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Vitality

문혜정展 / MOONHYEJUNG / 文惠正 / painting   2022_1123 ▶ 2022_1213 / 월요일 휴관

문혜정_풍경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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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11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베카갤러리 BEKA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5 Tel. 070.8807.2260 www.bekagallery.com

시련을 견디는 생명력에서 온 조형미학 ● "하늘로 향해있는 "예술의 길"을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 문혜정 ● 문혜정이 1991년에 그린 「White Flower Ⅰ」과 「White Flower II」는 30년이 지난 오늘날 더 인상적이다. 검정색 터치로 뒤덮인 캔버스 위로 구불구불, 끊길 듯하다 되돌아 나가는 흰 터치들 끝에서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난다. 꿈틀거림, 그건 살아있는 것들 곧 생명의 특성이다. 꿈틀거림은 그 자체 하나의 온전한 시(詩)이기도 하다. 죽음의 감성은 시(詩)에 더 적합하다. 하지만 생명의 감정은 더더욱 그러하다. 살아있는 것은 장황한 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문혜정_풍경Ⅱ LandscapeⅡ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22
문혜정_풍경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1991
문혜정_풍경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_45×70cm×3_1991

2004년 작 「Lotus Landscape」부터는 부쩍 산문적 감성이 묻어난다. 대상을 보는 시점이 한결 관조적인 것이 되었다. 대상의 인식과 표현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김종영 미술관의 박춘호는 그것을 '꽃의 연대기로, 즉 '어떤 꽃'에서 '연꽃'을 거쳐 이름 없는 '들꽃'으로 변하는 여정으로 함축한다. 그 무렵 문혜정은 특별히 연꽃을 많이 그렸다. 연꽃은 사람들을 각기 자신의 내밀한 존재로 되돌려 보낸다. 청순한 연두 빛의 줄기들이 실은 진흙탕 속을 기는 까닭일 터다. 그토록 영롱한 청록빛이 진흙탕 속에서 잉태되다니! 그리고 연분홍 빛깔의 영롱함을 끝내 피워내고 만다. 이 여름 꽃은 토양을 문제 삼지 않는다. 신비로움, 숭고한 역설이다. 환경에 연연하지 않음, 위기를 견디는 힘, 도래할 만개를 믿고 기다리는 절개, 이것이 문혜정이 그의 회화에 담고자 했던 것의 이름이다. 문혜정의 꽃은 그저 관상용이 아닌 셈이다.

문혜정_무제 No title_캔버스에 유채_45×70cm×8_1991
문혜정_제단 Altar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1996
문혜정_묘사된 자연 Described nature_캔버스에 유채_130×390cm_1999

1990년대부터 문혜정은 꽃을 많이 그렸다. 「Lotus Landscape」는 10여년 전의 「White FlowerⅠ」이나 「White Flower II」와 비교할 수 없이 화사하다. 절제된 재현 미학이 새롭게 시도된다. 뜨거운 심리상태가 이끄는 표현주의의 자취는 한결 완화되었다. 그렇더라도 그저 화사하기만 한 꽃은 없다. 희망은 상실의 한가운데서 세워지는 법이다. 이즈음에 그려진 「Landscape」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둥, 수직적인 도상의 의미가 그러하다. 그것은 대지에서 대기를 향하는 모든 질서의 대변인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의 기상(起床), 상승의 의지, 세파의 조류에서 위안과 격려의 축이다.

문혜정_움트기 Sprout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22
문혜정_꽃이야기 Flower story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8
문혜정_풀숲 Grassland_캔버스에 유채_65×120cm_2004

이 세계에 등장하는 것들은 시련의 역사와 시련을 견디는 생명력과 관련이 있다. 이 힘, 이 생명력이 문혜정의 40여년 회화사를 관류하는 주제다. 어떤 힘인가? 살아있음 자체에서 발현되는 힘, 씨앗에서 생명이 움트고 봉오리를 맺는 그 힘이다. 살아있는 것만이 조건에 동화되지 않고, 사망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의 설치작업 「Ginseng Field」 연작도 같은 맥락이다. 인삼도 연꽃만큼이나 상징성이 강한 식물이다. 인삼의 생명성은 여러 측면에서 예술의 그것과 유사하다. 생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 그렇고, 충분한 약효성분을 위해서는 6년에 달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빛가림(차광)과 저광도에서만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한 점에서 특히 그렇다. 예술성(예술적 질)도 종종 인생의 전 기간을 요할 만큼 더디 성취되고, 그 긴 기간 외부세계의 혼탁한 자극에서 충분히 독립적이어야만 하는 가치다. 예술의 힘이 세상을 견뎌온 이력에서 발현되는 이유이다.

