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의 흔적 Traces of the Mind

백순공展 / PAIKSOONGONG / 白淳共 / painting   2022_1028 ▶ 2023_0219 / 월요일,1월 1일 휴관

백순공_실상과 허상의 공존_캔버스에 유채_145.8×145cm_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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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2 경남작가조명展 2022 G-Master

관람료 성인(25세 이상~64세 이하) 1,000원(단체 700원) 청소년,군인(중·고등학생을 제외한 19세 이상~24세 이하 및 부사관 이하 군인) 700원(단체 500원) 단체_20명 이상 / 장애인, 유공자, 65세 이상, 18세 이하의 어린이 및 청소년(19세 이상 중·고등학생이면 포함)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1월 1일 휴관 10월 28일~12월 31일 매주 수, 토요일_10:00am~08:00pm 운영상 휴관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여 지정하는 날 휴관

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퇴촌동 산134-1번지) 2층 전관 Tel. +82.(0)55.254.4600 www.gyeongnam.go.kr/gam

경남도립미술관은 경남 지역 미술의 흐름과 미술사적 가치를 연구하는 지역작가조명전의 일환으로 『백순공 : 선線의 흔적_Traces of the Mind』展을 마련하였다. ● 백순공(1947-2021)은 평생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으로 구상과 추상, 실상과 허상, 실재와 부재, 무한과 유한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며 새로운 회화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했다. 1970년대 「Group-X」를 통해 전위적인 미술을 전개하고 1980년대 『현대미술상황』展에 참여하며,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동세대」그룹 활동으로 새로운 회화를 끊임없이 제시해온 작가는 모더니즘 미술의 회화 매체의 순수함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 가지는 저항적 의미를 동시에 수용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선적 線蹟 형식의 화면은 추상 회화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모더니즘이 강조하는 회화 매체의 순수함과 시각성의 틀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았다. 형 形, 선 線, 색 色, 행 行으로 이행되어가는 그의 추상적 양식 내면에는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개념화하며 나아가 유동하는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즉 '생각임과 동시에 하나의 행위이며 개념형성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적 회화의 전개는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유효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 작가의 과업을 전기(1974-1996), 중기(1997-2001), 후기(2002-2021)로 나누어 볼 때, 1970년대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화면은 형 形, 선 線, 색 色에 대한 드로잉적 접근을 통해 실제의 재현화 연구, 상징적 추상화 연구, 감성의 형적화 연구의 과정으로써 시각화 되어간다. 이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무화시키며 이미지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전기와 후기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기는 인쇄물이나 일상적 사물의 콜라주, 사진을 활용한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며 적극적인 조형 실험을 거친다. 이 시기는 전기부터 중점적으로 지속해온 형식연구에서 점차 주제의식을 강조해 나가는 유의미한 계기로 볼 수 있다. 후기인 2002년부터는 화면, 매체, 공간 등에 대한 유기적인 사유와 더불어 화면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방식을 구축한다. 나아가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해온 선적 線蹟 형식은 작가의 수행적 태도로 무수히 반복되며 집적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작가는 '그리는 행위'Drawing, 와 '선적'線蹟 Line traces 형식, 즉 살아있는(있었을) 몸의 흔적들을 통해 구상과 추상, 순수와 혼합, 평면과 공간 등의 조형적 이항대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실상과 허상, 실재와 부재, 무한과 유한의 주제 의식을 실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체득해왔다. ● 이번 전시는 교육자로서의 삶 이면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묵묵히 고군분투한 작가로서의 '깊은 흔적'들을 늦게나마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예술의 형식과 전위의 역설적인 관계를 의식하며 새로운 회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백순공의 50년 작품 세계를 통해 그가 과거에 머무르는 작가가 아닌 동시대와 끊임없이 교차 될 수 있는 작가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1. 실상과 허상의 공존에서 ● 백순공의 전기(1974-1996)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되는 공간으로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조형 실험이 드로잉 연구를 통해, 형 形, 선 線, 색 色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실제의 재현화 연구, 상징적 추상화 연구, 감성의 형적화 연구의 과정을 시각화하는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무화시키며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백순공_실상과 허상의 공존_캔버스에 유채_161.8×130.4cm_1976

1-1. 형 形 : 실제의 재현화 ● 1970년대 '실상과 허상의 공존' 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다수 확인된다. 주로 종이에 색연필로 드로잉한 작품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고, 이 중 일부의 작품을 다시 캔버스에 옮겨 제작했다. 주로 못, 물감튜브, 성냥개비, 촛불 등을 소재로 사물의 재현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며 사실적인 표현보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관심을 가졌다. 1970년대 작가의 포트폴리오에 남아있는 '형상의 이미지와 형상의 구조'라는 명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문구로 이해된다. 화면에 드러나는 형상의 불완전함은 '형태란 끊임없이 유동하는 과정 속에 놓여 있다'는 요셉 보이스의 '형적적 形跡的 드로잉'의 개념과 연 동하기도 한다. 재현의 가능성을 사물의 이미지와 그 구조로 파악하고자 했던 태도는 실제를 재현하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활동으로 이해된다.

