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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60화랑 60GALLERY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3 1층 Tel. +82.(0)2.3673.0585 60gallery.com
소년의 마음이 담긴 작가의 선물 ● 강화도에 있는 작가 김주호의 작업실은 순수한 소년의 호기심 상자 같다. 뚜껑을 열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짐작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엉뚱하면서도 소탈한 그의 성품 그대로 담긴 보물상자 같다는 뜻이다. ● 시간의 결이 한 겹씩 쌓이면서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모습은 연배가 깊어 가지만 작업은 점점 더 우리의 삶을 날것 그대로 포장지 없이 보여준다. 그런 그의 태도는 작업과 작품에 배어난다. 이번 전시 또한 그렇다. 3포세대를 위한 그의 제안, '사랑만들기'이다.
경쟁 사회 속에서 지쳐만 가는 요즘 청년들을 표현하는 말 중에 가장 슬픈 단어를 꼽자면 'N포세대'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세대에서 시작된 이 신조어는 3포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더한 5포, 여기에 꿈과 희망을 놓아버린 7포보다도 더 수많은 것들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 단어가 슬픈 이유는 현재의 메타포가 함축된 우리 사회 미래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 이른바 MZ세대가 포기한 이 평범한(?) 것들은 더 이상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가족과 자녀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 따르지 않겠다는, 미래를 향해 끝없는 성장을 목표로 달려가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넘어 어쩌면 시스템에 길들여진 개인의 무기력함 속에서 인간의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삶의 형태조차 냉랭한 무관심속에 굳어간다는 뜻이다.
일부 '꼰대'들은 이런 청년의 모습에 개탄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 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나무라기보다는 가식 없는 말투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의 순수함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답안이다. ● 작가가 제작한 두 가지 표정을 가진 한 쌍의 '꼭두인형'은 과거 결혼 예물로 인기 있었던 '기러기' 한 쌍에서 착안하였다. 이모티콘과 단축어로 빨리빨리 전달되는 모바일 메시지에 메말라가는 연인 사이의 감정의 흐름을 인형이라는 간접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수단으로 전달하여 '슬기로운 연애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저출산 시대 탈출을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양면에 다른 표정을 가진 커플 인형은 놓아두는 방향에 따라 8가지 커플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따스한 나무재질의 인형의 모습을 가만히 뜯어보면 꼭 남녀 연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소박한 우리네 모습들이다.
이러한 다소 적극적인 제안이 어쩌면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의 참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10년이 넘도록 그의 작업과 삶을 어깨너머로 살펴온 필자 입장에서는, 진심 가득한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자 작가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맑은 필터로 보인다. 그의 작품은 강화도의 작업실에서 '알콩달콩' 살면서 이제는 노을처럼 곱게 물들어가는 작가 부부와 아름다운 가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의 문명과 함께 변화해 온 미술의 기본적 역할에는 시대의 사상을 선동하거나 맞서는 프로파간다 혹은 투쟁으로의 역사가 있다. 때로는 사회를 반영하거나 비평하는 미학적 태도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예술만의 특성을 통해 인간을 위로하는 장식적 역할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느 쪽이건 간에 당대 인간의 삶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자처해 왔다는 점이다. ● 그런 의미에서 작가 김주호의 작품은 작가와 함께 투명하게 익어간다.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던 시절,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작가의 방식대로 꼬집는 작업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면으로 시선을 거둔 작가의 따뜻하고 소박한 삶이 생생하게 작업에 녹아드는 것이다. 가회동60에서 두 번의 전시를 거치며 테라코타와 철재 작업으로 인연을 맺어온 김주호 작가를 2023년 봄, 소년의 보물 상자에서 나온 선물 같은 작품으로 새봄맞이 전시를 통해 60화랑으로 초대하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작품을 바라보는 당신의 모습에도 따뜻한 미소가 깃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60화랑
사랑하는 사이 ● 서로 인정하는 8장면을 연출해 본다. '내 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서로의 갈등인 '삐침'은 눈길을 딴 대로 둔다. '삐침'이 '사랑'으로 돌아서는 둘의 과정은 자리를 바꿔보면 알 수 있다. 마음을 고치는 게 어렵지 않다. ● '쪽지편지'는 옛날 고리짝 때 얘기다. 어려운 얘기할 필요 없다. "나 영화 보고 시퍼"행복이 가득차게 된다. 성사율이 높다. 얼마나 효율적인 소통방법인가. 사실 말이란 공기로 날아가 가볍다. 귀에 가볍게 스치고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고 시치미를 때도 할말 없다. 행복을 위한 약간의 수고는 필수다.
삶이란 어려운 길이 있으면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어주는 동반자가 있어 지금의 행복이 있는 것이다. 무슨 거창한 고난의 행군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부를 때 화음을 맞추는 것과 같다. 둘이 부를 때 밀어주고 당겨주는 화음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는 절벽 위에 있다. 위험하다. 사랑하기 힘든 암흑시대가 되려는가. 어마무시한 14억 중국 인구도 줄어든다고 하고 일본은 벌써 노령화되었다고 한다. 북한도 그렇단다. 인류가 이러다 멸종하게 될런지 모른다. ● 조상님의 기러기 한 쌍이 백년해로와 자손 번창의 대를 이어왔듯이 사랑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회복하는 힘. 꼭두인형에 기대해본다. ■ 김주호
Vol.20230226a |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