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펙트럼Ⅲ

2022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성과보고展   2022_1102 ▶ 2022_113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2_1102_수요일_03:00pm

참여작가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_김혜식_고요한 마그릿 노이엔도르프_올리비에 위에 오승현_소엔_슈테판 바이쓸러

주최 /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野投 후원 / 충청남도_충남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연미산자연미술공원 YEONMISAN NATURE ART PARK 충남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Tel. +82.(0)41.853.8828 www.yatoo.or.kr

생성과 변형, 전환, 소멸 그리고 재생의 기억 ●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그린스펙트럼Ⅰ, Ⅱ, Ⅲ, 3년간 활동이 2022년 주제 『山·川·草·木 - 살으리랏다』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린스펙트럼 프로그램은 2009년 이후 동시대를 사는 내・외국인 작가들이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여러 자연 물상을 오브제로 표현하는 작품세계를 논의하고, 교류하며 공간을 채워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굳이 녹색스펙트럼이라 표방한 것은 빛의 분산으로 표출되는 색상이 녹색을 중심으로 대칭과 조화, 융합하는 중립성을 지향하는 자연미술을 상징하고, 자연의 근원적 원리인 생성과 순환, 소멸, 환원, 재생을 담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측면에서 그린스펙트럼Ⅲ에 참여한 작가들은, 설치미술의 기법으로 가시화된 작품에 집중하던 그린스펙트럼Ⅰ, Ⅱ와는 다르게 자연이 지닌 근원적인 생태 흐름을 이미지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참여 작가들이 생명의 원시성에서 발원한 왕성한 생육과 변이, 소멸과 재생을 이미지화한 자연미술 작품들을 통해 참관자들은 자연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의 창작 의도를 통해 지역 환경의 차이와 문화적 전통의 다양성과 무관하게 생태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 작가들은 자연의 근원을 이루는 빛과 소리, 움직임과 어울림에 대해 물상들이 빚어내는 관계성으로 접근한다. 대지와 숲, 빛, 물, 바람 등 공간을 채우고 조화롭게 움직이며 어울리는 물상들이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도 근원적이다. 인간의 삶도 순환하는 자연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연물이 지닌 물성을 작가들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인성과 인과적 혹은 상보적으로 관계 설정하거나, 또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새롭다. 작가들이 그동안 다른 공간에서 창의적 작업을 통해 구현해온 결과를 연미산 공간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발표한 경향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몽골)_연결
김혜식(한국)_세개의 캐비넷 쇼케이스 - 너, 다시 살어리랐다
고요한(한국)_길
마그릿 노이엔도르프(독일)_풀, 나뭇잎 이야기 그리고 게임

