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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414_일요일_03:00pm
주최 / 광주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사진전시관 GWANGJU MUSEUM OF PHOTOGRAPHY 광주광역시 북구 북문대로 60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 Tel. +82.(0)62.613.5405 artmuse.gwangju.go.kr
풍경의 변주, 이주한 ● 광주시립미술관 사진전시관은 매년 사진예술부분에서 괄목할만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는 1990년대 이후 활발하게 '뉴 컬러' 사진작업을 해온 이주한 작가의 『Lee Joo Han: Inscape』를 개최한다. 이주한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를 비롯하여 일본의 오사카예술대학교와 뉴욕의 NYU예술대학원에서 사진과 미디어를 전공하였으며, 귀국 후 한국적인 풍경을 컬러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 1839년 루이 다게르(Louis-Jacques Mandé Daguerre)에 의해 발명된 사진은 그 초기에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흑백의 표현만 가능했다. 흑백 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었으나, 톤과 계조를 활용하여 자연의 모든 색을 회색으로 추상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은 회화와 구분되는 예술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흑백 사진의 추상성이 강조된 탓인지 1860년대 이후 기술적으로 컬러 사진이 가능해지면서 토마스 스톤(Tomas Sutton)을 비롯한 일부 사진가가 사진에 컬러를 입히는 작업을 시도하였음에도 이는 흑백 사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였다. 당시에 컬러 사진은 그저 현실에 대한 모방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1950-60년대 이르러 컬러TV와 영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컬러 기반 인쇄물이 일상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이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젊은 사진가-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 엘리엇 포터(Eliot Porter),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조엘 스턴펠드(Joel Stenfeld) 등-들은 점차 컬러를 활용하여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이들에게 컬러는 단지 자연의 색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빛과 색에 주목하면서 자신이 느끼고 감각하는 것을 컬러로 표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이제 1970년대 이르러 사진에 있어 컬러란 작가의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 예술적 표현 형식의 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적 대상 자체가 지닌 독특한 색채를 사진가가 통제하고 번역하는 새로운 경향이 바로 '뉴 컬러 사진'이다. ● 이주한 작가는 대학시절 미국에서 수입한 컬러 사진집을 탐독하며 컬러 사진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의 컬러에 대한 관심은 컬러 사진 기술이 발달한 일본으로 유학을 간 후 더욱 분명해졌으며,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컬러를 이용해 풍경을 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주로 사진을 현상소에서 인화하였기에 작가 자신이 원하는 컬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뉴욕 유학시절 개인 암실에서 컬러 인화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발견한 후에는 이 기계를 활용하여 인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주관적인 컬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 이번 전시는 이주한 작가가 처음으로 컬러 사진을 시도했던 작품부터 최근의 영상 미디어 작업까지 지난 30여 년의 작업 흐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의 초입에는 컬러 사진 초기작인 일본 남항, 호주 에어즈락, 미국 사막의 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작가의 작업세계로 이끈다. 전시는 작가가 귀국 후 남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작업하였던 컬러 풍경 사진 '남도(南圖)/남가풍경(南家風景)', 광주에 정착한 후 오랜 기간 같은 장소에서 무등산을 촬영한 '무등산(無等山)' 연작, 그리고 주제·형식·방법론적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월광산수(月光山水)'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구성된다. ● 첫 섹션인 '남도(南圖)/남가풍경(南家風景)'은 이주한 작가가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선보인 첫 컬러 풍경 사진이다. 작가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한국적'인 컬러 사진을 위한 모티프를 찾기 위해 전국 출사를 다니던 중, 남도의 평범한 농가에서 볼 수 있는 우사(축사)의 타포린 천막과 창고에 주목하게 된다. 처음엔 원색적인 느낌과 파노라마 형식의 조형적 요소가 눈에 띄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비능률적인 구조와 녹슨 철판 위에 페인트 따윈 칠하지 않은 채 오직 제 기능만 할 뿐인 날 것 그대로의 삶의 흔적이 바로 한국적 풍경임을 자각하게 된다. 작가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곳곳의 창고를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바라본 구도로 촬영하였는데, 그 이유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전체적인 맥락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건물을 중심으로 그 앞에 자리한 논밭과 뒤에 펼쳐진 바다 또는 하늘을 함께 배치시켜 지역 저마다의 색을 드러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한 것이다.
