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한 조각 A Piece of Landscape

이은영展 / LEEEUNYOUNG / 李恩英 / painting   2023_0331 ▶ 2023_0410

이은영_그녀의 세계 her world_광목에 유채_45×60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gallerydam_seoul

갤러리 담에서는 독일 뮌헨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이은영의 국내 전시를 기획하였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에서 유학 후 공부와 함께 한 결혼에서 다시금 독일로 유학을 가서 지금껏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다. ●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호숫가나 강가에 가서 휴일을 보내면서 유년기의 스쳤던 기억들을 같이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실이 아닌 꿈에서 본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나 파스텔조의 풍경에서는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의 반사나 물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모습에서도 아련한 기억의 한 조각일 것으로 작가는 보고있다. ● 헬마 디츠의 글에서도 말한 바 유년기의 기억과 여행지의 추억, 나아가 지금 살고 있는 머나먼 이국에서의 삶이 현실을 떠나서 우리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의 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이번 전시에는 2021년부터 작업해온 15여점의 신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갤러리 담

이은영_긴 시선 Lingering Gaze_광목에 유채_60×80cm_2023

나는 분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풍경이라봤자 야산으로 둘러싸인 들판뿐이었지만 같은 길을 걸어도 그것은 매일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다. ● 어느 정도 자라고 난 뒤에는 마을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들을 다녔다. 정글과 해변, 추운 사막과 바다를 포함한 다양한 풍경들이 나를 스쳐갔다. 마치 몸이 풍경 속에 스며든 것처럼 기후나 온도, 몸과 감정 상태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뒤틀려 흐르는 것을 종종 느꼈다. 산이 나에게 뜨거운 위로의 말을 걸어와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다. 난생 처음 보는 곳에서 오래 그리던 곳과 닮은 면을 본다거나, 날것의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린 순간에는 나의 호흡도 시간도 멈추었다가 이내 다시 흘러가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은 상대적이며, 각기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길에서 배웠다. 우리는 함께 존재하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이은영_나무의 깃털 Feathers of Trees_광목에 유채_75×99cm_2021

남독일에서 지내는 지금은 알프스 산자락의 호수와 숲을 자주 만난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는 없는 생소한 종의 침엽수림 안에 서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숲을 떠올린다. 그러면 낯설지만 한없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나와 잠시 만나 손을 잡고 걷는 기분이다. ● 내 그림 속 풍경들은 대부분 내가 천천히 걸어다니며 직접 만난 곳에서 시작한다.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본 이름 모를 작은 꽃과 바람에 흩날리는 풀처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숲과 풀과 물을 그리면서 우주의 먼지처럼 흘러가는 각자의 삶과 시간을 생각한다. 대단하지 않은 그 풍경 속에 지금껏 만나온 인연들과 함께한 기억을 담는다.

이은영_레테의 강 Lethe_광목에 유채_90×120cm_2021

들판에 나부끼는 풀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면 어떤 틈을 발견하고는 한다. 평범한 장소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균열이 시작되는 그 틈을 찾아내는 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해온 놀이다. 어쩌면 서로 연결된 다른 차원의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찾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찾은 풍경의 조각을 그림으로 옮긴다. 그리고 내 손 안에서 반짝이는 그 조각들을 매만지며 나와 다른 이의 삶이 만나는, 혹은 과거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어떤 공간을 떠올린다. 어딘가 있을 법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그곳은 현실 세계의 예상치 못한 위협이 배제되어 있으며 보호받고 있어 무해하다. 누군가는 여기서 잠시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은영_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_광목에 유채_65×90cm_2021

헬마 디츠 (Helma Dietz) 프라이징 모던 스튜디오 갤러리 (Modern Studio Freising) 부대표, 작가 이은영은 한국 태생으로 어린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그것을 관찰하며 시간 보내기를 좋아했다. 그는 그러나 현장에서 바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찍어온 사진을 토대로 작업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단순히 사진 속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재현⋅재생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 주된 모티프는 자연 상태의 정원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손을 탄 자연이 아니라 유토피아처럼 동경의 대상이 되는 정원이다.

이은영_풀 Plants_광목에 유채_60×80cm_2022

작가의 집중력이 느껴지는 디테일은 중세 시대 수도원의 정원 양식인 '호르투스 콘클루수스(Hortus Conclusus)'를 연상시킨다. 사방으로 둘러싸여 폐쇄적 형태의 이 정원은 그래서 안전한 공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형 캔버스 위에 펼쳐진 초원은 알브레이트 뒤러의 작품 '커다란 잔디'를 닮아 있다. ● 이은영의 색은 가볍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다. 향기를 머금은 듯 투명한 색들이 얇게 층층이 쌓인다.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자연이 창조한 공간에서 흔쾌히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은영_할아버지_광목에 유채_48×45cm_2021

중세 낙원 호르투스 콘클루수스에서 생명의 물을 내뿜던 분수는 그의 작품에서 연못으로 변모했다. 일부 빛이 가득한 그림들(이 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에서는 사람들이 조화롭게 둘러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얼굴은 희미하다. 그들이 존재하는 자연 공간이 현실의 특정 장소를 가리키지 않으며, 이밖에 모든 현실성을 배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이은영의 자연은 인간의 죄로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영광스러운 기억이자 현현이다. 또한 인간이 이루어내기를 갈망하고 실현할 수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이다. 인간은 여기서 보호받는다거나 안전하다는 감정, 즉 절대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 이은영

Vol.20230331c | 이은영展 / LEEEUNYOUNG / 李恩英 / painting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