금강 유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조각가 고요한은 3회 연속 참여했다. 고요한은 「자연미술작업」에서 물상의 변형과 전환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린스펙트럼Ⅱ에서 바람의 영향을 받은 억새숲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보이는 물상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실체를 구현했다면, 이번 작품 중 부제 「길」은 보여진 현상을 대하는 작가의 고민과 고독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특별하다. 물의 흐름을 가로막아 변화한 금강의 모습 중 진흙이 뒤범벅된 모래밭에 작가는 작은 돌로 길을 내는 즉흥적인 대처로 제 모습을 되찾고 소통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간절함은 그린스펙트럼Ⅰ에서 나무에 못 박기로 위태롭게 황폐화한 자연을 재현했던 고요한의 작품세계와 이어진다. 며칠 동안 작업하여 이룬 소통의 돌길 끝에 드럼 촬영으로 홀로 선 작가의 모습은 고독한 구도자의 상처받은 인성의 표출이면서 훼손된 물성과 동일시된다. 작가의 고독은 간절함이 사라진 현실의 아수라를 견디게 해주는 진지한 담론으로 인식된다. ● 변하고 훼손되고 소멸하는 물상의 제 모습을 기억하고 추론의 방식으로 재현하여 사람들에게 자연의 원시성을 들려주고자 하는 작가의 안타까움은 오승현의 사진 작업 「잃어버린 시간」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승현은 다양한 현실에서 물상이 지닌 모습 일부를 사진에 담는다.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물상은 변이되고 소멸한다. 그러나 사진 속의 물상은 훼손되고 소멸하는 자연성을 거부하고 제 모습을 지닌다. 사진 속의 물상은 옛 기억 속의 모습으로 되살아나서 훼손과 소멸로 상처받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그 치유의 성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따질 것이 아니다. 기억 속의 물상은 그리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 김혜식은 기억 속에 남은 잔상을 다른 세상으로 이어가는 환상으로 그려낸다. 세 개의 캐비닛 쇼케이스 「너, 다시 살어리랏다」는 사뭇 진지하다. 그린스펙트럼Ⅱ에서 금강변 가시박의 침범을 '무성함을 가장한 위태로움'으로 고발한 작가는 그린스펙트럼Ⅲ에서는 이미 가시박의 침범으로 황폐화한 숲을 사진으로 드러내고, 소멸하는 현상과 새 삶으로 다가올 또 다른 세상을 당산목(고목)과 무성한 신줄(색끈)로 잇는 간절함으로 표현한다. 게다가 김혜식은 죽음이 전제된 고사한 당산목에 알록달록한 꽃잎을 피우고, 선명하고 화려한 빨간 꽃버선을 설치하여 죽음의 무거움을 딛고 오히려 나들이하는 듯 경쾌한 즉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도발적인 시도는 시인으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작가에게는 매우 익숙한 것이고, 시인들이 즐기는 환유적 기법에 기인한다. 소멸의 공간을 벗어나 새 삶의 공간으로 나가는 과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 자연이라면 소멸하지만 재생한다는 간절한 소망은 인성과 물성이 소망하는 속성일 것이다. ● 소엔(Soeine Bac, 캐나다)의 「풀잎은 꽃처럼 아름다워라」는 물상의 소리와 움직임에 집중하여 즉흥적인 교감을 이룬다. 작가가 공교롭게 여름 우기에 연미산 공간에서 만난 나뭇잎, 물, 곤충, 비, 바람은 그 시기와 장소에 따라 24개의 전주곡의 연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전주곡은 오케스트라 연주의 도입을 알리는 짧은 곡으로 첫인상을 뜻하는 낱낱의 감성을 지니는 곡조이다. 이로 미루어 작가는 물상들의 낱낱의 움직임을 통해 소리를 유추하고, 다시 그 소리를 듣고 일으키는 파문을 고요한 움직임으로 재현하여 필름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낱낱의 소리와 움직임은 독립된 것으로 가로막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이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를 중립적이라 말하고 그 중립의 실체를 잔잔한 머무름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연미산에 산재한 통나무 더미의 개별성에서도 즉흥적 실체를 발견한다. ● 올리비에 위에(Olivier Huet, 프랑스)의 「NAVI - 자연미술 영상 설치」는 숲의 실체를 빛과 소리의 조화를 중시하여 나무와 덤불을 배치한 공간에 무작위적 표본을 적용한 빛의 투영으로 재현한다. 이 작품에서 나무와 덤불의 촘촘한 프레임에 투영된 영상화면은 구조물의 반사각에 따라 변형된 모습으로 보인다. 마치 두 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3D 기법의 영상물처럼 우연한 착시를 일으킨다. 이러한 우연성은 생동감을 일으켜 참관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좀 더 자연 물상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게 한다. 또한 자연의 실체로서 공주 신풍 원골 일대에서 녹음한 음향은 비록 투영된 영상과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일면 실체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과는 무관해 보인다. 