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Chance Encounter

충북-헝가리 국제교류展 Chungbuk-Hungary International Exchange Exhibition   2023_0524 ▶ 2023_0611

초대일시 / 2023_0524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한국 / 김운기_문상욱_민병길_한희준 헝가리 / Marcus Goldson_Zoltan Molnar

아티스트 토크 / 2023_0525_목요일_10:00am

주최,주관 / 충북문화재단_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Forest Gallery, Chungbuk Culture Hall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67 2층 Tel. +82.(0)43.223.4100 www.cbfc.or.kr

충북문화재단은 충북문화예술인의 예술 활동의 장을 외부로 확장하기 위한 국제문화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충북문화관에서 충북-헝가리 국제교류 '우연한 만남' 전시를 개최한다. 한국과 헝가리가 수교한 지 34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양국은 문화적, 경제적 신뢰도가 높은 상호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며 활발한 문화 교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충북문화재단이 제36회 헝가리국가 민속 유산축제에 초대되어 충북의 문화예술이 큰 호응을 얻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번 충북-헝가리 국제교류전은 양국 상호 간 긴밀한 문화예술의 네트워크 구축의 새로운 장으로서 충북-헝가리 예술가의 교류전으로서 첫 마중물이 될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양국의 사진작가(Zoltan Molnar, 김운기, 문상욱, 민병길, 한희준)와 일러스트 작가(Marcus Goldson)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 느끼는 인간과 환경, 도시민의 생활상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기록과 예술로서의 만남이다. 현대예술에서 '우연'은 예술 창작활동의 영감의 원천이자 필연적인 결과의 산물로 작품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우연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는 매체에 있어 우연성이라는 요소는 더더욱 사진예술의 특성으로 지칭될 수 있다. ● '우연한 만남' 전시는 각기 다른 두 나라의 풍토 속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단순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예술사진으로서의 미적 기능이 확대된 작업과 과정의 흐름 –숨죽인 기다림 끝의 포착- 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을 향한 긴 호흡의 정서적 공감대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6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각자 기다림의 끝에 이룬 작품과 작품의 소중한 만남을 계기로 또 다른 예술 문화의 향기가 오래 감돌길 희망해 본다. ■ 손명희

예술은 세상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 충북 헝가리 국제교류전을 맞이하며 ● 올해는 헝가리와 대한민국의 수교 34주년이 되는 해다, 헝가리는 공산권 국가 중 대한민국과 최초로 수교 관계를 맺은 나라이며 6.25 전쟁 당시 사회주의 체제였던 헝가리 인민 공화국이 대한민국에 물자지원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유엔군이 공산권 국가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 60개국에 물자지원을 요청했을 때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졌음에도 유일하게 공산권 국가 중 헝가리는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에 선뜻 물자를 지원해 준 나라였다. ● 5월, 충북문화재단이 마련한 충북-헝가리 국제교류전 '우연한 만남전'에는 한국의 사진작가 김운기, 문상욱, 민병길, 한희준과 헝가리 사진작가 Molnar와 일러스트작가 Goldson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로 헝가리와 대한민국의 수교 34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양국 상호간의 긴밀한 문화예술의 네트워크 구축에 새로운 장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2022년 충북문화재단이 제 36회 헝가리 국가 민속 유산축제에 초대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민간교류차원의 답방이기에 그 기대가 크다. 본 전시는 양국의 작가가 저마다 느끼는 인간과 환경, 도시민의 생활상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모색과 기록작업으로 만나는 우연한 자리이다. 의도치 않은 6명의 '우연한 만남'이 만들어내는 나비효과를 기대해본다.

1. 예술은 세상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 예술은 삶의 원형을 자각하게 한다. 예술은 사물의 본성과 세계의 원리를 사유하게 함으로써 인간 본래의 원형성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자기로의 길을 제시한다. 진정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다르게 보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이 창출하는 자유는 깊은 의미에서 정치적 사회적 자유를 넘어 심미적 자유로 이어진다. 예술의 경험은 한 인간을 심미적 자유와 함께 더 진실하고 더 선하며 더 아름답게 균형잡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케 한다. 국가나 공공기관의 예술지원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예술은 철학이나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예술은 간접적이다. 예술의 현실에 대한 저항방식은 길거리 시위나 궐기대회 같은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지만 곳곳에 흩어진 삶의 현장을 수집하고 재배치함으로 이루어진다, 비록 미력하고 허약해 보일지라도 예술의 언어는 강하다. 정치적 행위는 다수결에 의한 소수의 이익 포기를 종용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대하지만 예술은 개별적이며 특수한 것의 고유함을 외면하지 않고 공공의 정의와 합리적 구상을 가능하게 한다.

