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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혁 인스타그램_@junghyuk.p.ortfolio
작가와의 대화 / 2023_0520_토요일_05:00pm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 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성모 마리아의 머리를 감싼 베일과 옆에서 삐져나온 늑대 주둥이를 정중앙에 위치한 2023년 신작 「Park's Land27」로부터 작가의 미적 실마리를 읽어본다. 시기 별 테마 연작을 발표한 그의 근래 연작 타이틀은 Park's Land. 박정혁의 미적 세계, 박정혁의 미적 영역 정도로 의역해도 무리는 아닐 게다. 그 27번째 작품은 성모의 머리부터 몸통을 감싼 베일의 머리 부분 일부와, 늑대 주둥이 일부와, 베일이 덮지 않은 안면과 배경 일부를 채운 불길, 늑대 주둥이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그 놈의 치아와 혀로 보이는 무엇, 화면 위에 떠 있는 불완전한 원형 세 개. 전체적으로 회색과 화염의 주황색이 지배하는 화면. 맥락이 단번에 잡히지 않는 감각적 이미지의 총체를 박정혁의 미적 세계의 근황으로 나는 봤다.
그의 작품은 석상과 생물체(많은 경우 인체)의 결합, 회색과 살색의 결합, 성스러운 도상과 속세적인 도상의 결합, 그리고 연결되기 어려운 파편들의 비선형적인 나열로 구성된다. 이는 박정혁의 'Park's Land' 연작이 전체적으로 띤 기조다. 덧붙이자면 그의 작품 다수에서 관찰되는 에로티즘과 그로테스크의 결합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예시한 「Park's Land27」에서 차용한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조각 「피에타」의 성모 마리아의 머리를 감싼 베일을 먼저 차용한 전작 「Park's Land18」처럼 박정혁이 그린 인체는 석상처럼 금이 가 있거나 혹은 석상과 결합되어 나타난다. 르네상스 조각가 잠볼로냐의 대리석 조각 「네소스를 죽이는 헤라클레스」의 일부를 중층적으로 재구성하고 거기에 살색 인체를 결합한 「Park's Land26」(2023)이나, 한 해 전 완성한 바다와 화염을 배경으로 같은 주제를 다룬 「Park's Land2」가 그렇다. Park's Land 연작에서 작가의 색채를 각인시키는 건 물결과 불길의 삽입으로 보였다.
자못 뜬금없는 물결과 불길의 출현은 박정혁의 그림에 자기 스타일을 더한다. 성모의 안면과 배경에 화염이 치솟을 이유가 없듯이, 헤라클레스가 네소스를 처치한 장소도 바다가 아니다. 작가가 자기 스타일의 재현을 고안하려고, 대상의 일부만을 따와 결합하는 것처럼, 확정된 신화의 서사와 맥락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연작 제목을 Park's Land로 붙인 데에서 보듯, 그의 작업의 주제나 맥락은 그림에 차용된 성모 마리아나 헤라클레스 신화 원전에 있지 않다. 작년 12월 아팅 3주기 기획전 『3년』의 초대작가였던 그의 작업 세계를 약술할 때 평소 느낀 바를 적었다. 당시 전시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의 작업 연보에 묻어있는 질감은 에로티즘과 그로테스크의 결합인데, 선정성(에로)과 엽기성(그로테스크)과 유머(넌센스)가 뒤엉킨 작품이 유행했던 일본 쇼와 시대 경향을 칭하는 용어답게, 박정혁의 미적 세계가 에로그로넌센스(エログロナンセンス)의 질감을 띤다는 것. 일본에서 에로그로넌센스가 책·잡지·신문·악곡 등에서 유행을 선도한 시대에는, 카페에서 농염한 여급이 접객을 했고, 자유 연애하는 카페가 인기를 끌었단다. 에로그로넌센스 문화의 중흥기인 쇼와시대(1929~1936) 대일본 제국은 형법에 따라 관련 출판물을 발매금지 처분하기도 했다. 에로티즘과 그로테스크와 농담이 결합된 문화는 쇼와시대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일본 예술에서 광범위하게 출현한다.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지금 일본 문화의 오랜 동력 중 하나라고 나는 짐작한다. 에로그로넌센스는 그것의 출현 시기에 보듯, 전근대적 사고와 문화를 서구적 '모던' 문화가 밀어내는 방편 혹은 시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종래 세상의 위계가 흔들려 재구성될 때, 후발 주자는 언제나 앞 세대가 용납하기 힘든 이 같은 강수를 두는 법이다.
비선형성이 동시대 예술을 설명하는 중심 키워드로 부상한지는 오래지만, 링크를 타고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하이퍼텍스트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한 후, 비선형성은 동시대 삶이 재현되는 불가피한 방편이 되었다. 르네상스 조각의 일부를 재구성한 회색빛 파편과, 불길 파편과, 물결 파편과, 살색 피부 파편, 검푸른 먹구름 파편, 이들이 제각각 결합해서 한 화면에 통합체로 나타난다. 선형적인 이해(감상) 방식으로 박정혁의 형상 회화를 볼 때, 맥락을 잡기 어려운 건 그 때문일 게다. 르네상스 대리석 조각의 견고한 회색 미감과, 현대인의 농염한 살색이 결합된 이질적인 존재감. 일례로 이것이 박정혁의 Park's Land를 읽는 비선형적 맥락이라 하겠다. 제각각의 존재감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비선형 재현물을 풀이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비선형적 맥락은 즉각적으로 감각에 와 닿는다. 에로티즘 그로테스크 시각적 농담이 결합할 때 이성이 멈추고 말문이 막히는 체험을 하는데, 본능의 단편을 비선형으로 엮은 통합체는 시대 미감의 하나가 되었다.
박정혁(1974)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하나증권 WM센터 외 국내외 갤러리, 다수의 개인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0회 넘는 개인전 경력의 연장선에 아팅 개인전을 더한다. ■ 반이정
Vol.20230511f | 박정혁展 / PARKJUNGHYUK / 朴正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