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는 인류와 자연의 상호작용을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중요성을 시각예술로 풀어보는 전시입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한 우려로 '친환경'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한국 또한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정책과 산업, 교육 전반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일회용잔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전기차 확산까지 친환경의 실천은 이제 우리의 생활 속 까지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두는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식물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넘어 아트상품 제작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생산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의 핵심일까요? ● 자연과 인류는 생태적 측면에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사유를 우리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본 전시는 '생태', '인류', '담양'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생태'라 하면 동·식물 즉 자연생태(ecology)를 떠올리기 쉽지만, 생태계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 맺고 있으며 인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류의 진화와 생존 모두 생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인간사회의 집단과 체제, 자본주의도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인간과 자연, 환경의 유기적 관계의 결과물입니다. 생태란 결국 상호작용인 것입니다. '환경보호'의 노력을 위해서는 인간 사회와 자연 환경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인류와 생태를 다룬 작품들에 담양의 특성을 담았습니다. 본 전시를 위해 지역 외부의 작가와 기획자가 담양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역의 특색을 탐구했습니다. 전라남도 담양군은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등 자연의 정취를 오롯이 간직한 지역입니다. 이러한 특성에 맞춰 참여작가들은 지역을 답사하고 연구하여 현장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사진 등 다채로운 장르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예술가의 상상으로 생태적 풍경을 만들고, 소리와 향 등 감각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자본주의와 기술개발의 인류적 상황 속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본 전시가 국내 예술자원이 수도권에 가중된 상황에서 동시대미술의 시류를 소개하고 문화적 인프라를 확장하여 지역과 교류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 최재혁

김유석_식물 로봇_스텝모터, MCU, 서버, LED볼, 조명, 스피커_가변설치_2023

김유석 작가는 기계와 생명성을 연결짓는 미디어아트를 시도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식물 로봇」은 담양에서 마주한 풍경, 풀잎의 움직임, 바람 소리를 모티브로 가상의 디지털 자연을 구현하였습니다. 전시장에는 태양과 같은 공중 조명이 빛을 분사합니다. 인조 갈대들은 빛의 양과 관람객의 간섭 등 환경의 변화를 데이터값으로 변환하여 제각각 무작위적인 움직임을 연출합니다. 작가는 이를 '군집 생명'이라 명명하였는데, 식물이 같은 환경에서 동일하게 생장하되 세밀한 변화에 조금씩 다르게 자라고, 반응하는 자연의 특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인류와 생태는 '군집 생명'이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더 나은 생존의 길을 향해 함께 나아가지만 그 안의 개체들은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중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인공 생태계를 통해 관람자와 작품(기계) 또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유석의 작품은 자연과 생명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차갑게만 인식해온 미디어아트와 기술에 생명성을 부여하고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지수_공중정원_이끼, 향, 천에 바이오드로잉, 나무_가변설치_2023

김지수 작가의 작업은 '향'과 '감각'으로 집약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후각이 발달했던 작가는 사람과 자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후각적 상상력을 통해 표현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의 설치작품 「공중 정원」에는 숲과 나무, 시냇물과 바위 사이사이 풍성하게 자란 이끼들의 향을 채집하고 공간과 어울리는 향을 제작하였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소쇄원 입구의 오래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공간이 새로운 차원으로 열리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담양의 소쇄원은 조선시대 특유의 조경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유지된 정원입니다. 작가는 향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냄새 분자가 되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고 그곳을 느끼며 감각을 증폭시킵니다. 조선시대와 현재가 중첩된 장소인 소쇄원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작가는 담양의 향을 심고 「바이오 드로잉」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벽면에는 공간에서 연상되는 빛깔과 향을 추상적 형태와 색채의 드로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우리는 김지수의 작품을 통해 후각과 시각으로 작품을 온전히 느끼며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배성미_흔들리고 부딪치는_종이, 스테인리스 스틸 밥공기, 망원경, 혼합오브제_가변설치_2023

배성미 작가는 사회를 관찰하고 그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에 주목해왔습니다.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속에 실재하는 속성을 작품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작가가 담양에서 만난 첫인상은 '평화로움'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평화를 자본의 가치로 환산거나 저해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본관 1층 전체에 '돈풀'을 심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풀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땅을 토지로 인식하기보다 돈이 자라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요? 생태적 환경마저도 자본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꼬집습니다. 또 한켠에는 400여개의 스테인리스 밥그릇이 흔들리고 부딪치면서 불협화음을 냅니다. 이는 사람들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유됩니다. 이처럼 배성미의 작업은 '자연을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자연 생태에 얼마나 개입하고 있는가? 그 방식이 맞는가?'를 질문합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의 이기심은 쉽게 흔적을 남기곤 합니다. 죽녹원의 대나무에서 흔히 보이는 낙서들처럼 말이죠.

