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현실과 밈 사이

더원미술세계 2023년 2월호   February Vol.10

더원미술세계 THEONE ART WORLD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24 4층 Tel. 070.4289.3397 theoneartworld.kr

오만과 편견: 현실과 밈 사이 최근 'MZ오피스(SNL 코리아)'라는 코너가 화제의 중심이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MZ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을 블랙코미디로 소 화한 콩트. 여기에는 소위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MZ세대의 전형(?)이 등장한다. (사회생활에 부적격한) 티 없이 맑은 눈빛이 이 캐 릭터의 특징이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근무하는 속칭 '광인'은 직장 선배의 만류에도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는 이유에서 그들의 말을 무시한다. 그런 의미로 맑은 눈은 순수함이라는 긍정보다 직장 생활에 무지한 그저 철없는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하지만 이것이 소 위 'MZ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공통된 특징이자 결점일까? 만일 그렇다면 왜 오늘날의 청년은 개인주의적이며 이기적일까? 풍자 와 희화로 소비된 이들에게 모종의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MZ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가리킨다. 출생연도를 그 기준으로 삼은 이 단어가 작금의 현상을 설명하는 일종의 '밈(meme)'으로 기능하는 까닭은 기성세대의 편견과 청년세대의 자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해당 단어에 잇따른 부정적인 수식이 세대를 막론하여 발생하는 20~30대의 보편적인 생애과정인지, 혹은 특정 세대의 집단적 경험이 기존 세대를 다른 양상으로 지속 하게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전자는 연령효과(age effect), 후자는 세대효과(generation effect)라 칭한다. '요즘 젊은 것 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고·중세 사료에도 등장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젊은 것'들의 전유물인가 싶다. 하지만 앞선 두 효과를 종합 적으로 진단해 마땅한 이유로는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한 이들의 (이전 세대와 다른) 배경에도 있다. 따 라서 우리 모두에게 앞서 요구되는 것은 나 자신의 지표로부터 벗어나 세대를 이해하는 것에 있다. ● 한국전쟁 세대, 베이비붐 세대, 386세대(現 586세대) 등, 일전의 세대는 전쟁, 민주화운동, IMF와 같은거 대한 사건으로 결집한다. 각 세대는 자신이 태어나 겪은 시절을 동시대의 지표로 참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그들이 '기성세대'라는 타이틀로 병합하면 서 '나는 ○○세대가 아니다'라는 집단성으로 공동체를 강화하고 주변부를 배타한다. 이는 비단 기성세대만의 '꼰대의 식'이자 보수 성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고 그 수단으로써 배척을 감행하는 특징은 MZ세대에도 포착된다현. 재 유행하는 인터넷 밈에 '누칼협(누가 칼들고 협박했냐)', '꼬이직(꼬우면 이직하던가)', '알빠노(알 바 아니다)'가 있다. 물론 이러한 밈을 MZ세대 만이 통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밈 저변의 섬뜩한 뜻이 MZ를 특정하는 세대 구분의 지표로 사용된다는 점이 다. 기성세대의 특징으로 자리한 '희생의 강요'는 청년들에게 그 반대급부로써 자기 세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결 국 비어있던 시기적 구분으로서의 세대 개념은 각 세대 간 힘의 논리로 규정되어 성급하게 소비되는 듯하다. ● 미술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간혹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 작가에게 (문장 그대로는 아니지만) 누가 '예술'을 하라며 작가 당신 에게 협박했는지 에둘러 말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집에 돈이 많아 예술을 한다'는 팽배한 의식도 한몫한다. 부유하게 태 어나 아직 세상을 모른다는 편견은, 작가의 삶을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아둔함과 뒤따를 죄책감으로 단정하여 미래를 더욱 불 투명하게 그리고 자조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취약한 미술계 시스템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청년 작가를, 나아가 미술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자기 지표에 근거한, 이로써 오만과 편견이 가득한 가시 돋친 말들이 담론은 물론 작가 또한 위축시키고 있다. ● 따라서 이번 Special Feature는 현재의 인터넷 밈이 가리키는(혹은 가리킨다고 여겨지는) 청년세대의 특징이 동시대 미술에서 어떻 게 발현되고 있는지, 나아가 그들이 생각하는 '세대'란 무엇인지 짚어본다. 먼저 시각문화 연구자 김경수의 글을 통해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와 이를 소재로 한 여타의 작업·전시를 함께 엮어 살핀다. 이는 인터넷 밈의 생산 과정과 공간성을 개괄하기 위함이다. 둘 째로, 오정은 미술비평가는 밈을 모방과 진화의 관점으로 관찰하여, 이전과 달라진 작업 양상과 현대미술에서 분류된 독자적 영역 으로서의 초현대미술(Ultra Contemporary Art)을 주목한다. 다음은 권동현, 박론디 작가와의 인터뷰로, 오늘날 청년들의 개인주의 적 성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나아가 자신을 단정하고 있는 특징이 작업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묻는다.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한 3 개의 전시를 소개함으로써,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늘날 전시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연출되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016   EDITORIAL

