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에서 내면으로 from hyperrealism to abstraction

이상원展 / LEESANGWON / 李相元 / painting   2022_1108 ▶ 2023_0430

이상원_철모 Helmet_한지에 흙, 유화물감, 먹_82×126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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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성인 4,000원 / 초·중·고등학생,65세 이상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이상원 미술관 LEESANGWON MUSEUM OF ART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지암리 587번지) Tel. +82.(0)33.255.9001 www.lswmuseum.com

이상원 작가(1935~)는 지난 50여 년 동안 형상회화를 추구해왔고 작품 활동 초기 특유의 세밀한 표현으로 인하여 극사실주의 화가로 성격이 규정되었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포토리얼리즘 Photorealism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 미술계에도 사실적 화풍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제작되던 시기였다. 극사실회화-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는 사진의 효과를 회화적으로 옮긴 포토리얼리즘과는 차이점을 지닌 형식이다. 그 중에서도 이상원 작가는 독학으로 터득한 기법과 재료 운용을 통해 동서양화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 수 있었다. 극사실화는 대상의 세부 표현에 있어 사람의 눈이나 카메라의 렌즈가 지닌 정밀함을 뛰어 넘는 표현을 시도하는 형식이다. 화가의 손끝에서 섬세하게 조절된 형태와 색상과 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재현된 대상을 생생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이끈다. 2차원의 평면 이미지를 통해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회화적인 트릭을 사용해야 한다. 그 느낌이란 평면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감, 대기의 특징, 빛의 성격 등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회화에는 화가가 대상을 빌어 표현하고자 하는 내면의 감성이 조형적인 형식을 빌어 탄생된다.

이상원_해변의 풍경 Scape of Beach_한지에 먹, 유화물감_139×181cm_1983
이상원_동해인 The East sea People_한지에 먹, 유화물감_1998
이상원_동해인 The East sea people_한지에 먹, 유화물감_82×125cm_2017

전시에는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 2021년에 제작된 작품 20여 점이 소개된다. 소재는 인물, 대지의 흔적, 적재된 폐기물 더미, 소, 순무, 군용 배낭, 철모 등 다양하다. 소재 및 제작연도가 각기 다른 이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탈색된 모노톤 사진처럼 갈색빛을 띠고 있다. 80세를 넘기면서 이상원 작가는 작품의 소재로 삼은 '흙'이 지닌 의미와 상징성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작가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색감의 통일성을 일컬어 '흙의 색'이라고 지칭할 수도 있겠다. 반면 작품의 표현방식은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극사실적인 기법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의 작품 [해변의 풍경 Scape of Beach, 1983]에서는 시각적으로 포착되는 대상의 표면을 낱낱이 파헤치려는 작가의 의지가 읽혀진다. 작품은 대상의 겉모습을 꿰뚫어 본질까지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다. 소재의 무가치성, 즉 인간적인 통념으로 보았을 때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대상의 특성은 그것을 치열하게 표현한 작가의 손길에 의해 변형된다. 작품을 접하면 대상을 섬세하게 구현한 화가의 기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한 순간 엄연히 실제 했다가 사라지는 '존재' 자체에 대해 음미하게 된다. 특정한 대상을 표현한 정지된 이미지에서 시간은 멈춰지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원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켜주는 회화의 능력이다. 이상원 작가의 극사실화는 객관적인 사실을 넘어 정의하기 힘든 진실에 이르고자 하는 예술가의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상원_시간과 공간 The Time and Space_한지에 먹, 유화물감_35.5×55cm_1995
이상원_물 Water_한지에 먹, 유화물감_63×164cm_2017
이상원_도자기 Ceramic_한지에 흙, 유화물감, 먹_82×126cm_2021
이상원_호박 pumpkin_한지에 먹, 유화물감_63×82cm_2016

회화에 있어서 사실주의는 맥락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리킨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재현하는 표현의 한 방식을 의미할 때도 있고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적 의미의 사실주의가 있다. 극사실주의 회화라고 할 때는 주로 작품의 형식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해 온 이상원 작가의 작품이 점차 그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2018년의 작품 [철모 Helmet, 2018]에서 '철모'라는 오브제를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전달하기 쉽지 않았을 전쟁의 참혹함이 탁월하게 표현되었다. 이외에도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늙은 호박의 익살맞은 속살 풍경 [호박 pumpkin, 2016]이나 그림 속 대상의 주된 속성인 둥그런 형태가 해체됨으로써 쾌감을 자아내는 작품 [도자기 Ceramic, 2021]는 대상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이미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예술가의 감성을 드러낸다. 이상원 작가의 예술 세계는 강고하게 이어온 형식적 사실주의로부터 대상을 매개하지 않아 주관과 상상이 개입 가능한 세계를 향해 확장된다고 할 수 있다 ■ 신혜영

Vol.20221108d | 이상원展 / LEESANGWON / 李相元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