 작업은 이렇게 사진 속에 숨겨져 있는 흐릿한 기억에 다가가려는 몸짓이다. 사진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화, 출력하고, 변형하며, 겹쳐놓는다. (과거) 사진의 장소를 (현재 시점으로) 다시 사진 찍는다. 이러한 사진의 행위 안에서 사진을 둘러싼 경험의 다양한 질감들이 환기된다. 사진 속 흐릿한 표정과 얼굴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카메라의 렌즈를 바라보며 취하는 어색한 몸짓과 감정, 그리고 사진의 장소들에서 들리는 소리들의 기억과 상상이 사진에서 흘러나온다. ● 사진 안에 담겨 있지만 사진에 드러나지 않은 것들, 잠재되어 있는 것들은 이러한 소리와 움직임들이다. 『복순 투어』는 이 움직임을 따라가고, 그 움직임을 포착 하려는 시도들로 구성된다. 사진 안에 들어 있는 세계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몸짓은 그 사진의 포즈를 다시 취하듯이 사진을 매개로 만들어낸 노래로 이어진다. 사진 속 파묻혀 있는 것들 속에서 길어 올린 노래들은 사진 속 세계가 이미지로 전하고 있는 것들과 이어져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들,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시공간의 여정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불러내는 또 다른 의식이며, 사진과 함께하는 하나의 놀이가 된다. ● 이와 같은 놀이, 혹은 의식을 통해서 우리는 오래된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사진을 둘러싼 세계와 함께 다시 살아가는 여행을 계속한다. 『복순 투어』는 이 여행의 기록인 동시에 현재 이어지고 있는 여행의 이름이다. ■ 유지완

Vol.20221024b | 김소라展 / KIMSORA / 金素羅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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