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그리다

윤영展 / YOONYOUNG / 尹寧 / painting.drawing   2022_1129 ▶ 2022_1204

윤영_Avata for me 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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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더플럭스 & 더플로우 gallery the FLUX & the FLOW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2층 Tel. +82.(0)2.3663.7537

'나답게 그리다', 혹은 작가가 그려낸 의식의 흐름에 대하여 ● 윤영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회화를 통해 자아를 탐구해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 왔다. 작가가 발견한 자아의 모습은 디지털 시대에서 게임의 캐릭터나 아바타로 관찰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그의 작업에서는 점차 모호함에 갇혀버린 어떤 알 수 없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에서 작가가 그려낸 것들은 작가 외부에 물질적 방식으로 표시된 이미지들에 불과한 것들이기에 이는 그의 회화 작업에서 작가가 수행해 온 자아 탐구의 과정적 도구이자 관찰하고 바라볼 수 있는 일종의 외부 대상과 같은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는 어느 중견 작가의 글에서 "그림은 글이나 말보다 숨을 곳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요술처럼 신기한 착상이나 쥐어짜 낸 거짓말, 그리고 심지어 숨겨놓은 것과 몰랐던 것들까지 모두 드러나게 되는 것이 그림이다"라는 내용을 만나면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의도적인 억지스러움이나 내면의 속마음까지 들켜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작가는 그대로 자신의 작업노트에 적어 놓았다.

윤영_Avatar for me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73cm_2022

작가는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내면 세계라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것일 수 밖에 없었기에 이를 그려내고 표현하는 것에는 항상 한계가 있음을 감지하게 됐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나 회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위에 언급된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렇게 표현된 이미지들로부터 자신의 내면 세계가 발각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면 세계를 직접 바라볼 수 없기에 작업 초기에는 자신의 외부에 캐릭터 혹은 아바타와 같은 대리적 형상을 그려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젠 그 대리적 기표들이 기의를 너무나 명확히 지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감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인위적으로 어떤 전시 주제를 정하고 특정한 목적에 따라 '자아 탐구'를 수행하는 일이 오히려 이성적에 방식에 따라 의지적으로 작업의 방향을 한 쪽으로 기울어지게 하고 자아를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것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저 "나답게 그리다"라는 말만 남기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영_뻥 22-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53cm_2022
윤영_뻥 22-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53cm_2022

그러나 '나답다'라는 것 역시 쉽게 다가서기는 어려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나'라는 것의 정체는 윤영 작가가 그 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발견하게 되었던 것처럼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으로도 타자의 세포로부터 유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학습되거나 유입되어 언어적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에 안착한 외부 정보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자아의 양태를 살펴보면 '나'다운 것, 혹은 고유한 '나'라는 것을 규명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많은 의미 부여를 하거나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려 하지 않고 기존의 많은 것들을 내려 놓고 그저 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지는 그림들을 작가 스스로도 새롭게 발견하고 관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그렇게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는 동안에는 가식 없이 나를 찾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 그렇게 그려가는 작업을 지속하게 되자 어느 순간 그림 그리기가 자체가 권태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붓질에 맛이 없어서 그냥 놔두기도 했다고 한다. 자아를 탐험하는 것과 같은 여정에 커다란 산과 긴 터널을 지나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 순간 또 다른 산과 터널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윤영_Avatar for me 1,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91×91cm_2022

그런데 작가가 마주한 이러한 상황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작가가 '자아'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자 해 왔지만 이는 결코 쉽게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초기에 캐릭터나 아바타와 같은 이미지를 통해 자아의 모습을 찾아 나서는 작업을 하였고 이 대리적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유추해 보고자 했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보았던 그 대리적 이미지들로부터 자신의 리얼한 모습에 대해 발견하게 되면서 '자아'라는 것은 내부 혹은 외부와 같은 어떠한 경계를 구분 지을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상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시작되었던 원리처럼 여러 가지 관계 속 상호작용으로부터 그 흐름을 읽어내는 일로부터 탐색해 갈 수 밖에 없음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제 작가는 자신을 내려 놓고 그 의식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며 작업을 해나가고자 한 것 같다. 그 결과 때로는 그 흐름을 감각하게 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복되는 흐름에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과정까지 마주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작가는 '나답게 그리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를, '자아'를 찾아가고 그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좀 더 접근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대신하여 자신의 작업 여정을 지속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자세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 이승훈

윤영_Drawinfg for me 2, 1, 3_한지에 혼합재료_각 150×105cm_2022

오래전 어느 중견작가의 글에 '그림은 글이나 말보다는 숨을 곳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은 요술인 것이 숨는다, 숨긴다 해도 어디서 어떻게 숨었는지, 다 보인다. 놀랄 만큼 신기한 착상이든, 억지로 쥐어짜낸 거짓말이든, 나도 몰랐던 것까지 솔직히 그대로 다 보이는 게 그림이다' 라는 고백에 너무 공감했었다. ●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걸린 나의 그림을 보면서 속마음을 들켜버리면 어쩌나 하는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컨셉을 위해서 억지스럽게 그리지는 않았는지, 들키기 싫은 내면들이 표출되지는 않았는지,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전시장에 앉아서 빨리 전시가 끝나기를 원한 적도 있었다.

윤영_Drawing for me 7_한지에 혼합재료_210×150cm_2022

얼마 전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인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쓴 최영미 작가의 시집들을 다시 읽었다. 날 것 그대로의 문체와 가식 없고 살아 숨 쉬는 솔직함에 다시금 해방감을 느꼈다. 시인의 세상을 향한 용기가 부러웠고, 위에서 언급한 중견작가의 말과는 조금 다르게 글로도 그림만큼이나 이렇게 숨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이었다. ● 이번 전시는 그래서인지 전시명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더 나답게 그리고 싶었다. 억지로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지난 전시와 다른 이미지를 만들려고 의식적인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지난번 전시의 내 그림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게 그려질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되고 조작된 이미지만이 넘쳐나는 '시뮬라크르의 시대'에서 절대로 내면을 숨길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의 의식의 흐름조차도 솔직하고 싶었다. ● 두껍고 커다란 한지 위에서 드로잉 하듯이 과슈와 색연필로 자유롭게 그리는 동안 가식 없이 나를 찿을 수 있어서 행복헀다. 잘 그리려는 긴장된 노력보다 가장 친숙하고 좋아하는 재료로 어린이처럼 맘껏 그리는 것 자체가 좋다. 캔버스에 그릴 때도 나에게 익숙한 아크릭 물감으로 좋아하는 색과 형태로 더 나답게 그리려고 했다. 숨거나, 숨기려고 해도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지는 것이 그림이라니, 어떤 평가를 떠나서 나답게 더 진솔하게 그렸다면 전시장에서 전에 느꼈던 숨기려다 들켜버린 부끄러움은 없지 않을까 한다. ■ 윤영

Vol.20221129a | 윤영展 / YOONYOUNG / 尹寧 / painting.drawing

@ 통의동 보안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