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 SPACE SO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37 (서교동 458-18번지) Tel. +82.(0)2.322.0064 www.spaceso.kr @space__so
지난 5년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 2017년 9월에 개관한 스페이스 소는 2022년 9월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개관전 초대장에 적었듯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 어떤 의미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며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 그리고 수고를 빌어" 첫걸음을 떼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오늘의 스페이스 소가 되었습니다. 10년은 되어야 기념전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5년, 10년, 50년을 위해서 작게나마 2022년의 9월을 기념하고자 합니다.
스페이스 소와 함께 한 사람들. 작가 그리고 컬렉터 ● 지난 5년을 기념하고 앞으로 스페이스 소의 행보를 기약하는 전시는 어떤 전시여야 할까? 라는 질문 앞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사람들입니다. 스페이스 소의 5년은 함께해온 역량 있는 작가들 그리고 그 반짝임과 노력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아 온 안목과 취향을 갖춘 컬렉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하여 스페이스 소는 지난 5년의 시간을 작품을 중심에 두고 작가와 갤러리 그리고 컬렉터가 만들어낸 관계에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 전시는 스페이스 소와 함께 해온 대표작가 9인(금민정, 박형근, 조성연, 홍수연 이하 1부, 김겨울, 변상환, 이병호, 임선이, 한성필 이하 2부)의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스페이스 소를 통해 소장된 컬렉터의 작품과 그동안 전시를 통해 소개된 작품 그리고 작가의 최근작들이 서로를 엮어내며 지난 시간과 앞으로 시간을 연결합니다. 컬렉터의 공간에 짧게는 몇 달, 길게는 5년 동안 자리했던 작품들이 다시 갤러리로 소환되고 그 작품을 기준으로 전시에 출품되었던 작품 그리고 작가의 스케치 속에, 구상 속에, 작업실에 있던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에 함께 소개합니다.
김겨울 작가와는 2019년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와 2021년 『숨바꼭질: 눈길, 귀엣말』 등 두 번의 기획전을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스페이스 소와의 인연이 있기 전 2017년부터 올해 개인전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이후 완성한 신작까지 10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며, 이 중 2점이 컬렉터의 소장품입니다.
「Waiting, waiting, waiting」(2020)은 2020년 하이트 컬렉션 기획전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당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관람객과 만날 수 있었고, 「When is the next full moon?」(2022)은 지난 봄, 단 4일 동안 아트부산을 찾은 분들만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과 프로그램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한해 소개되었던 점 때문에 본 전시를 기획하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작품입니다. ● 「Waiting, waiting, waiting」의 소장자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으로 생활공간에 멋과 조화를 만드는 분입니다.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전시에서 계단참에 걸린 15호 크기의 작품 「Forty love」에 처음 마음을 뺏겼던 소장자의 그 다음 컬렉션이 100호 크기의 본 작품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공간에서 가구들과 어울리며 한 끗의 멋을 더하곤 합니다. 미술보다는 음악에 관심과 조예가 깊었던 「When is the next full moon?」