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shuttlecock

이현민展 / YIHYONMIN / 李顯旻 / painting.drawing   2022_1123 ▶ 2022_1217 / 월,화요일 휴관

이현민_셔틀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39.7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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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드로잉룸2.5 『가을에서 겨울』 공모展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드로잉룸2.5 Drawingroom2.5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다길 9 (연희동 128-30번지) 2.5층 @drawingroom2.5

왕복하는 셔틀콕을 본다. 그것은 다른 형태의 새다. 가볍고도 경쾌한 것이 통통 허공을 날 때, 세상은 그것을 따라 운행을 시작한다. 일정한 리듬이 생기고 그것은 점점 속도를 더한다. 그것의 비행과 속도와 경쾌함에 집중한다. 허공의 스트로크는 쓸데없는 힘이 빠지면서 어느새 부드러워지고, 주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저쪽으로 날아갔던 셔틀콕이 다시 이쪽을 향한다. 나는 다시 자세를 잡는다. 앗! 갑자기 셔틀콕이 방향을 바꾸어 나를 비껴갔다. 나는 놀라서 질끔 눈을 감는다. 잠깐, 세상의 빛이 뒤섞이며 흐려진다. 셔틀콕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나는 다시 덩그러니 바닥에 서 있다가 조금 전까지 새였던 또 다른 하얀 셔틀콕을 집어든다.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 날린 셔틀콕이 통통 왕복을 시작한다. 셔틀콕은 그런 존재다. 다시 세상은 가벼워지고 경쾌해진다. 즐거운 오후다.

이현민_셔틀콕_종이에 아크릴채색_26.8×35cm_2019
이현민_셔틀콕_종이에 수묵_43×34.8cm_2021
이현민_셔틀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2

거의 매일 드로잉을 한다. 가까운 어느 날 아주 크게 그리고 생각해 둔 텍스트도 써 넣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의 속도, 아니다, 관성에 기대어 나간다. 드로잉이 진행형의 뉘앙스를 가진 탓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드로잉, 작은 그림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이 작고 가벼운 시도들에도 당연하지만, 혹은 의외겠지만, 실패들이 있다. 어쩌면 어떤 숨은 내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단 생각나면 그려보고, 그리면서 또 생각해 본다. 그것이 반복되고 순환하면서 시간이 지나간다. 최근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몇 가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려보고 있다. '셔틀콕'이 그런 그림이다. 하나의 장면을 조금씩 다르게 그려보는 것이기도 하고, 그림 그리기에 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썰렁한 놀이 같은 것이기도 하다. 다른 주제로는 '언덕'이나 '테이블' 연작이 있다. 이런 그림들은 어떤 질문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비슷한 대답, 망설임, 침묵과 다르지 않다. 가끔 운 좋게 전혀 다른 방향의 그림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런 것을 의도하거나 기대한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그리기 속에서 가볍고 경쾌해지고 싶다.

이현민_셔틀콕_캔버스에 유채_72.7×60.7cm_2022
이현민_셔틀콕_종이에 먹, 수채_29×23.5cm_2022
이현민_셔틀콕_종이에 수묵_27.5×43cm_2022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특정한 도구와 목적성을 제거하고 몸의 궤적만 남긴다면, 그것이 드로잉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드로잉이란 말에는 자꾸만 행위적이며 시간적인 이미지가 겹친다. 일반적으로 그림이 어떤 이미지를 확정하여 밖에 내보이는 일이라면, 드로잉은 반대로 불확정한 이미지를 나의 밖으로 무수히 꺼내어 바라보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떤 또렷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의 내부로 들여와 내면화하는 그런 그리기 말이다. 하나의 말, 문장, 생각을 언어 대신 그림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지향한다. 그러다 보면 팔의 스트로크, 몸의 흔들림, 숨과 획의 소리가 나를 이끌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바닥과 그것들을 엉성하게 붙여 놓은 벽이 어디론가, 내가 모르는 먼 데까지 나아갈 것 같은 그런 시간, 공간을 느끼게 된다. (2022년 11월)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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