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2_1216_금요일_05:00pm_전시장 1(B)
Section 1 / 2022_1216 ▶ 2023_0305 / 전시장 1(B) 참여작가 / 금혜원_김아람_민경_박문희 배규무_손승범_조성연_치명타 Section 2 / 2022_1216 ▶ 2023_0305 / 전시장 1(B) 참여작가 / 이다혜(북 큐레이터) Section 3 / 2023_0110 ▶ 2023_0305 / 공연장(C) 참여작가 / 강은수 Section 4 / 2022_1216 ▶ 2023_0402 / 중앙광장 참여작가 / 낯선자들(유은주)
주최 / 인천광역시 주관 / 인천문화재단_인천아트플랫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전시장 1(B),공연장(C),중앙광장 Tel. +82.(0)32.760.1000 www.inartplatform.kr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1) ●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혼잣말 형태의 이 물음을 대면하고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게요..." 라고 중얼거리는 것으로 시인이 선사한 일깨움과 깨달음의 순간에 대해 어눌하게나마 감탄을 표해본다.
우리는 그간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지구가 죽어간다'고 너무 쉽사리 내뱉은건 아닌지. 진짜 지구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설령 지구와 인류가 멸망하더라도(죽음과 멸망은 또 얼마나 다른 말인가!),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 그러니까 나의 일이 아니라고, 내가 공룡의 처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 김혜순 시인의 물음은 그 무신경의 상태를 깨우는 문장이었다. 더욱이 지구가 죽거나 사라지면 그건 지구와 지구 생명체 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 지구를 돌던 달의 문제이기도 하구나라는 것까지 생각케 하니 시인의 사유의 폭이 새삼 경이롭다.
"지난달에는 코로나에도 걸렸어요. 많이 아팠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아프고 옆의 사람이 아프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아프다는 생각을 하니까, 세상이 연결되어 있고 하나로구나 하는 게 한층 실감 났습니다." 2) 라고 시인은 시집 발간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 서로가 만나지 못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세상과의 연결과 연대를 감각하는 시인이란, 예술가란!! 연이은 감탄.
"모두가 마지막 종種인 생물들이 사는 달에 / 초인종이 울린다. / 지구인의 비보가 계속 전해진다. // (...) 끌어안아주던 사람 사라짐. / 돌아갈 곳 없음. / 후회와 죄의식(무한 추락). / 유령처럼 모두 신발을 벗었음. / 매일 매 순간 위장이 아픈 사람처럼 엎드려 있음. // 토성처럼 바이러스를 허리에 두른 지구 (...)" (김혜순 시,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사막상담실」 중)
코비드19라는 팬데믹이 불어닥친 현재의 지구와 이 세계는 이전과 확실히 다르다. 2022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시 『비타 노바_새로운 삶 Vita Nova_New Life』은 이런 '팬데믹과 그 이후'를 다룬다. 코로나라는 신종 병명이 포괄하는 현재의 위기, 재난, 죽음, 소멸에 관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한편 그러므로 이제는 새로운 삶, 달라진 삶을 기획하고 도모해야 한다는 현 상황에 대한 자기 인식과 문제 의식을 담는다.
'새로운 삶'이라는 뜻의 '비타 노바 Vita Nova'는 단테가 젊은 시절에 썼던 소설의 제목이자, 3)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잃고 쓰기 시작한 『애도 일기』에서 가져온 라틴어 표현이다. 4) '새롭다'는 수식어는 이제 막 만들어져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반면, '새 출발하자', '너도 이제 새 인생 살아야지'같은 느와르 영화 대사일 법한 이 말들에서는 과거의 불행과 상처와 결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시는 오히려 후자를 채택한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자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보자고 긍정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팬데믹으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어쩔 수 없이 살게 되었고, 이렇게 달라져 버린 세계를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하므로 더욱이 여태까지의 방식을 멈추어 뒤돌아보고, 주변을 살피고 어루만지면서 당연시했던 것들을 의심해 보자고 제안한다.
전시 참여작가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그동안 우리가 숨겨왔던 것, 숨기려 했던 것, 버려진 것, 소외된 것들에 다정한 시선과 손길을 건네면서, 쉽게 지나치거나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을 가시화하고, 미미한 것들에 존재감을 부여해 왔다. 그 존재들에서 날선 아름다움과 장엄함, 차분한 위엄이 발산되는 것을 예민하게 포착한다(금혜원, 손승범, 조성연). "인간이 아닌 생물이 본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우주인이 본 에일리언으로서의 인간은?" 5) 이라는 일본 소설가의 물음과 마찬가지로,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오히려 비인간 지구 생물들의 주변을 선회하며 면밀히 관찰하거나,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 그들과의 공생을 모색한다(김아람, 배규무).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역사가처럼 충실히 기록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 선택의 지점에 예술가의 첨예한 윤리 의식이 자리한다(치명타). 결국은 모든 상황이 관계의 문제로 수렴되지 않을까. 디스토피아적 펑키함으로 위장한 혁명가의 체제 비판의 형식을 통해서든(박문희), 진중한 연구자로서의 꾸준한 실험이자 신실한 수도자의 희생, 봉사, 봉헌의 방식을 통해서든(민경)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세계의 관계 맺음과 그 방식에 주목한다.
팬데믹으로 역할과 중요도가 더욱 강화된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으면 허전할 것이다. 낯선자들(유은주)의 확장현실 형식의 극게임 작품이나 소리를 또 다른 종(種)으로 상상하며 제작한 강은수 작가의 작품들은 최첨단 기계나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이런 기술이 인간의 사랑스런 동반자로, 미적 체험의 매개체로, 생명과 생태라는 가치의 담지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이 시각의 영역이며 공간성에 기반한다면, 문학은 청각의 영역으로 시간성에 기반한다. 하지만 시공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이라는 조형적 상황에서 내러티브가 발생하고, 문학의 선형적 서사 안에서 이미지가 불쑥 솟아오르기도 하니까. 미술과 문학이 주고받을 수 있는 이러한 상호작용과 거기서 드러나는 조화와 대비가 궁금했다. 타인의 감각과 인식이 서로 다른 곳에서 우연히 겹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운 마음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씨네21 기자이자 에세이스트, 북칼럼리스트인 이다혜 작가에게 전시 참여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연결지을 수 있는 소설책을 골라 매칭해 줄 것을 청했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미술 작품에 '링크'시킨 문학 작품으로 이번 전시의 시공간이 보다 넓게 확장될 것이라 믿는다.
팬데믹 이전이든 이후든, 세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진실을 발견한다. 예술가들의 코기토, '나는 창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 이영리
* 각주 1)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김혜순 시집(문학과지성사, 2022) 2) 한겨레신문 2022.4.28.일자 인터뷰 중 www.hani.co.kr/arti/culture/book/1040747.html 3) 이탈리아어 원제는 La Vita Nuova이다. 『새로운 삶』,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염승섭 옮김(부북스, 2019) 4) "비타 노바vita nova는 래디컬한 몸짓이다(어떤 단절을 수행하기-지금까지 살아왔던 길을 끝내기, 그 필연성)", p.84,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걷는나무, 2012) 5) p.399, 『절연』, 소설집, 정세랑 외(문학동네, 2022) 중 「대담-이전 시대와 헤어지는 일」에서 무라타 사야카 작가의 말
Vol.20221216f | 비타 노바_새로운 삶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