의 소장자는 작년 그룹전 『숨바꼭질: 눈길, 귀엣말』의 전시장에 걸렸던 「Fermata」(음악 기호로 늘임표) 작품을 첫 번째로, 그리고 올 봄 아트부산에서 소개한 본 작품을 소장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투병 중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한 문예지에 연재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보게 될까'라는 제목의 에세이에 관한 기사를 읽은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컬렉터의 소장품들이 우연히도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지난 6월, 개인전 『손은 눈보다 빠르다』로 스페이스 소의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변신시켰던 변상환 작가는 「Live Rust」와 「Live Rust-Odyssey」연작을 선보입니다. 「Live Rust」연작은 2018년 개인전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스페이스 소) 이후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판화 판화 판화』와 세마 창고에서의 개인전 『생물 은-갈치』(2021)를 거치면서 화면 안의 붉은 기둥들이 공간의 기둥들로 확장되고 최근에는 붉은 기둥의 자취를 만들되 드러내지 않는 방식의 「Live Rust-Odyssey」 연작으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 전시작 중 「Live Rust-Odyssey」가 3점, 「Live Rust」가 2점이며 이 중 「Live Rust」는 컬렉터의 소장품입니다. 나란히 걸린 두 점의 「Live Rust」는 액자가 되어 있는 작품이 2020년 작, 액자 없이 전시된 것이 2019년 작입니다. 2020년 작의 소장자는 컬렉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본인을 소개하는 젊은 컬렉터 커플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차근차근 소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 초 카페에 걸려있던 변상환 작가의 2018년 작품을 관심 있게 보시고 작가의 작업에 대한 개념과 활동들에 대해 듣고 소장을 결정했습니다. 다른 한점의 소장자는 늘 함께 전시를 보고 작품의 소장 결정 또한 함께하며 작품과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장거리 이동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 넘치는 컬렉터 부부입니다. 종이 작업이라 보통은 액자를 함께 의뢰하시곤 하는데, 작품에 표현된 질감과 광택을 온전히 감상하고자 하여 전시에 설치했던 방식 그대로 소장자분들께 보내 드렸던 작품입니다. 변상환 작가의 작업 과정 하나하나를 흥미롭게 생각하시는 두 분은 올해의 개인전도 기대하며 기다리셨다가 등가교환 시리즈 작품을 소장하셨으며, 또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로 즐거워하고 계십니다.
스페이스 소의 개관전은 이병호 작가의 개인전이었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5점의 작품 중 2점은 2017년과 2020년 개인전의 전시작이자 소장자의 컬렉션이고, 그 외에 올해 아트부산과 키아프 플러스를 통해 소개한 2022년 작,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이 전시됩니다.
이병호 작가는 2016년부터 조각에서의 원형, 복제, 분절, 접합, 해체, 변형, 확장, 안과 밖, 표면과이면, 작품과 지지체, 컬러링과 모델링, 캐스팅과 스캐닝, 구상과 추상, 완결성과 시간성 등의 개념과 제작 방식과 과정을 인체조각에 적용하고 구현해오고 있습니다. 「Anthropometry」(2017/2022)는 2017년 개인전의 대표작으로 5년 만에 컬렉터의 공간에서 작가의 작업실로 옮겨졌습니다. 전시 후 다시 파편이 되거나 새로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방식으로의 변형이 '중단'되었던 작품은 컬렉션으로 5년의 시간을 지내고, 색을 입은 새로운 조각 혹은 컬러링 작업을 위한 지지체가 되어 2022년의 「Anthropometry」로 변신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형상과 시간을 내재하고 있는 이병호의 조각에 '완성'이라는 결말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작가의 개념과 실험을 이해하고, 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가는 태도를 응원하며 기꺼이 자신의 소장품의 예측할 수 없는 변신에 동참할 수 있는 컬렉터를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작가에게도 갤러리에게도 참으로 큰 힘이 됩니다.
