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비가;悲歌 A SAD SONG OF DOSEONG

한주연展 / HANJUYEON / 韓珠燕 / painting   2023_0401 ▶ 2023_0422 / 일,공휴일 휴관

한주연_창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초대일시 / 2023_0401_토요일_04:00pm

주최,기획 / 에그갤러리 후원 / 사회복지법인여수애양병원_도성농원 (사)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FROM_도성마을지역발전협의회 협찬 / 5studio_(주)The 초록미디어_(주)주연기술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에그갤러리 egg gallery 전남 여수시 율촌면 도성길 43 (신풍리 31-7번지) Tel. +82.(0)61.692.0240 @agg_gallery_

"한 생을 살다간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묘나 비석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죽거나 사라졌지만 여전히 땅에 이름이나 흔적처럼 남아있는 돌이요. 조용히 고통을 감수했을 한센인들과 그렇게 덧없이 사라져간 죽음을 이 비석으로 표현한 것 같다." (한주연) ● 에그갤러리 2023년 두 번째 초대전 한주연 작가의 『도성비가;悲歌』를 4월1일 토요일부터 4월22일 토요일까지 개최한다. 에그갤러리가 있는 여수시 율촌면 도성 마을은 우리나라 한센인 정착촌 1호 마을이자, 한센인 최초 치료병원인 애양병원이 있는 곳이다. 에그갤러리는 과거 한센인 전화 교환소로 사용했던 장소이다. ● 한주연 작가는 도성 마을의 깊고 단단하게 자리 잡은 오래된 슬픔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조감한다. 작가가 처음 도성마을에 발을 디뎠을 때 마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석류나무에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석류를 하나 주웠다. 석류가 땅이 아닌 자신의 가슴 안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작업실로 가져가 그 순간의 심상을 색채로 그렸다. 커다란 울림의 순간은 알 수 없는 무거운 비애감을 주었다. 이것이 작가와 도성마을의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다.

한주연_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33.4cm_2023

한주연 작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에는 시의 언어가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풀과 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의 일부지만 작가는 도성 마을의 그 모든 것들에게서 다른 형태의 생명력을 보았다. 가슴으로 떨어져 요동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슬픈 노래를 캔버스에 그렸다. 시의 언어로, 마음의 소리로, 시든 마음에 꽃을 피우기 위한 『도성비가;悲歌』는 명백한 슬픔의 필연적 요소가 들어있다. 작가는 도성마을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서 내면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매만지고 호흡하며 교감을 했다.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살았을 한센인의 슬픔과 작가 내면에 정체되어 있던 슬픔이 충돌했고, 그 충돌의 미묘한 순간 삶에 대한 외침은 시각적 색채가 되었다. 마을 곳곳에 버려지고 쓸모없어진 물건들과 한때는 그들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던 축사들은 폐허가 되고 외면당했다. 차마 꺼내놓을 수 없었던 문드러진 손처럼, 얼굴처럼.

한주연_임근용의 아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버려진 창고의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부유하는 먼지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곳에 들어섰을 때 자신의 슬픔 안으로 걸어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작가는 버려진 창고에서 슬픔의 바다를 보았고, 도성 마을의 모든 풍경과 색채의 심연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슬픔의 바다 한가운데 붉은 석류 한 개를 던져 주저앉은 슬픔에서 일으켜주고 싶었던 누군가의 충동이 작가의 조형언어가 된 셈이다.

한주연_도성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3

작가가 그려낸 『도성비가;悲歌』는 도성의 풀에서, 자신의 마음속으로, 다시 죽은 이의 얼굴로 옮겨가면서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무기력과 답이 없을 것 같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주었을 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 『도성비가;悲歌』에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 묘비와 단단하게 굳은 바위에 무성하게 자라나던 풀, 나무가 되고 싶어 자라나던 풀, 문드러진 손, 일그러진 한센인의 얼굴, 눈물로 얼룩진 얼굴, 도성 마을에 스며있는 죽은 자의 비통한 노래가 있다. 『도성비가;悲歌』를 읊조리고, 읊조린다. 애도의 마음이다.

한주연_도성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3

그 모든 애도의 마음은 한주연 작가에게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었다. 내면에 깊이 숨겨진 아픔으로 침잠해 있던 작가의 『도성비가;悲歌』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슬픔을 나지막이 읊조리듯이 캔버스 위에서 애처로이 슬픔에 겨워 노래한다. 내면에 도사린 슬픔의 감정을 서정적인 회화로 그려낸 『도성비가;悲歌』 앞에서 관람객들은 저절로 슬픔의 잔상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슬픔과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연약한 인간의 고귀함과 존엄을 작품 속에서 느껴보며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도성비가;悲歌』는 그저 슬픔 자체만이 아닌 슬픔을 통한 치유의 과정이자 희망의 시작이다. 전시가 있는 도성마을의 에그갤러리 앞마당은 봄날의 기운이 한창이다. 전시가 끝날 때쯤에는 어두운 밤과 긴 겨울을 견뎌왔듯이 시간과 공간을 견뎌온 이들의 『도성비가;悲歌』는 슬픔과 고통이 아닌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고, 이제 그 시작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볼까 한다. ■ 박정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세상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귀퉁이나 모서리에 집중합니다. 사물이 조용히 뱉어내는 목소리에 답하듯 그림을 그립니다. ■ 한주연

Vol.20230402e | 한주연展 / HANJUYEON / 韓珠燕 / painting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