원성원_IT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_C 프린트_178×297cm_2017

원성원 작가는 현실과 공상이 뒤섞인 독특하고 섬세한 사진 콜라주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원성원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과 나무는 인간과 사회를 상징합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시리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의 유형'을 나무들로 의인화한 작품입니다. 「IT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는 물풀 아래의 물과 그 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풀들의 이야기로 'IT전문가'라는 직업의 특성을 빗대었습니다. 「완벽한 정원」은 인간, 환경에 의해 벌어지는 다양한 심리적 현상과 관계를 식물과 동물로 의인화 했습니다. 이처럼 작가가 창조한 세계는 생태와 인류의 상호작용을 은유합니다. 또한 작가는 이미지 수집을 위해 다양한 장소를 찾으며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올바른 태도를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편의보다는 자연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류가 따라가는 방식이라는 것. 이러한 생각은 담양의 자연이 '멋진 관광지'화 되기보다 천연의 자연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허수영_숲15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23

허수영 작가는 많이 그리고, 오래 그리고, 겹쳐 그릴 수 있는 대상들을 '덧칠에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담양은 부모님의 고향이었습니다. 덕분에 작가는 어릴 적부터 담양을 자주 방문하였고 자연스럽게 담양의 시각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이미지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담양의 시간을 기록한 회화를 시도했습니다. 또한 작가는 한 해 동안 풍경이 변하는 모습을 한 화면에 누적해서 그리기도 하는데,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양산동」을 그린 바 있습니다. 새싹이 난 잔디를 그리고 그 위에 잡초를 덧그리고, 풀이 시들면 시든 대로,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는 대로 계속 덧입혀 그리는 것이지요.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때까지, 최장 12년까지 그린 그림은 시간의 흔적을 담아냈고 깊이를 더했습니다. 여러 지역의 작업실을 이동하며 그림을 그려야 했던 작가의 삶은 시간을 중첩시키는 대형 회화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작가는 무위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허수영의 회화는 자연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담담하게 순응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한 시간을 진지하게 돌아보기를 제안합니다. ■  

This art exhibition looks at the interaction between humans and nature from an ecological perspective and reinterprets its significance through the visual arts. The eco-friendly environmental movement is recently further accelerated and fueled due to climate change and environmental crisis concerns. Major countries around the world have declared carbon neutrality while Korea has also announced 'carbon neutrality by 2050' and carried out relevant projects in a wide range of disciplines such as politics, industry, and education. Environmentally friendly practices such as reducing the use of disposable cups in cafés and expanding the use of electric vehicles have already been integrated into everyday life. The culture and art world is also currently involved in this discourse. Some adopt nature and plants as the subject matter of their work, and others use environmentally friendly materials for their art products. Is it indeed the point of eco-friendly practices to produce ecobags and tumblers? ● As nature and humans are ecologically Interconnected with each other, we have to consider environmental issues and thoughts in connection with our daily life. To that end, this exhibition has suggested three keywords: 'ecology,' 'humanity,' and 'Damyang'. When it comes to 'eco' it usually comes up with 'ecology' and in the ecosystem all living things including humans establish organic relationships with one another. Human evolution and existence is built on ecology. Human social groups, systems, and capitalism are also in an ecosystem. 'Humanity' progress is the result of an organic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the natural environment. Ecology is after all thought of as an interaction. That's why our understanding of a harmonious coexistence between human society and the natural environment has to come first in an effort to protect the environment. ● A feature of Damyang is held in works addressing humanity and ecology. Both the artists and the curator from outside explored the distinct characteristics of Damyang for this exhibition, interpreting this region from the objective point of view. Damyang, Jeollanam-do is a region with natural flavor and mood such as Juknokwon, Gwanbangjerim, and the Metasequoia-lined Road. Participating artists have produced works in a broad spectrum of genres such as site installation, media art, painting, and photography after exploring and researching this region in light of its traits. They created ecological scenes with their artistic imagination and communed with nature through their senses, thereby making the viewer reflect on the significance of nature amid the circumstances of rampant capitalism and rapid technological development. It is our expectation that this exhibition will serve as an opportunity to introduce the trends of contemporary art and to interact with the region while expanding a cultural infrastructure in which artistic resources are unequally located in Seoul and the metropolitan area. ■ Choi Jaehyeok