또 다른 소장품 「Bust_#7」(2020)은 2020년 개인전에 소개된 작품으로 본 작품의 소장자와는 이 작품으로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병호 작가의 조각은 긴 시간을 두고 보아온 분들이 소장하시는 경우가 많아 당시 "이 작품 할게요" 라고 하셨을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본 소장자는 지난해 『컬렉션: 취향의 발견』(에이라운지)이라는 전시를 통해 본인의 컬렉션 중 일부를 소개하는 전시를 가졌고 「Bust_#7」도 그 자리에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작가는 내년 페리지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던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새로운 작품들의 재료가, 일부가, 지지체가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임선이 작가는 작년 1월 개인전 『품은 시간과 숨의 말』, 그리고 2019년과 2020년 두 번의 그룹전을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그룹전을 통해 소개한 사진과 부조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임선이 작가의 지형도-설치와 사진 그리고 조각(부조)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작품은 작가가 바라보고 인지하는 우리 시대의 변화와 불안한 증후들을 드러내는 새로운 이미지의 풍경입니다. 전시장에는 그의 두 대표 연작들 중 서울의 상징적인 산인 남산을 소재로 한 「극점 3」과 이 지형도의 일부를 석고로 떠낸 「평면적 인식_바라보는 방법」 연작 중 4점이 걸려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오려낸 수천장의 지형도를 쌓아 3차원의 기계적인 풍경의 산수 조각을 만들고 여기에 마치 구름이나 안개, 연기가 낀 것처럼 연출하여 촬영한 사진 작품과 정상에서 지면으로 향하는 역-수직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수평의 레이어들을 하나하나 드러내는, 마치 하늘에서 육지를 혹은 바다 위의 섬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조각 작품들을 함께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평면적 인식_바라보는 방법-봉우리」의 소장자는 꽃잎 같기도, 바다 위의 섬 같기도 하여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지형도의 맨 꼭대기에 있었을 것으로 연상되는 이 작은 지형도 조각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시면서 무엇보다 중진 작가로서 꾸준히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뚝심 있는 작가를 응원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임선이 작가는 작년 제20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하여 11월 18일 개막하는 개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민미술상은 역량 있는 중견작가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제정된 미술상으로 1년에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임선이 작가는 지난해 개인전 『품은 시간과 숨의 말』에서 스페이스 소의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많은 미술관계자 및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대형설치 작품 「녹슨말-#숨의말」을 우민아트센터 공간에 맞추어 변주하고, 또 다른 대형 신작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우민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개인전 『바람의 무게 - #2 흩어지고 다다른 곳』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한성필 작가의 작품으로는 2006년 작 「빛의 제국」과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발표하는 신작 「After Wildfire 01」이 있습니다. 「빛의 제국」은 한성필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 중 하나이자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파사드」 연작의 주요 작품이며, 이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2007년 개인전 『FAÇADE: face-cade』의 대표작 중 한 점입니다. 이 작품은 AP 1점 외에 모든 에디션이 판매된 작품으로, 컬렉션된 한성필 작가의 여러 작품 중 조금은 색다른 컬렉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번 전시에 소개합니다. 영국의 경매회사 필립스 Phillips의 사진 경매 파트에는 「ULTIMATE」 라는 타이틀로 모든 사이즈의 에디션이 판매된 후 단 하나만 남은 작품들만 엄선하여 출품하는 경매 파트가 있습니다. 여기에 단 하나 남은 「빛의 제국」 AP의 출품 제안을 받았고 2019년 런던 경매에서 해외 컬렉터의 소장품이 됐습니다. 어느 컬렉터가 낙찰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소장자를 모르는 에디션이 되었지만 총 18점의 에디션 중 색다른 이야기를 가진 에디션 1점이 있는 것도 썩 괜찮게 여겨집니다.
함께 전시되고 있는 다른 한 점은 현재 한성필 작가가 2020년부터 머물며 작업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진행한 작업입니다. 마치 설경 같기도 하고 흰 종이 위에 먹선이 지나간 듯하기도, 세밀한 연필 묘사 드로잉 같기도 한 이 작품은 2017년 약 20,000 헥타르의 산림을 태운 대형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눈이 내려 검은 잿빛을 흰 눈이 덮어버린 숲을 찍은 사진입니다. 일견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 풍광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사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마냥 감탄하며 바라볼 수만은 없는 풍경입니다. 한성필 작가의 앞선 「Polar Heir」 연작과 닿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성필 작가의 새로운 연작을 한 점 소개하며 이후 발표될 본 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함께 했던 많은 작품들 그리고 작가들의 면면이 떠올랐습니다. 전시를 찾아 주신 많은 분들, 늘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미술계 동료들, 관객들과 컬렉터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과 컬렉터분들 외에도 함께 하고 싶은 많은 분들이 계셨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10주년쯤에는 더 많은 분과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스페이스 소는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도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 송희정
Vol.20221111j | 5 FIVE Vol.2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