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ating Images 부유하는 상

정은빈展 / JUNGEUNBEEN / 鄭銀彬 / painting   2022_1228 ▶ 2023_0227 / 화요일 휴관

정은빈_겨울숲을 통과하는 것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정은빈 포트폴리오 인스타그램으로 갑니다.

정은빈 인스타그램_@shine_y0

Part1 / 2022_1228 ▶ 2023_0116 Part2 / 2023_0118 ▶ 2023_0227

기획 / 정은빈 그래픽 디자인,영상 / 주다인 후원 / 경기도_경기문화재단

도슨트 투어 / 2023_0113_금요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화요일 휴관

시간정원 용인 The Time Garden Yongin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원로 436(근창리 317번지) Tel. 070.7778.2348 @thetimegarden.official

# 움직이는 것들과의 조우 ● 차를 타고 이동하면 창 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곤 한다. 사람의 속도로 걸으면서 천천히 관찰할 수 있는 풍경과는 다르게, 차의 속도 위에 놓인 풍경은 새롭다. 창 밖으로 손 내밀면 닿을 듯이 가까운 거리의 풍경은 속도와 달라붙어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리고, 절대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먼 거리의 풍경은 속도와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공간에서 정지한 듯 떠다닌다. 이는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눈에 잘 보인다는 현실의 이해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속도에 따른 시각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 삶의 현상과는 반대의 모습으로, 삶의 또 다른 역설을 보여준다.

정은빈_겨울바다와 핑크 발자국_캔버스에 유채_33.4×45.5cm_2022

지난 몇 년간 정은빈은 자연과 도형이라는 상반된 범주를 하나의 화면으로 불러와 새롭게 재구성하며, 자신을 감싸고 있는 세계의 모순과 역설과 같은 이분법적인 현상이 공존하는 상태를 탐색해왔다. 특히 감각과 기억의 불완전한 속성을 '여과'라는 절차를 통해 납작하게 눌려진 2차원 평면의 페인팅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일종의 이미지로 치환된 작품을 곧 그것이 위치할 볼록한 3차원의 전시공간과 연결시켜,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품에 새로운 공간감을 침투시키는 형식을 시도해왔다.

정은빈_속도의 거리_캔버스에 유채_27.3×45.5cm_2022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의 주제를 발전시키며, 그 중에서도 움직이는 속도에 따른 시각의 역설에 집중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가까이 있는 것보다 멀리 있는 것이 눈에 더욱 또렷하고 편안하게 인지되는 현상에서 출발하여, 작가는 자신이 일상 속에서 움직이며 마주한 장면들을 다양한 초점을 통해 바라본다. 초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의 완전함으로 인해, 작품에 표현되는 풍경들은 뭉개지기도, 선명하기도 또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여러 성질의 이미지의 단면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는 화면에서는 고요하지만 묘한 대결의 긴장감이 맴돈다.

정은빈_달리는 언덕_캔버스에 유채_27.3×45.5cm_2022

또한 작가는 작품들을 화이트 큐브가 아닌 다양한 구조를 갖는 낯선 공간에 위치시켜, 작품 안에 또 새로운 맥락과 잔상을 만들어낸다. 이미지의 행적은 전시 공간과 밀접하게 달라붙어, 공간의 폭과 너비, 안과 밖, 면과 선의 사이에서 나누어지고 또 연결되며 완성된다. 그렇게 파편화된 잔상의 단면들은 2차원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높낮이와 깊이를 가진 3차원 공간에서 본인의 새로운 좌표를 탐색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페인팅들이 자유롭게 부유하는 파편으로써 완전한 디스플레이를 시도하며, 본인이 마주했던 움직이는 모든 것과의 공존을 그린다.

정은빈_색을 잃어버린 나무를 누비는 꿈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65×53cm_2022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세계는 다양한 서사와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 하나의 단면에서 끝나지 않고 차원을 넘나들며 미세하게 진동하듯 움직이고 있는 정은빈의 작품은 그런 삶 속의 다양한 관계들을 전시의 형태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마주했던 움직이는 세계의 한 측면을 이미지의 가장 순수한 표면으로 다루며, 감각과 동시에 증발된 것들을 멀리서 가까이 들여다본다.

정은빈_Floating Images 부유하는 상展_시간정원 용인_2022
정은빈_Floating Images 부유하는 상展_시간정원 용인_2022

짙은 초록의 덤불은 소리도 없이 잠겨 있고, 검정색 털뭉치는 바람에 날린다. ● 나의 작업은 내가 감각했던, 감각하고 있는 현상의 완전함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나는 자연과 도형이라는 서로 반대선상에 놓여있는 범주를 한 화면에 불러와 새롭게 재구성하고, 감각한 장면의 특정 부위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 남겨두어, 감각이 갖는 불완전한 속성을 이미지의 가능성으로 치환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를 그림에 담되, 넘치게 담는 것이 아닌, 최대한 절제하며 핵심만 담으려고 노력한다. ● 납작한 풍경 안에 등장한 이 모호한 도형들은 일상 속 불완전한 현상들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고 감각되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하는 무형의 에너지가 된다. 항상 생명력을 전제로 하는 자연의 덩어리를 소재로 다루지만, 그와 상반되는 정제된 도형의 흔적을 통해 그 안에서 중간 값의 공기를 발견하고, 그 발견을 절제된 서정으로 발전시킨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분명하지 않은 기억 속의 부유물들에게 이름 붙이기를 시도한다. 또한 나의 작업은 캔버스 내부에서 멈추지 않고, 전시공간과 연결되어 완성된다. 따라서 2차원인 캔버스의 표면은 더욱 납작하게 만들고, 여기서 삭제된 공간감을 그림 밖으로 끄집어내 디스플레이 구조 속에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결과적으로 작품에 새로운 공간감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한다.

작업의 이미지는 현실과 기억의 파편들을 이어 붙여 만든다. 순간을 기록했던 사진 또는 이미지를 보고 그린 스케치를 통해 그 순간의 잔상을 대상의 형태와 색, 그리고 질감이라는 핵심적인 요소로 간결화 시킨 후, 그 스케치를 다시 한 번 캔버스 위로 여과시킨다. 이는 주관적 감정은 덜어내고, 객관화된 조형언어로 사적인 잔상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덤불, 나무, 광선, 뾰족하고 불규칙한 외곽선 등 마치 어떠한 언어처럼 유형화된 특정 요소들이 평면의 캔버스에 밀착되어 단순화되어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 이처럼 3차원으로 감각한 장면을 2차원의 캔버스로 여과시키는 과정을 통해, 나의 기억 속을 부유하는 잔상들의 핵심을 추적하고 싶었다. 그리고 분명히 보았지만 확신할 수 없었던 기억 속의 불완전한 잔상들을 모든 형태의 출발점이 되는 도형으로 간추려, 그들이 타인의 기억으로부터 다시 수많은 맥락의 가능성을 얻길 바랐다. 화면에 그려진 검정색의 동그라미가 누군가에게는 검은 돌로, 또 검정색 털뭉치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검은 타원으로 읽힐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본 그것은 그것이 맞는가? ■ 정은빈

Vol.20221228f | 정은빈展 / JUNGEUNBEEN / 鄭銀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