FOCUS
FOCUS

018   FOCUS

ARTISTS_김명식 실재를 초극하는 재현 이미지
ARTISTS_키키 스미스 낙차와 낙하, 그 미묘한 차이

ARTISTS 028   ARTIST OF THE MONTH         김명식 실재를 초극하는 재현 이미지 l 이경모 036   강바램 경계를 허무는 바림과 해체의 미학 l 김수은 042   이경재 화산섬 제주의 얼과 힘 l 이경모 048   강은수 경계선 너머의 목소리 l 이도준 054   키키 스미스 낙차와 낙하, 그 미묘한 차이 l 전세운

SPECIAL FEATURE
SPECIAL FEATURE_오만과 편견: 현실과 밈 사이
SPECIAL FEATURE_권동현 아저씨에 대한 아저씨에 의한 고독한 덕질의 산물
SPECIAL FEATURE_박론디 우리 삶은 웃어넘기기에도 바쁘니까

SPECIAL FEATURE 062   오만과 편견: 현실과 밈 사이 l 전세운 064   환생했더니 싱하형이었던 건에 대하여 l 김경수 068   밈의 모방과 진화의 관점으로 본 MZ세대 미술 경향 l 오정은 074   권동현 아저씨에 대한 아저씨에 의한 고독한 덕질의 산물 l 김수은 080   박론디 우리 삶은 웃어넘기기에도 바쁘니까 l 이도준 084   『임포스터 키친』, 『XYZ: 공간좌표』,         『TO WHOM IT MAY CONCERN』 l 전세운 · 이도준

SPACE 092   수려한 자연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문화예술공간         함양용추아트밸리 l 김수은

PEOPLE 098   오재천 회화를 향한 믿음과 시간 l 이도준

ART WORLD_HONGKONG 『MYTH MAKERS - SPECTROSYNTHESIS III』

ART WORLD 103   CHINA 『START』 l 김용우 · 정형민 106   HONGKONG 『MYTH MAKERS - SPECTROSYNTHESIS III』 l 앤드류 램 110   LA 『WILLIAM KENTRIDGE: IN PRAISE OF SHADOWS』 l 이경수

SERIAL 115   정해광의 아프리카 미술과 문화4         압두나 카사 120   이은화의 유럽미술관 산책 예술품을 담은 그릇 데포 보이만스 반 뵈닝언

TOPIC_ART SG

TOPIC 128   고치 비엔날레 l 고동연 132   ART SG l 이도준

EXHIBITION 138   REVIEW 152   PREVIEW 154   NEWS 156   BOOK 157   POSTSCRIPT 158   SUBSCRIPTION

Vol.20230201d | 오만과 편견: 현실과 밈 사이

@ 60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