선험적 가치와 무관하고, 자연의 실체는 인간의 의식을 통한 실체와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실체들 사이의 관계성을 유추한다. 작가는 이를 새로운 경험으로 이해한다. 다만 이런 영상기법이 자연성과 형식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참관자의 즐거운 상상과 실험적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 마그릿 노이엔도르프(Margrit Neuendorf, 독일)는 「풀, 나뭇잎 이야기 그리고 게임」에서 자연미술의 소재인 풀에 대한 시각을 역사성으로 풀어내는 문화적 시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풀을 물성의 근원적 모습으로 보고 물성의 변이를 세 개의 면에 작품들을 구성 배치한다. 이런 구성 기법은 작가가 전공한 패션디자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풀의 원시적 사용으로부터 시작하여 수공예적 수용과 창작물로서의 전이, 문화적 인식으로의 전환 등으로 이어지는 전시를 구성한다. 오브제의 연결을 인앤아웃(In and Out)으로 연계성을 지니게 하여 문화의 영속성으로 이끈다. 작가는 물성의 변화를 소멸보다는 변이로 바라본다. 물상의 생성인 인풋(Input)과 변이의 아웃풋(Output)으로 보고 소용에 따라 이어지는 균형감각을 드러낸다. 자연의 물성이 문화적 전이 과정으로 인식하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 스테판 바이쓸러(Stephan Weixler, 오스트리아)의 「우리는 아직 그곳에 있지 않다」는 공간으로서의 자연과 공간을 점유한 인간과의 관계 설정을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상보적 관계로 출발한 자연 속의 인간은 일정 부분 자연의 영역을 잠식하고 훼손하게 되고 자연은 인간의 독식 행위에 신음하고 저항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적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체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단호한 결단을 통한 기성세대의 자기반성의 영감이 작동해야 가능하다. 작가는 인간의 반복적 행위를 공간을 파고드는 발목의 이미지로 재현하고 인간에게 잠식된 공간은 스스로 어린 은행잎의 재생으로 번성하는 녹색공간으로 변이하며 제자리를 갖는 이미지로 작품을 구현한다. 오랜 역사성을 지닌 은행나무는 훼손을 견디어낸 물상이 지닌 저항성을 상징한다. 물상의 저항성은 반복되는 어린 은행잎으로 재생하며 영속적이며 현실적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스며든 연두색, 녹색의 이미지는 재생의 과정을 말한다. ● 아마르사이칸 남스라이야브(Amarsaikhan Namsraiyav, 몽골)의 대나무를 쪼개 잇고 구조화한 「연결」을 통해 자연과의 소통을 그려낸다. 이 구조적 작품은 숲의 대지에 좁은 뿌리를 내리고 숲의 풀들과 나무 사이를 가로질러 입구가 넓게 확장된 발산형 나발의 모습을 지닌다. 나발은 본디 산스크리트어 '외치다'란 뜻의 라바(रव rava)가 중국에서 喇叭(laba)로 음차되고, 이것이 다시 나발(nabal)이 되었다는 추측이 유력하다. 몽골어 labai다. 작가는 자연과의 소통을 말하며 작품의 외형을 '외치다'란 뜻의 나발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작가의 생각과 일치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작가는 작품의 외연을 자연과의 '통로'로 가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업 중에 잔잔한 바람이 불었고, 자연이 작가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올리비에 위에(프랑스)_나비(NAVI) - 자연미술 영상 설치
오승현(한국)_잃어버린 시간
소엔(캐나다)_풀잎은 꽃처럼 아름다워라
슈테판 바이쓸러(오스트리아)_우리는 아직 그곳에 있지 않다

새삼 글쓴이는 그린스펙트럼Ⅲ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예술성을 기대하게 된다. 현대미술이 새로운 경향성에 따라 변형되고 낯선 경험의 다양성을 향해 나가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작품들이 지닌 경향성은 한결같이 자연의 제 모습을 소망하는 간절함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그 범주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브제가 지닌 물성에서 자연과 교류하고 화해하는 인성의 근원 또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창작활동으로 자연을 모방하기보다 자연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자연미술의 실천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사진의 보존성과 문학의 환유가 자연미술을 함께 공유하는 기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면모를 보인 것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동참한 작가들께 참관자로서 경의를 표한다. ■ 김홍정

Vol.20221107g | 그린스펙트럼Ⅲ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