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310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구철_권의철_권희연_김선일_김성희_김윤순 김종경 김지연_김지현_김춘옥_김현숙_민선식 박미영_박민희_소은영_손희옥_송근영_신지원 신하순_안해경_양정무_오경미_우재연_유희승 윤덕자_윤순원_이미연_이민주_이숙진_이순애 이승은_이애리_이은숙_이태근_정경식_정문경 정준교_정현희_채성숙_하미혜_하연수_하정민 허금숙_허진_홍순주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벽원미술관 HANBYEOKWON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0)2.732.3777 www.iwoljeon.org
한국화韓國畵는 중요한가? ● 한국화韓國畵.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개념적으로 조선시대 회화에 기반을 둔 오늘날 수묵채색화를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 미술에 있어서 특정 장르에 기존의 재료만을 사용해야한다는 경계 혹은 한계는 허물어진지 오래이며, 조형성을 얻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상당히 보편화되었다. 먹과 채색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화이지만 다양한 재료를 수렴하며 그 범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물론 먹과 채색만으로 인물人物, 산수山水, 화조花鳥 혹은 추상화 抽象畵를 그리는 보수적이고 온건한 방식도 여전히 유의미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훨씬 그 폭이 넓어진 것이다. 캔버스와 아크릴을 사용하기도, 바느질이나 염색 혹은 종이 콜라주와 같은 입체적인 방법을 활용하기 하며, 심지어 수정테이프나 향불 등 비미술적非美術的 재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제 결과물인 작품의 재료만으로는 한국화를 가름하기 어려워졌음을 알 수 있다. ● 한국화 작가들이 익숙한 먹과 채색을 넘어 이토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이는 높은 완성도 뿐 만 아니라, 이른바 "현대미술"의 맥락에 뒤쳐지지 않는 오늘날의 한국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도가 흔히 선구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서구미술의 뒤를 맹목적으로 쫓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이전에 습득했던 수묵채색화의 주제, 제재, 성격, 기법을 토대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새로운 재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온 것이다. 또한 먹과 채색을 그대로 쓰는 작가들의 경우 기존 재료에 대한 보다 심화된 탐구와 재해석 그리고 구상을 통해 깊이 있는 화면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은 수묵채색화 현대화의 노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게 되었다. 보수적인 성향의 작가이건 진보적인 성향의 작가이건 오늘날 한국화 작가들의 작업은 사실 매우 유의미한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화의 위상은 그러한 성과와 큰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동양화東洋畵라는 또 다른 명칭으로 198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도, 또 미술사美術史라고 하는 학문적 관점에서도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내재되어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유수의 기관의 전시, 연구, 작품 수집 등에 있어서 한국화에 대한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관심과 태도는 이러한 상황을 반증해준다. 이는 서양화西洋畵나 조각彫刻, 공예工藝 등 매체와 표현 방식을 보수적으로 이어온 장르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이지만 한국화에서 가장 뚜렷하다. 과거 미술의 중심이 회화였고, 매체가 수묵채색화였기에 전통성과 정통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인식되었고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더욱 그 갭이 커 보이는 부분 또한 크다. 개념미술이나 영상미술 등 서구미술의 시각과 관점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동시대적인 미술로 인식되는 상황 속에 기존 장르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의 영향을 받았던 셈이다. ● 이러한 상황의 배후에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시각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한국화는 어찌 보면 심심하고 단조롭다. 형형색색의 영상 이미지와 컴퓨터 그래픽에 기반 한 가상현실을 생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설치, 영상, 사진, 입체 조형물이 미술의 주요한 매체로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환경적인 영향과 이로 인한 사람들의 인지 및 인식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강렬한 시각성의 범람에 따라 오랜 전통의 한국화가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화는 그만큼 의미가 감소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사람의 정서를 순화하고 유쾌하게 하는 미술의 기능과 목적은 유효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공존해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화는 다소 거창하지만 오랜 미술의 역사와 전통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장르였던 회화繪畵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작가들이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각 작가들의 작품, 작품에 모두 스며있다. 또한 그러한 오랜 전통이 깔려있는 만큼 개별 작가들의 작품을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그 작품성과 깊이는 다른 장르와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 일종의 '내공內功'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급한 일반론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체로 사실이다. 오늘날의 바뀐 상황 속에서도 한국화의 중요성이 큰 이유다. ● 오늘날 한국화 작가들은 각자의 모색을 통해 개인의 예술세계를 발전시켜왔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는 오늘날 한국 미술의 방향타가 극단적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해 왔다. 한국 미술의 균형 유지와 한국 회화의 발전적 모색에 일익을 담당한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한국화 작가들의 작업이 여전히 완성형이라기 보단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또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한국화, 더욱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 장준구
월전미술문화재단은 작금昨今의 한국 미술계에서 소외되어온 한국화韓國畵의 진흥과 발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이러한 기획의 일환으로 한국화 분야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작고 작가와 원로 작가의 회고전, 그리고 중요한 주제를 다룬 특별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해왔으며, 관련된 도록을 펴내고 학술대회도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화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는 서예書藝의 진흥과 발전에도 힘을 보태왔습니다. ● 올해 월전미술문화재단은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한벽원미술관에서 사단법인 한국화진흥회를 초대하여 『한국화, 길을 묻다』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한벽원미술관은 20세기 한국화단의 거목이셨던 월전 장우성 선생에 의해서 건립된 월전미술관의 후신後身으로, 생전 선생께서 우리 한국화의 산실, 한국화 연구와 발전의 기반으로 기능토록 정성을 들이셨던 장소입니다. 바로 이 곳에서 다름 아닌 『한국화, 길을 묻다』전을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 ● 오늘날의 미술이 '현대적'이라는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는 서구 미술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한국화진흥회와 이번 전시의 의의가 더욱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미술계와 후학들에게 의미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전시를 위하여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한국화진흥회 김춘옥 이사장님과 한국화진흥회 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장학구
Vol.20230310b | 한국화, 길을 묻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