Kim Yousuk attempts to associate machinery with vitality in media art. In Plants Robot System on show at this exhibition, he incarnates digitalized nature with the motifs such as landscapes he saw in Damyang, grass and leaf movements, and wind noise. A light source like the sun radiates light in the air. Each artificial reed stages a random movement respectively through the conversion of environmental changes like the quantity of light and viewer involvement into the data value. Naming this 'cluster life,' he takes note of the feature of nature by which plants grow in a similar manner but react differently to some subtle change. Humans and all ecological beings are the same in that they are 'cluster lives.' They proceed on the path of better life and existence, but each individual has their own individuality. And, they respect and influence one another. As such, Kim believes that an interaction between the viewer and the artwork (machine) is possible in this manmade ecosystem. Kim's work addressing the subject of life and nature lends vitality to technology and media art that is perceived as cold, and has the viewer feel warmth. ● Kim Jeesoo's work is integrated with 'fragrance' and 'sensation.' The artist, who has had a highly developed sense of smell since childhood, has laid out a narrative about humanity, nature, and the environment through her olfactory imagination. For The Floating Garden on display at this exhibition, Kim gathered the scent of moss richly growing in the woods, on trees, by streams, or on rocks and created a scent well-matched with some space. When preparing her work for this exhibition, she felt the space opening to a new dimension inspired by the trees blowing in the wind at the entrance of Sosweawon. Sosweawon in Damyang is a typical Korean garden representing garden culture intrinsic to the Joseon dynasty period, a garden where nature remains undisturbed and intact. In the process of collecting fragrances, she imagined flying as an odor molecule and amplified her sensations, sensing that place. At Sosweawon, where the Joseon period overlaps with the present day, she was instilled with the scent of Damyang and installed her bio-drawing through her journey crossing time and space. On the wall, she represented colors and scents redolent of the space of Sosweawon in a drawing rendered in abstract forms and hues. We may be allowed to think of the 'beautiful coexistence of nature and humans' feeling her work with our senses of smell and sight. ● Bae Sungmi has consistently observed our society and paid attention to its hidden aspects. She metaphorically expresses its real attributes that look beautiful outwardly through her work. Her first impression of Damyang was 'peaceful.' And yet, there are those who try to put a price on peace or hinder this peace. She planted 'money grass' on the entire first floor of the main building. Seen from a distance, this looks like grass, but on a closer look, it is made up of sliced strips of paper money. A capitalistic society seems to think of the land as a place where money grows. Bae's work points out its awareness of an ecological environment as capital. Approximately 400 rice bowls create a cacophony when they swing or bump into one another. This is a metaphor for a turf war referring to a struggle between people who only pursue their own desires. In this way, Bae's work poses such questions as "Don't we see nature from a human centered point of view? How deeply are humans involved with nature? Is this way correct?" Human selfishness left traces in nature like scribbles that are often seen on bamboos at Juknokwon. ● Won Seoungwon has worked in unique, delicate photo collages in which reality is mixed up with imagination. Both plants and trees often featured in her work are symbols of humans and society. The Inaudible Audible on show at this exhibition is a series in which 'the type of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is represented in plants and trees. The Water-grass Network of IT Specialists alludes to the job of IT experts with water under water-grass and grass absorbing the nutrition from the water. The Perfect Garden represents a diversity of psychological phenomena and relationships brought forth by humans and the environment. As such, the world she creates is a metaphor for the interactions between ecology and humanity. The artist is concerned about the right attitude towards nature while exploring a variety of places to collect images. As a result, she realized that the best way is to pursue what nature wants, not human convenience. This idea reflects her understanding that Damyang's nature should be preserved continuously rather than be 'a wonderful tourist attraction.' ● Heo Suyoung has worked by painting over objects. Damyang was his parents' hometown. Thanks to this, he often visited Damyang from his early childhood and naturally had the opportunity to collect visual materials pertaining to Damyang. For this exhibition, he made an attempt to produce paintings that document the time of Damyang by overlapping these visual images. he has also painted accumulated scenes changing over the course of a year. When he lived and worked at the Gwangju Museum of Art artist-in residency in 2012, he produced Yangsan-dong. In this painting Heo depicted newly sprouted grass, painted weeds over it, and then continuously portrayed withered grass, fallen leaves, and snow. He paintings captured tracks of time for 12 years until no more images could be added. Heo had to paint, moving through many studios in different regions and realized the provision of non-action or inaction according to the course of nature in this process. Heo's painting is thought to be completed by embracing and adapting to changes in nature. This encourages us to seriously look back on the coexistential time of humanity and nature. ■  

Vol.20230310g | 생태, 인류, 담양 Ecology, Humanity, Damya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