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HOME

강병찬_김지윤_나예은展   2023_0210 ▶ 2023_02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8:00pm

별관 OUTHOUSE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 (망원동 414-62번지) 2층 outhouse.kr facebook.com/outhouse.info @outhouse.seoul

우주의 이타카에서 ● 『Gone Home』은 지구 종말로부터 시작한다. 지구의 멸망을 앞두고 세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 선택은 선택 후에 있을 결과를 생각하며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미래의 시간을 전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선택들은 지구 종말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있다. 이때 지구의 죽음 이후 펼쳐질 인간의 시간에 대한 상상은, 지구를 집으로 여기기에, 그리고 인류는 집으로부터 떠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닌 새로운 집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구는 이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집이다. 지구를 떠나는 방법도 인류는 차츰 알고 있다. 2023년 오늘, 지구의 멸망이라는 테마는 믿기 힘든 픽션이나 먼 미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전시는 종말의 현장에서 쓰인 이주의 서사이다. 지구라는 행성을 공동의 집으로 둔 채, 세 명의 작가는 우주의 이방인이 되었다. ● 우선, 김지윤은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쪽이다. 그는 기꺼이 집을 떠나 우주 속으로 힘차게 잠수한다. 그에게 우주는 오랫동안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떠나온 집 대신 도착할 집을 바라본다. 그가 남긴 기록에는 새로운 터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그가 예전의 집인 지구에서 함께 지낸 사람들의 얼굴을 새로운 터전인 우주의 까만 밤하늘에 별자리로 남겨 놓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C.S.Y」, 「C.S.B」), 그의 시간은 과거를 고정된 추억으로 남긴 채 미지의 미래로 향해갈 것이다. 반면, 강병찬의 이주는 피신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우주로 대피한다. 생존을 위해 무너져가는 집으로부터 도망친 것이다. 그에게 있어 우주는 새로운 발견이면서 극복해야 하는 공간이고 지구는 재난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안온했던 집이기도 하다. 일상과 재난, 설렘과 그리움이 우주의 진공 상태를 어지럽게 채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의 집이 지구에 남기고 온 과거의 파편들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지구는 폐허가 된 후다.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그는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해 자꾸만 과거를 뒤돌아보며 표류하고 있다. ● 앞선 두 작가의 선택이 지구 바깥에서 인간의 시간을 이어간다면, 나예은은 인간의 시간을 지구 안에서 마치기로 결정한다. 다만, 그의 선택은 단순히 지구 종말과 함께 죽음에 이르는 회의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동과 진보, 침략과 정복이라는 인간의 역사를 거부한 성찰적인 선택에 가깝다. 마지막까지 남은 지구의 원주민이 되었을 때 그는 인류의 역사 안에서 오히려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지구에 혼자 남은 인간의 시간은 종말을 변곡점으로 하여 자연과 과거로 회귀한다. 잔존하며 쓰이는 이 이주의 서사에서 미래와 과거, 죽음과 탄생, 문명과 자연은 어슷하게 붙어있다. ● 서로 다른 세 개의 이주 서사이지만, 우리는 이 앞에서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어찌 되었던 간에, 혹은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인간의 집이라는 것이다. 지구 종말의 상황은 '집'이라는 개념을 행성적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인류는 지구라는 공통의 고향에서 기원하게 되고, 집의 상실이라는 시급한 명제 앞에 도달하게 된다. 상실을 목전에 두고서야 우리는 우리를 동향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 이제, 이 이야기의 제목인 『Gone Home』으로 돌아가 보자. 집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에서 귀향으로 해석되는 이 제목을 동시에 '사라진 집'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까? 집으로 돌아갔으며, 집은 사라졌다. 떠나야만 인식할 수 있는 곳, 잃고 나서야 그리워할 수 있는 곳, 종말 앞에서야 감각할 수 있는 곳, 한번 떠난 후 다시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예전의 그것이 아닌 곳, 집은 그렇게 타지와의 관계 속에서만 형체를 드러낸다. 지구는 이제 우주와의 관계 속에서 '돌아간', 혹은 '사라진' 집이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집을 벗어났다(별관/Out House). ● "사람들은 더 이상 고향을 필요로 하지 않기 위해 고향을 필요로 한다." (장 아메리, 『죄와 속죄의 저편』 중) ■ 이하림

강병찬_광속질주, 건 혼, 이타카, 유사 입신_종이에 연필_26×18cm×4_2022
강병찬_일지_종이에 연필_15×21cm_2023
강병찬_무한동력, 조증, 타이니뱅, 조울증_종이에 연필_26×18cm×4_2022

강병찬의 작업은 연필로 종이에 그린 드로잉이다. 크리스찬 베일이 실제 존재할리 없는 배트맨을 메소드 연기한 것처럼, 그도 사망을 피해 지구를 떠나는 인간에 몰입해 일지를 그렸다. 우주를 유영하며 새로운 행성을 찾는 과정을 담은 일지가 끝날 무렵 강병찬도 전시를 시작했다.

김지윤_태양_단채널 영상_00:00:52_2023
김지윤_lago, corriente, burbuja, bajamar, polvo, mecer, mareal, oleaje, ola
김지윤_분산 10, 분산 1, C.S.Y, C.S.Btkt

김지윤의 작업은 확장하며 분산되는 우주와 그 속에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양」, 「안드로메다 은하」는 제목 그대로 태양과 안드로메다 은하 사진을 잘게 쪼개고 흩뿌려,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높은 확률로 무질서하게 분산되는 특성을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먼지처럼 흩어진 수많은 점을 하나의 소음으로 변환시키고, 그 소음의 형체를 스펙트로그램으로 정렬하여 일종의 음악으로서 별의 소리를 듣게 한다. ● 먼 옛날 하나의 판게아에 모여 살던 인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곳곳으로 흩어져 분포되고, 기술을 발전시켜 각자의 빛을 쏘아 올려 밤하늘의 별을 가리는 결과를 낳았다. 김지윤은 하늘의 별 대신 주변인의 얼굴의 점을 통해 별을 보고 별자리로 엮어, 잡음이 있는 밤하늘에 그들의 점들을 새겨넣었다. 각자 다른 밤하늘의 판화는 한자리에 모아놓았을 때 자연스레 무질서해지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나예은_100 eyes_렌티큘러 카드_90×180cm_2023
나예은_STAND STILL_단채널 영상_00:03:00_2023
나예은_50_세라믹_가변크기_2022
나예은_51_세라믹_자개_19×23cm_2022

나예은은 지구에 남는 편을 선택한다. 그의 선택은 단순히 지구 종말과 함께 죽음에 이르는 회의적인 선택이기보다 오히려 이동과 진보, 침략과 정복이라는 인간의 역사를 거부한 성찰적인 선택에 가깝다. 「STAND STILL」, 「100eyes」는 2022년 8월에 한 부족의 원주민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기사를 기반으로 시작된다. 오두막 옆 해먹에서 마코 앵무새의 깃털에 덮인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 그는 26년간 문명을 거부하며 50여 채의 오두막을 짓고 수십 개의 구덩이를 남겼다. 26년 그의 흔적은 나예은이 작은 흙덩이들을 남기는 매일과 맞닿아 있다. 원주민의 삶과 지구에 남는 나예은의 선택은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바깥의 다른 방향으로의 나아감이다. ■  

Vol.20230210d | GONE HOME展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