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0517a | 안민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아트스페이스 링크 기획 / 이지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링크 Artspace LINK 부산 수영구 수영로 371 (남천동 345번지) Tel. +82.(0)51.626.1026 www.artspacelink.com @artspacelink
어디선가 '양심'의 모양에 대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어린아이들의 양심의 모양을 세모로, 어른들의 것은 동그라미로 표현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어린 시절 거짓말을 하거나 작은 잘못을 저지를 때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한 이유가 바로 '세모 모양의 양심'이 뾰족한 모서리로 우리를 쿡쿡 찔러 잘못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반면 시간이 지나며 수차례 거듭된 거짓말과 잘못된 행동들로 뾰족한 모서리가 닳아 '동그란 모양의 양심'을 가진 어른들은 어떠한 잘못을 범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부서진 안민의 자동차 그림은 이렇게 양심의 뾰족한 모서리가 닳은 운전자들에 대한 작가만의 복수와 응징의 결과물이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오고 있는 작가의 'Conscience(양심)' 연작은 인도 위에 불법 주차해 놓은 비양심 운전자들의 자동차를 부수어 혼내주고 싶다는 작가 개인의 내밀한 충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는 산업용 필름, 아크릴 보드, 광고용 사인 플렉스 등 비미술적인 재료 위에 유화 물감, 락카 스프레이 등을 뿌리거나 흘리고 또 긁어내고 문질러 닦아내어 지우는 등의 독특한 기법으로 자신의 그 은밀한 충동과 욕망을 실현한다. 어딘가 세게 두들겨 맞은 듯 부서지고 뒤틀린 '폐차'를 그려내는 안민의 독특한 회화적 제스처는 보행자로서 사람이 걷는 길을 함부로 난입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들을 목격한 그 순간 울컥하고 느꼈던 용납하기 어려웠던 무언가 뒤틀리는 듯 불쾌한 감정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가 저마다의 선을 주장하고 또 기어코 타인이 그어놓은 선을 침범하며, 질서와 규범을 흔드는 '선을 넘는' 혼돈의 시대에서 화면 가득 묻은 검은 얼룩들을 한참 동안 닦아 말끔히 지우는 작가의 행위는 적어도 작가 본인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이자 다짐처럼 보인다. 그에게 자동차를 부수어 망가뜨리는 작업의 과정은 작가가 자신의 그림에, 자신의 삶에 떳떳할 수 있도록 양심의 뾰족한 모서리의 날을 세우며 자신이 단단히 지켜야 할 어떠한 마지노선을 다시금 긋는 것과 같다.
분명 위급한 사정으로, 불가피한 도로 상황 때문에 누군가의 불법 주차를 이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어쩌면 그들에게는 도덕과 양심을 이야기하며 타인의 자동차를 화면 위에 박제하고 마구 망가뜨리는 작가의 (비)폭력적인 복수의 방법 역시 어떠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선'을 기준으로 삼으며 서로가 양립할 수 없다고 여기고 판단하는 세상의 수많은 자유와 다양성 또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현되는 양심의 모양들이 안민의 자동차에서부터 다시금 이야기되어 펼쳐진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일기처럼 매일 기록되는 작가의 수많은 자동차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의 이기심으로부터 발생하는 불편함과 함께 수많은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기록되어 남겨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 넘쳐나는 안민의 작품 소재들-불법 주차된 차들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너무나도 쉽게 무디고 흐려진 도덕의 기준선에 휩쓸려 '선을 넘는 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삶이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공포와 불안에 잠식당한 이후 더 이상 '면역'이라는 단어는 비단 우리의 신체에 들어오는 특정 바이러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양심의 우리의 마음을 쿡쿡 찔러도 그것에 무감각해지는 상태, 그것 역시 면역되어 버린 것이다. 오늘, 안민의 작품을 마주하며 양심의 모양이 뭉툭하게 닳아버려 그것이 우리를 찌르는 통증에 면역된 역치를 낮춰보는 것은 어떨까. ■ 이지인
Vol.20221110i | 안민展 / AHNMIN / 安敏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