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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3성남청년작가展 1
기획 /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성남큐브미술관 SEONGNAM CUBE ART MUSEUM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808 반달갤러리 Tel. +82.(0)31.783.8142 museum.snart.or.kr @cubeartmuseum
성남문화재단은 경기도 성남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전도유망한 청년 작가를 발굴하여 성남큐브미술관에서의 개인전 개최 지원을 통해 지역의 청년 작가를 응원하는 성남청년작가전을 기획하고 있다. 성남청년작가전은 청년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 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시민에게는 다양한 현대미술 감상의 기회와 예술을 통한 공감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부터 운영되온 성남청년작가전을 거쳐 간 작가들은 국내외 미술계 현장에서 각자의 역량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성남큐브미술관은 2023년 첫 번째 성남청년작가전으로 박춘화 『길을 가는 동안』을 선보인다. 박춘화는 불안한 시대를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박춘화는 '풍경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가-'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커다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그려냈다.
박춘화는 광활하고 깊은 바다보다는 자신의 발끝에 부서져 흩어지는 하얀 포말(泡沫)에 시선을 주었고, 해변의 아름다운 석양보다, 고립된 작업실 근처 메마른 도랑에서 보았던 붉은 석양에 마음을 뺏겼다. 이렇게 일상에서 차곡차곡 모인 시각적 잔상들을 박춘화는 '가장자리의 풍경'이라고 표현하며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다.
박춘화의 시선은 언제나 화려한 중심부가 아닌 소외된 변두리를 향한다. 실존하지만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 무엇, 풍경의 중심에서 쓸쓸히 한 발짝 비켜선 주변의 작은 존재들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은, 때로는 파도 끝에서 사라지는 포말로, 때로는 길을 가는 동안 마주치는 외로운 산책자의 뒷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박춘화는 일상의 풍경을 통해 불안함과 공허함, 채워지지 않는 결핍에 대한 공감을 드러내고 예술이 가진 회복성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박춘화가 그려낸 풍경은 특별한 명승지나 유명한 장소가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 잘 가지 않고 또 각인되지 않는 우리 주변의 풍경들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풍경을 포착하여 그 시선 속에 내포된 쓸쓸함과 공허함, 채워지지 않는 결핍 등에 대한 감정을 작가가 직접 조색(toning)하여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먹색과 검푸른 색조를 활용해 담담히 그려냈다.
박춘화의 작업에서 주조색은 검푸른 먹색이다. 검푸른 바다와 밤의 풍경을 담채(淡彩)를 반복하여 표현했다. 특히 밤을 표현한 먹색의 경우 어둠이 지닌 고유의 은은함과 파르스름한 밤의 정서가 함께 전해진다. 박춘화의 작업에서 바다에서 밤의 색이 느껴지고, 밤하늘에서 바다의 색이 느껴지며, 바다와 밤이 서로 공존하는 듯한 색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는 작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블루와 그린 계열의 색채 활용에 기인한다.
박춘화의 작업에서는 채도가 높고 선명한 원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춘화는 다양한 색을 혼합해 자신만의 멜랑콜리한 정서를 녹여낸 색감을 만들어내어 작업에 활용하는데, 실제로 작업 과정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을 조색으로 할애하고 있을 정도로 고유한 색감을 산출하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품에 쓰이는 색감 자체가 자신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오브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박춘화는 자신의 모든 작업에서 캔버스 대신 '장지(壯紙)'를 사용한다. 작업 특성상 희석된 물감을 종이 위에 반복적으로 칠하고 말리는 채색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전통 한지의 종류중 하나인 장지는 두껍고 질기며 균일한 섬유질의 특성을 가진 종이로, 작가의 반복되는 칠과 채색 과정을 견디기 가장 적합한 바탕이 되어준다.
박춘화는 장지 위에 묽게 희석한 아크릴 물감을 무수히 덧칠하여 쌓아 올리면서 물감 자체의 마띠에르(matière)를 강조하기보단, 종이가 물을 흡수하는 습성을 최대한 살려 장지와 물감이 하나로 밀착되듯 얇게 표현한다. 박춘화는 반복적인 칠을 통해 장지에 물감이 스며드는 효과를 강조하고, 시차를 두고 칠하기와 말리기를 반복하는 수행 같은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전시실 1층 중앙 벽면을 검푸른 빛깔의 바다로 가득 채운 신작 「검고 푸른」(2023)이다. 「검고 푸른」은 2021년부터 박춘화가 주력해온 '포말몽환(泡沫夢幻)' 시리즈 작업의 하나로,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6점의 연작이다. 「검고 푸른」은 작품의 너비만 9m가 넘는 대형 작업으로, 광활하고 깊은 바다를 화면 가득 채워 넣고 파도와 함께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하얗고 여린 포말을 포착해 화면 중심부에 그려내었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원하는 묽기로 희석한 후, 물감이 장지에 스미도록 반복적인 칠을 이어간다. 이를 말리고 다시 물감을 쌓는 과정을 마치 수행처럼 무수히 반복하며 자신만의 바다와 포말을 표현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작가 자신이 마음을 빼앗긴 '포말'을 그리기 위해 감내하는 과정이다.
박춘화의 작업은 실경산수화처럼 실재(實在)하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시선에 담긴 풍경과 당시 마주했던 감정에 따라 인위적인 삭제나 흐릿해 지는 연출 등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풍경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대부분은 성남의 풍경을 다루고 있기에 누구나 작품 앞에 서면 일상 어디선가 한 번쯤 만나고 거닐었을 법한 풍경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박은경
Vol.20230217f | 박춘화展 / PARKCHUNHWA / 朴春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