문혜정_꽃 Flower_캔버스에 유채_80×120cm×4_1992
문혜정_가을 Autumn_캔버스에 유채_120×150cm_1992
문혜정_흰꽃Ⅰ, 흰꽃Ⅱ White flowerⅠ, White flowerⅡ_ 캔버스에 유채_150×150cm×2_1991

문헤정의 「Ginseng Field」에서 마주하는 생명력은 그의 터치들, 꽃의 호흡을 기억하고 있는 거친 붓질에 배어 있는 속성이기도 하다. 줄기인 듯도 하고 그저 붓질인 듯도 한, 꽃잎인 듯하다가 어느덧 색의 몽글몽글한 향연이 되는 표현이다. 문혜정의 붓과 안료는 현실과 해석, 재현과 표현의 경계를 왕래한다. 여기서 표현은 대상에 한정되지 않고 대상을 뛰어넘는 자유를 따른다. 조금 거친 채여도 무방한, 굳이 정돈되지 않아도 되는 유희로 흐른다. 운률을 머금은 자유분방한 선(線)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 이야말로 살아있음의 특성이다. 이질적인 두 세계를 규정하는 관점에 갇히지 않는 것 또한 힘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형식주의와 그 이분법을 넘어서도록 하는 그 가능성의 실체, 이것이 문혜정의 조형세계에서 읽어야 하는 미(美)의 테제다. (2022년 10월) ■ 심상용

문혜정_인삼밭 Ginseng Field_ Wuerttembergischer Kunstverein Stuttgart_2001
문혜정_인삼밭 Ginseng Field_KIC Buedelsdorf_2010
문혜정_인삼밭 Ginseng Field_한지에 잉크_210×250cm_2008

Aesthetics Arising from Enduring Vitality ● "I see myself advancing to the "path to art" in the sky." - Moon, Hye-Jung ● Moon, Hye-Jung's 1991 works, 「White Flower I」 and 「White Flower II」 are even more striking today after three decades have passed. A flower blooms at the end of white brush strokes, winding yet unending on a canvas covered with black touches. The wriggles are a sign of life, of vitality. Wriggling itself becomes a complete poem. Poetry is more fitting for a sentiment of death. The emotion of life is more so. Living things do not require a lengthy description. ● A prose sensitivity is evident in Moon's 2004 work 「Lotus Landscape」. Her perspective toward her subjects has become more contemplative. Changes can be found in her perception and expression of her subjects. Park, Choon Ho at the Kim, Chong Yung Museum summarizes the work as a "chronicle of flowers," as "a flower" becomes a "lotus flower," which then transforms into a nameless "wildflower." During this period, Moon, Hye-Jung painted a series of lotus flowers. Lotus flowers send people to reach their inner selves. This may be why the vibrant yellow-green stems of the flower are rooted in murky marshes. How can such a pure turquoise color be created from mud? Then, in the end, they blossom into light pink flowers. These summer blossoms have no issues with the types of soil. It is a mystical and sublime paradox. Resilience to the environment, the power of withstanding crises, and the integrity of waiting for the full bloom that will come, are what Moon, Hye-Jung aimed to reflect in her paintings. Moon, Hye-Jung's flowers are not merely for appreciation. ● Moon, Hye-Jung frequently chose flowers as her subjects since the 1990s. 「Lotus Landscape」 is incomparably more colorful than 「White Flower I」 or 「White Flower II」, both of which were painted about a decade before. Here Moon attempted an understated aesthetics of representation. The vestiges of expressionism led by a heated state of mind have mellowed. The flowers, however, are not merely there for their beauty. Hope arises in the midst of loss. Such is the significance of the column, the vertical icon that frequents her painting Landscape which was painted during this period. It represents all orders rooted from the earth and stretches to the atmosphere. It is the vigor of Vincent van Gogh's cypress trees, the will to soar, and the axis of comfort and reassurance amidst life's hardship. ● What appears in this world is closely related to the vitality that endures the history of hardship and crises. A power, a vitality, is at the essence of Moon, Hye-Jung's four decades of painting. What is this power? It is the power that arises from being alive, the power that enables a seed to sprout and blossom. Only life is unconditional and unscathed from death. Moon's installation works, the Ginseng Field series, could be understood in the same context. Ginseng is a plant that is as symbolic as the lotus flowers. The vitality of ginseng is, in many ways, similar to that of art. Ginseng grows at a languid pace and takes as long as six years to gain potency. Moreover, it can only be cultivated in low light and requires shutters. Artistry, that is, artistic quality, also often requires an entire lifetime to bear fruit and is a value that should be adequately independent of the stimuli from the outer world. The power of art emerges through the time one spends enduring the world. ● The vitality found in Moon, Hye-Jung's 「Ginseng Field」 is engraved in her touches and rough brush strokes that envelop the memory of flowers. The bubbly bouquets of colors look like stems at first glance but could also be mere brushstrokes resembling flower petals. Moon, Hye-Jung's brushes and paint traverse the boundaries of reality and interpretation, representation and expression. The expression here is not limited to the subject and follows the freedom that transcends it. It flows into a play that can be left rough and disorganized. The freewheeling and rhythmic lines are unaware of the boundary that divides figurative and abstract art. The act of crossing boundaries itself is a sign of vitality. Freeing oneself from the perspective that regulates the two worlds also requires power. The power that enables one to overcome formality and its dichotomy - this is the aesthetic thesis of Moon, Hye-Jung's artistic world. (2022 October) ■ Sangyong Shim

Vol.20221123d | 문혜정展 / MOONHYEJUNG / 文惠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