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의 초상 portraits of fragments

신이명展 / SHINIMYEONG / 申二鳴 / mixed media   2022_1109 ▶ 2022_1126 / 일~화요일 휴관

신이명_파편의 초상_종이에 연필드로잉, 오래된 도서관 나무, 길에서 수집한 철물_41×3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스페이스유닛4 작가공모 선정展

관람시간 / 01:00pm~05:00pm / 일~화요일 휴관

스페이스유닛4 SPACEUNIT4 서울 중구 을지로 143 (을지로3가 240-3번지) 4층 402호 @spaceunit4

연예인 모 씨가 사들였다는 건물은 오늘도 괴성을 지르며 무너지고 있다. 포클레인으로 벽을 갉아내는 소리가 베이스라면 원형 톱으로 철근을 자르는 소리는 소프라노다.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그것들의 하모니를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의뢰를 받은 시공업자는 시공업자대로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고 계약과 절차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니, 그들의 권리와 임무 사이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의 무책임에 항의할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기고 푸른색 방진포 너머를 매섭게 노려보며 매일 그곳을 지날 뿐이다. 누군가 내가 쏘아붙이는 저항의 눈빛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눈이라도 한번 깜빡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신이명_도시운석_피그먼트 프린트_58.5×39cm_2022
신이명_도시운석_피그먼트 프린트_58.5×39cm_2022

두두두두, 찌잉찌잉, 둑다다닥, 쌔애앵. ● 무너져가는 건물의 괴성이 오늘따라 유난스럽다. 방진포 안에서 어쩐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아 평소처럼 노려볼 엄두를 내지 않고 고개 숙여 걷는데, 어디서 굴러 나온 모난 돌이 툭 하고 발끝에 차였다. 무엇인가 하고 보니 돌이 아니라 공사장에서 튕겨 나온 시멘트 파편이다. 나는 어쩐지 짜증이 나 그것을 힘껏 차 버렸고 파편은 퉁퉁거리며 굴러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가로수 아래 매미 허물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허물과 파편. 나는 그것들의 하찮은 위상에 한순간 매료되었다. ● 도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벽돌과 인조 대리석, 철판과 우레탄으로 덮여 있다. 이는 꿈틀대며 살아있는 땅의 실체를 개념으로 소급하려는 목적 하에 무한하고 영속적인 땅의 가치를 꾸준히 숫자로 환산해온 결과이다. 우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능성의 땅을 차갑고 거칠고 유해한 피질로 뒤덮었다. 욕망의 세계를 조성하기 위해 진짜 세계를 질식시켜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매일, 오래된 피질을 벗겨내고 그것을 한층 더 차갑고 유해한 피질로 교체하는 작업을 지속한다. 사람들은 이전의 욕망을 지워내고 새로운 욕망을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많은 것을 감내한다. 덤프트럭들의 매캐한 날숨을 들이켜며 걷고, 몰탈과 에폭시와 폴리에스테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하고 따가운 냄새에 적응하며 고막에 꽂히는 소음을 견뎌낸다.

신이명_당신의 파편_유성 리놀륨 판화_24×17.5cm_2022
신이명_당신의 파편_유성 리놀륨 판화_15.2×10.1cm_2022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싶었던 가짜 세계의 표피는 깨지고 찢기고 부서진 채 오늘도 내 발끝에 차인다. 나는 그것을 주워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고 구석구석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툭툭 부스러지는 입자와 곰보처럼 얽은 흉측한 표피, 날카롭게 깨진 단면에 배어있는 따가운 냄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이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이 새삼스럽다. ● 욕망의 슬픈 말로를 기억하기 위해 파편의 초상을 그리다. ■ 신이명

Vol.20221110j | 신이명展 / SHINIMYEONG / 申二鳴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