두 번째 섹션인 '무등산(無等山)'은 작가가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광주에 정착하면서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새로이 삶의 터전을 잡은 광주에 익숙해질 무렵, 평지화 된 도시 어디서나 보이는 무등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면서 광주의 기상이자 뿌리 또는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은 무등산. 수천 년간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견고하게 다져진 그 땅 자체가 이제 이주한 작가의 사진에서 자기주장을 지닌 주체가 된다. 작가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원 포인트 뷰(unchanged view point)', 즉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본 무등산을 기록해 오고 있다. 시점은 하나이지만 사진을 찍은 방식은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 두 가지이며, 각각의 방식이 담은 무등산은 시간과 계절, 그리고 날씨의 변화로 인해 다양하게 변주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세 번째 섹션 '월광산수(月光山水)'는 기존의 풍경 사진에 대한 관념을 깨뜨리는 이주한 작가만의 독창적 작업이다. 작가는 제주도의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삼양해변을 걷다가 우연히 파도가 만들어 놓은 풍경에 주목하게 된다. 해변 위로 파도의 물결이 그려낸 풍경은 마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설악산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작가는 다음 파도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지는 풍경을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로 포착한 후, 모래 한 알 한 알을 옮기고 지우는 작업을 거쳐 자신이 구상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해낸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진경(眞景)이 지닌 색채의 충실한 재해석 작업이었다면, 월광산수는 구성적 측면에서 예술적 재표현을 통해 실재를 초월하는 추상적인 풍경을 창조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이주한 작가가 지난 30여 년 동안 '컬러 풍경 사진'이란 대주제 안에서 작업의 소재와 사진의 기술적, 방법론적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걷고 보았던 풍경을 작가의 시선을 빌려 다시 음미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최소영
#1 남가풍경(南家風景) / Image of the Southscape ● 가을이 온다. 남도를 적시던 남풍이 물러가고 차고 메마른 북풍이 밀려온다. 숨어 있던 남도의 색들이 마치 기지개를 펴듯 서서히 깨어난다. 어느 맑은 가을날, 한 농부의 서투른 솜씨로 덕지덕지 칠해진 남도의 색들이 요란하게 어우러진다. 아름답기 이전에 어색하다. 하지만 남도니까 괜찮다. (2001년 작가노트 중에서)
#2 무등산(無等山) / Mudeungsan ● "산이 가로로 보면 고개로 보이고 / 세로로 보면 봉우리로 보이는 것은 / 내가 그 산속에 있기 때문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제서림벽(題西林壁)' 중에서)
#3 월광산수(月光山水) / Moonlight-Scape ● 나는 풍경 사진가다. 늘 산과 들 또는 바다나 하늘에 습관처럼 시선을 둔다. 촬영의 대상을 찾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자연풍경이 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반해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의 뇌리 속에는 그동안 촬영해왔던 다양한 풍경의 이미지가 잔상처럼 남아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걷던 제주의 바닷가에서 파도가 그려놓은, 마치 밤 풍경을 닮은 이미지를 보았다. 그것은 그저 산책객들에게 밟히거나 다음 파도에 덮여 없어질 흔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심히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다양한 풍경 이미지가 시시각각으로 만들어지고 지워지고 있었다. 때로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닮기도 하고, 달빛에 비춰진 설악산 공룡능선을 닮기도 하였다. 그 모양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물결 이미지에서 모래 한 알 한 알을 지우거나 옮기는 일은 수행과도 같았다. 때로는 쇠라(Georges Seurat)의 노고를 떠올리기도 했다. (2018년 작가노트 중에서) ■ 이주한
Vol.20230405f | 이주한展 / LEEJOOHAN / 李柱漢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