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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330_목요일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진아트스페이스 SJAS(seojinartspace) 서울 중구 필동로8길 22 (필동2가 128-22번지) Tel. +82.(0)2.2273.9301 www.seojinartspace.com www.facebook.com/seojinartspace @sjasseoul
걷기는 언제나 나를 자유롭게 하고 정신과 몸에 활기를 준다. 나는 산을 산책하면서 만난 나뭇잎을 필름 카메라로 계속 찍어 현상· 인화하고 조색하여 상자 속에 보관했다. 이렇게 사진 작업을 하는 과정은 나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결핍의 요소를 증발시켰다. 나는 나뭇잎의 생생한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찍으려고 했다. 오래된 도마 혹은 종이를 찢어서 피사체의 배경으로 하기도 했다. 나는 최근 나뭇잎을 인화해서 모아 둔 상자를 열었다. 한 장 한 장 상자에 모아 둔 조색 된 사진에 어울리는 빈티지 액자를 모아서 각기 개별작업이지만 전체가 한 프레임인 것처럼 구성했다. 또한 작품에는 무문 혜개 선사의 禪宗 최후의 공안집 「무문관」에 나오는 49칙에 대한 언어의 텍스트성을 추가했다. 그동안 무문 혜개 선사의 「무문관」을 참구하면서 참선을 병행하였다. 디지털 작업은 맹글로브 숲을 스케치하듯이 촬영했다. 그곳에서 나뭇잎도 촬영하여 자연 그대로 보존된 야생 숲의 고요와 침묵을 표현하였다. 나는 이번 작품의 제목으로 선정한 「식물들의 침묵」은 내가 좋아하는 보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오마쥬했다. 쉼보르카의 「식물들의 침묵」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행이 의미있게 스며왔다.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거란다. 동승한 사람들끼리는 의례 이야기를 나누는 법 최소한 날씨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거나 스쳐 지나가는 역들에 대해서 떠들곤 하지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화제가 부족하진 않을 거야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같은 별이고 같은 법칙에 따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까 자신만의 방법으로 뭔가를 이해하려 한다는 점 우리가 모르는 것들조차도 서로 많이 닮았으니까 존재의 본질을 향한 보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열린 시선'은 실재의 너머에 감추어진 무(無)의 신비, 인연의 고리를 비껴간 또 다른 섭리 등에도 고루 시선을 던진다. 인간다움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자연과의 유기적인 공생을 갈망하는 모성적 부드러움은 생명적 기능이 잉태되어 있다. 나는 나뭇잎에 나의 지식과 경험의 산물을 스치듯 비추고 있다. ■ 박정선
Vol.20230330d | 박정선展 / PARKJUNGSUN / 朴貞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