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전기 白馬傳記 Tale of San-gok village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   2022_1115 ▶ 2022_1127 / 월요일 휴관

유광식_백마전기#066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60×9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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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블로그_yoogwangsig.egloos.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부평구문화재단 후원회·문화나비_부평역사박물관 기획,주최 / 유광식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부평역사박물관 Bupyeong History Museum 인천 부평구 굴포로 151 Tel. +82.(0)32.515.6471 portal.icbp.go.kr/bphm

남아 있습니다. 낮은 집들의 전깃불이 ● 자꾸만 찾게 되는 장소로부터 작가의 사색이 움튼다. 온전치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경험의 바구니에 실재하는 모험을 모으게 된다. 처음부터 어떤 이유를 선포하며 돌진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벽돌집 모퉁이의 전봇대를 부여잡고 빼꼼히 골목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점차 확장되는, 길 건너 장소의 탐구자가 된다. (전기가 들어왔다) ● 인천 부평구 산곡동(백마장, 영단주택 단지로 불림)은 지난 한 세기 다양한 발걸음이 드나들던 산골짜기 구릉지다. 너른 벌판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문물과 문화가 혼재된 다중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광복 이후에는 인근 경인고속도로의 건설로 부평 수출공단이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 종사자가 대거 유입되며 산곡동은 근로자 주택공급 대상지가 되었고 원적산 중턱 아래는 기다란 지붕을 함께 쓰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고속도로를 따라 오갔을 세상 밖 이야기가 집에 와서는 풀어 헤쳐져 앨범에 담겼고 산곡동의 얼굴이 서서히 그려졌다.

유광식_백마전기#063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36×54cm_2021
유광식_백마전기#023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36×54cm_2019

작가가 고양이 중력을 흉내 내며 긴 지붕에 올라 걷고 모아 낸 장면들이 어느 날부터 이사하기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삶의 형태 위에 새로운 시대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산곡동이 시대의 전환 속에 주춤하고 내려앉은 어중간한 장소로서가 아니라 지난 시대의 단단한 토막, 익숙했던 고독이 깃들었던 정주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잠시 정전) 작가는 절대 녹록지 않았을 개인과 사회의 집짓기를 맑은 날씨로나마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 여기 긴장과 모험, 소속과 분리, 기대와 날벼락, 예전과 현대 등 힘겨웠던 시대와 발맞추며 몸소 겪고 견뎌온 마을이 있다. 긴 시간을 보내며 삶의 온도가 꽤 높아졌다. 누군가 어딘가 무언가는 고독한 시절을 고이 간직했을 것이다. 그렇게 전기 불빛을 더해 형성된 한 집의 형상이 개인과 사회, 지역의 중심 좌표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결국 장소의 즐거움, 기록의 가치, 공간의 현대성, 지역 꼬시기의 형질로 남는다는 것에 물러서서 보니 '인천집' 하나가 세워지게 되었다. (다시 불이 켜진다) 기억과 경험으로 집을 짓는 작가로선 지금 이곳이 곧 존재이자 인천으로 벅찰 따름이다. 좀 더 추워지기 전, 이 집에서 잠을 청해 본다. ■ 유광식

유광식_백마전기#017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36×54cm_2018
유광식_백마전기#015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22×33cm_2018

눈으로 지은 인천집에 모십니다. ● 그는 백마가 내는 이야기-전기(傳記)를 듣기 위해 전기(電氣)를 갈구합니다. 카메라와 눈은 빛이 도와주어야 물체를 감각할 수 있습니다. 부서져 내리는 동네는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지 않으면서 세상에서 지워집니다. 그가 보고 듣고 전하고 싶은 옛 백마이야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그는 빛과 씨름합니다. 골목 어귀에서 가로등이 껌뻑일 때, 그의 마음 안에서 안타까움이 명멸합니다. 지워졌다가 잠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짐을 반복하는 동네 풍경은 찰나에 수백 년 시간을 덧대어 놓습니다. 한쪽은 오늘 한순간만 보여주지만 떨어져 나간 모서리, 바랜 빛깔, 스쳐 간 손때 자욱은 긴 시간을 증언합니다. 그는 옛날이 오늘로 쏘아 보내는 전기에 감전되는 예민한 전도체를 자처합니다.

유광식_백마전기#089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22×33cm_2022
유광식_백마전기#075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22×33cm_2022

백마장 일대는 광속으로 질주하며 변해 왔고 그 상징이 경인고속도로입니다. 정신 차릴 수 없이 달리는 시대는 풍경을 남기지 못합니다. 속도와 다투려면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지나는 풍경을 붙잡으려 매달려야 합니다. 미끄러져 내리는 큰 돌을 등으로 떠받치며 버티는 시지프스 발바닥은 쓸리며 닳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태우고 출발하는 기차를 멈추겠다고 매달리는 이는 시지프스 후예입니다. 인천을 사랑하는 일은 가뭇없이 떠나는 이야기들을 붙잡는 일입니다. 백마장이 산업단지로 변해서 맞바꾼 수익과 이야기에 밴 사랑의 흔적들을 견줘 보는 일입니다. 작가 유광식은 옛사랑의 그림자라도 건지려 산곡동 골목을 배회합니다. 그는 속도가 휩쓸고 지나간 오늘, 여기에서 파편이 되어 뒹굴고 있는 흔적들을 모아 붙이고 때워 인천의 사랑 이야기를 완성해 냅니다.

유광식_백마전기#104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22×33cm_2015

존 버거는 「본다는 것의 의미」(2020,동문선)에서 미국 사진작가 폴 스트랜드에 대해 말합니다. "사진 속의 순간이라는 것은 전기적이고 역사적인 것으로서,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은 몇 초가 아닌 일생 동안이라는 시간과 연관시켜 측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정도이다. 스트랜드는 찰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격려하는 것처럼 어떤 순간이 생겨나도록 격려한다." 한 사람을 찍지만 그의 일생이 보이도록 한다는 게 가능할까요. 한 동네를 찍지만 그 장소의 생애가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요. 모진 역사의 발길에 차여 온 백마장은 서러운 동네입니다. 사진 스스로 말을 하도록 격려하는 작가는 정직하게 발로 찍어 펼쳐 놓습니다. 한 점 한 점 사진마다 이야기가 곡진합니다. ● 그는 이번 전시, 『백마전기 白馬傳記』에 이르기까지 누벼온 인천의 동네 이야기들로 '인천집'을 세우려 듭니다. 눈으로 지은 그 집에 빛과 온기를 채우는 일은 인천사람들 몫입니다. 그가 "추워지기 전에 인천집에서 청하는 잠"(작가노트)에 꿈을 불어넣을 별빛이 필요합니다. 그가 오래전부터 인천 구석구석 빈자리마다 빛을 주어 왔듯 우리가 보탤 별빛도 오래 준비해야 그에게 닿을 것입니다. ■ 임병구

Vol.20221116h | 유광식展 / YOOGWANGSIG / 兪光植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