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WER

최정우展 / CHOIJUNGWOO / 崔廷宇 / installation.photography   2023_0118 ▶ 2023_0130 / 일요일 휴관

최정우_A.SEWER展_와이아트 갤러리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1028b | 최정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와이아트 갤러리 YART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3호 Tel. +82.(0)2.579.6881 yartgallery.kr blog.naver.com/gu5658 @yart_gallery

다시, 관계_나로부터, 우리로부터 ● 지하차도나 터널을 지나는 동안, 단편처럼 편집된 바깥의 풍경을 머리속에서 이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터널이 끝나고 외부세계를 다시 만나면 머릿속 잡고 있던 시선이 빠르게 전환되고 회복된다. 최정우가 2018년부터 선보인, 이른바 '편견없는 장치' 시리즈의 형상은 외부,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편견없이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 2019」는 입구와 출구가 구분되어 있는 소리 터널, 즉 '이야기'의 터널이다. 누구나 소리 내는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상호 관계에 기반한 장치이고, 상대 누군가에게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을 여과없이 경험한다.

최정우_A.SEWER展_와이아트 갤러리_2023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지는 「하수관」은 그 형상면에서 전작과 유사함을 띄고 있지만, 타자가 아닌, '나'와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소리가 전달되는 과정은 오롯이 '나'로 향해 있으며, 시작점 역시 '나'이다. 오수나 우수를 흘려보내기 위한 분출구 장치로서, 흘러간 우수는 좀처럼 다시 마주칠 일이 없는 것이 하수관인데, 그의 작품안에서는 철저하게 '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 긴 터널을 지나 마주한 세상은 다시, 그 자리인 셈이다. 작가는 작품 「하수관」의 생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던지고 있을까?

최정우_A.SEWER展_와이아트 갤러리_2023

멈춰버린 시간으로 지난 몇 년을 겪어오며, 단절된 관계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우리는 '나'의 돌봄조차 잊고 지내고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거리를 두는 역설적인 시대는 질서라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을 깨뜨려버렸고, 너무 시끄러운 고독1)의 시간에 우리는 놓여졌다. 최정우의 「하수관」은 혼잣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자각의 장치이다. 뱉은 것들이 말이 아닌, 오수의 분출물 따위를 생산하는 수많은 '내'가 있다. 이러한 생산과 소멸이라는 양 극면의 이중성을 작가는 단상 위 확성기 형상의 장치를 통해 '소리 생산자'를 도드라지게 노출시키고 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나'는 '나'를 말하고 '나'를 듣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자인 나'의 소리를 또 다른 타자로서 '전달받은 나'로 만나는 경험은 이색적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익숙함에 대한 고찰이자 낯설음에 대한 환기다. 한편으로, 작가 본인의 의도를 차치하고서라도 「하수관」은 꽤 낙관적이기까지 하다. 장치의 사용자에 따라 지친 '나'를 위로할 수도, 따뜻하게 '나'를 환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정우_A.SEWER展_와이아트 갤러리_2023
최정우_A.SEWER展_와이아트 갤러리_2023

관계의 회복은 회복적 사고로부터 출발한다. '나'를 위로하고 '서로'를 살피는 것으로부터 느리게 나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앉혀놓고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작가 최정우는 이러한 회복적 사고의 출발점에 서 있는 듯하다. 그 모습이 무겁거나 위태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온맘으로 생을 마주하는 유연함마저 든다. 또 다른 사진작품 「0000」의 부드럽게 반짝이는 윤슬이 이러한 세상의 관계 속을 유영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의 바람대로 군더더기 없이 가벼워진 매무새로 단단하고 유유히 나아가기를 바란다. ■ 이유미

* 각주 1)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제목을 차용함 『너무 시끄러운 고독』, 2016, 문학동네

Vol.20230118c | 최정우展 / CHOIJUNGWOO / 崔廷宇 / installation.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