백순공_선적(線蹟)_캔버스에 유채_91×73cm_1985
백순공_선적(線蹟)_캔버스에 유채_147.9×115.6cm_1985

1-2. 선 線 : 상징적 추상화 抽象化 ● 1970년대 재현의 가능성을 사물의 이미지와 그 구조로 파악하고자 했던 작가의 태도는 1980년대 화면에서 실제를 재현하고자 하는 형이상학적 활동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태도는 화면에서 형상은 배제되고 선과 선의 집적으로 화면을 구축 하게 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1984년 발표한 「현대 드로잉의 전개와 그 특성에 관한 연구」 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선묘 線描의 본질을 개념화로 기술하는데, "선묘는 그 자체가 자연의 구체적인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완전한 상징적 추상이며 개념 형성 활동"이라고 서술한다. 이 시기 작품에서 작가가 어떤 대상을 표상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묘로 표현된 화면은 하나의 완전한 상징적 추상이며 개념형성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허버트 리드가 말한 "선은 때때로 주제를 묘사하기 위한 요약 그 자체인 동시에 추상적인 표현 수단으로서, 말하자면 회화에 의한 속기"로 이해할 수 있다.

백순공_제목 미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1.7×131cm_1991 추정

1-3. 색 色 : 감성의 형적화 形蹟化 ●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작품에서 선과 면의 구분이 무화되는 화면은 색과 색이 중첩되고 붓이 지 나간 자국과 그 힘의 흔적으로 구성된다. 이는 작가 의 행위, 몸짓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는 데, 작가가 1984년 논문을 통해 정의했던 '육필로서 의 드로잉'을 실천한 회화실험으로 이해된다. 지성이 아닌 감성을 인식의 통로로 내세워 감성의 세계를 재 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화면에 감성 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던 작가는 1992년 작가노트 에서 "자연의 질서와 형태, 색채가 마음의 질서, 형 태, 색채로 바뀌어 버린다." 라고 서술한다. 또한 이 시기 아크릴이나 먹, 한지나 구겨진 종이 같은 혼합 매체를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화면은 문자를 연상 시키는 추상적인 기호가 나타나면서 중심과 주변의 구분이 없는 올오버 패턴 all-over pattern 형식으 로 전개되기도 한다.

2. 일상적 사유 혹은 일탈 ● 백순공의 중기(1997-2001)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되는 공간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조형 실험을 거치며 전반기에 중점적으로 지속해온 형식 연구에서 점차 주제 의식을 강조하기 시작하는 작업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 전기와 후기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아울러 1974년부터 2017년까지 제작된 드로잉 작업들이 함께 전시된다. 드로잉은 '생각임과 동시에 하나의 행위이며 개념형성 활동'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직접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백순공_무제_종이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45.3×52.8cm_1999
백순공_제목 미상_혼합재료_91×116.5cm_2000 추정

2-1. 이행 : '자연'에서 '문화'로 ● 전기(1974-1996)에 실상과 허상에 대한 주제의식을 형, 선, 색을 통한 이미지 연구 또는 조형의식으로 사유해왔다면, 1990년대 중 후반부터 골판지, 신문, 잡지, 사진을 활용한 콜라주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화면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는 미술의 역할이 '자연'에서 '문화'로 이행하는 과정을 작가 스스로 체득하고자 한 시기이며 현대 사회와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후 2000년대 작품에서 이러한 주제 의식이 지속되는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모더니즘 형식주의와 다다의 반 미학이 충돌하는 것과 같은 백순공의 다양한 조형 실험 시기는 재현과 추상, 형식과 주제의 문제 를 더욱 적극적으로 탐구하게 되는 계기이자 작업 세계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3. 초시간적 무한성으로 ● 백순공의 후기(2002-2021)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되는 공간으로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주제 의식과 화면, 매체, 공간 등에 대한 유기적인 사유로 적극적이고 독자적인 형식을 구축하는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해온 선적 線蹟 형식의 조형 실험은 작가의 수행적 태도로 무수히 반복되고 집적되어 초시간적 무한의 공간을 형성한다.

백순공_제목 미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100×81cm_2009

3-1. 행 行 : 마음, 나목과 구름으로부터 ● 후기에 작가는 자연적 변화의 속성을 가진 나목이나 구름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차용한 숲이나, 나무, 구름은 외형적 재현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각, 마음, 정신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움직이는 마음은 차용된 이미지를 통해 관찰, 분석, 서술되고, 선과 선의 중첩을 통해 구상과 추상이 혼재된 숲을 형성한다. 이는 생성과 소멸, 있음과 없음,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백순공_J씨의 산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108×112cm_2007

3-2. 행 行 : 경험의 개념화 ● 후기에 접어들면서 콜라주를 통한 조형 실험은 주제 의식과 함께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화면은 소비문화시대의 상징물로 은유되고 있는 파쇄된 인쇄물을 중심으로 그물망, 실 그리고 무수히 반복된 선들이 일상의 형태들과 조우하며 집적되면서도 평면성을 강조한다. 인간, 군상, 나비, 불상, 의자, 창문과 같은 일상의 형태는 사실적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 속에서 개념화된다. 화면에 흩뿌려진 파쇄된 인쇄물과 무수히 반복되는 선들은 현대인의 일상으로 대변되는 형상들을 연결하며 초시간적 무한의 공간을 형성한다. 화면에 집적된 무수한 선들은 살아있는(있었을) 동작에서 산출된 것이며 드로잉의 시간적인 속성을 통해 작가의 수행적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백순공_무제-일상에서 Untitled-Daily Lif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2
백순공_무제-일상에서 Untitled-Daily Lif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2_부분

3-3. 행 行 : 새로운 회화 ● 작가의 작업을 관통해온 선의 요소는 2000년대에 시작된 설치 작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로잉 연구를 통한 회화의 화면은 종이나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실재적 공간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행위적인 측면 performing aspect 에 대한 관심과 매체의 폭을 확장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화면이 건축적 공간으로 연장되며 새로운 회화 세계를 제안한다. ■ 경남도립미술관

Vol.20221028g | 백순공展 / PAIKSOONGONG / 白淳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