2. 일상의 기록으로서의 공간과 기억 ● 기록물로서의 시각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이해가 쉽다. 끊임없이 정치적 설득과 선전이 필요했던 근대 대중사회와 국가체제에서는 기념물이나 박물관의 기록전시를 통해서 시각의 이미지가 가진 설득력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여 왔다. 1) 특히 과거와 역사를 다루는 각종 박물관이나 기념관의 사진은 역사문화의 중요한 매개체로서 공간과 기억의 현재를 다시 읽게 해준다. 기록사진은 역사의식에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시각적인 감각에 호소하는 기록사진은 다른 어떤 지각보다 인식 효과가 크고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 때문에 기록사진은 역사를 이해를 돕는 동시에 국민의 집단기억형성과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운기_리어카꾼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23

사진가 김운기는 6.25를 겪으며 생존의 수단으로 입문한 사진가로 신문기자를 거쳐 예술사진작가로 거듭난 특별한 여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찍은 70만 컷의 사진은 역사적 기록물로서 당대의 가치관과 삶의 현장을 파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는 신문기자로서 찍었던 기록뿐 아니라 틈틈이 교외로 나가 농촌과 도시의 일상을 담은 생생한 문화적 기록물로서 근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 기록이 예술이 될 때 사진은 단순한 기록물에서 공동체의 삶을 드러내는 담론으로 작동된다, 그동안 김운기의 한미미술관 초대전이나 청주시립미술관 회고전에서 따뜻한 휴머니티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국제교류전에서는 삼청교육대, 부잣집 자녀들의 입영전야 술파티, 돌을 나르는 지게꾼과 옛 청주역의 리어카꾼의 사진 등을 선별했다. 살아있는 현재는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지만, 그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 재구성된다. 사진기록도 마찬가지다. 그때 그 순간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로서 기록된 과거는 현재의 조명과 재현을 통해 다시 새로운 현재성으로 수용된다. 한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과거의 기억을 현재화하고 문화적 기억을 재배치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거와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는 기록사진은 후대의 인식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전시장에서 만나게 될 김운기의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사회적 울림을 이끌어낼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국가의 기억이 현실정치에 종속될 때 편협한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지만 기록사진이 현실정치를 넘어설 수 있다면 성숙한 문화적 자산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다.

Marcus Goldson_Szimpla Kert
Marcus Goldson_Hipster Reunion

예술의 일상성에서 ● Marcus Goldson의 일러스트 작업도 일종의 사회문화 기록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Goldson은 미술사를 전공하고 철강 조각가로 훈련받았으나 부다페스트로 이주하면서 회화작업으로 전향한 작가이다. 그는 작품 제작 외에도 다양한 신문과 잡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한다. 그의 이미지 대부분은 일상적이며 유머러스하다, 누가 무엇을 먹거나 마시고 있는지, 귀걸이의 색상과 스타일이 무엇인지, 어떤 브랜드의 맥주, 와인, 에탄올 또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일상성은 오늘날 현대 작가들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겨주고 그것을 모티브로 수많은 실험적 작업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술 전 분야에서 일상성의 주제가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지는 것은 대중문화와 우리의 현실이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성은 사회를 파악하고 변화시키려는 현실반영의 측면이다. 특히 Goldson이 보여주는 팝아트적 일러스트는 유쾌하고 매력적이다. 팝아트가 가진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팝아트의 가치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간의 존재와 소통을 표현하는 장치로서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팝아트는 통속적인 대상에 주목한다. 키치예술의 접근금지구역인 예술에 대중문화가 침투하면서 팝아트는 유사성, 평범성, 익명성, 상투성을 포함한 '일상성'을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일상성은 팝아트를 통해 더욱더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일상적인 삶과 예술과의 통합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2) ● Goldson의 작품은 현대산업 사회의 도시적 특징을 보여준다. 일상성이 지배하는 현대산업사회의 특징을 요약한다면 탐욕적이고 생산적이며 역동적이지만 끊임없이 공허하다. 지속적이고 영원한 것, 균형잡힌 것들을 갈구하면서도 표피적이다. 하이데거는 일상의 세계가 우리가 살아가는 통상적인 삶의 방식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삶이 아니며 본래적인 삶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이데거가 표피적이고 상투적인 삶에서 벗어나 실존의 세계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면 루카치는 그런 하이데거를 비판한다. 현학적인 하이데거의 고루함이 우리 삶을 '빈약하고 왜곡된 형태'로 바꾸어 놓는다는 비난이다. 루카치가 바라보는 하이데거는 '다이나믹한 세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철학자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독자로서 바라보는 Goldson의 작품은 어떨까? 아마도 양가적일 것이다, 관람자는 화려하고 유머러스한 그들 모습을 통해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하이데거의 입장인가 루카치의 입장인가, 각자의 해석에 달려있겠다.

Zoltan Molnar_Szechenyi Furdo_2016
Zoltan Molnar_Velencei to Magyarorszag_2014

3. 예술의 심미화과정은 자기형성의 과정 ● 예술작품은 넓은 의미에서 자서전적 형식이다, 음악, 조각 영화 사진 연극과 춤 모두 자신의 시선을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고 자기를 확인하는 길이다. 나와 세계, 개인과 사회, 개체와 전체, 자아와 우주 사이의 상호작용과 긴장과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표현된 것이 예술이다. 예술의 심미화과정은 자기형성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술가의 구체적인 감각으로 구성된 상상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 저 너머로 나아가게 한다. 민병길과 문상욱의 작업과 헝가리 사진작가 Molnar의 물에 관한 사유는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의 내적 풍경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과 사고와 논리를 움직이는 저 아래에 자리한 무의식과 욕망과 충동과 본능의 무수한 에너지. 이 모든 것을 담는 우리의 몸을 통해서 우리는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며 냄새를 맡는다,

민병길_질료들의 재배치-안개_피그먼트 프린트_100×170cm_2021
민병길_질료들의 재배치-숲 시리즈_피그먼트 프린트_85×150cm_2022

민병길의 심상 풍경 ● 안개 속에 있으면 모든 것이 부드러워진다. 민병길의 흐린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어머니의 무른 가슴처럼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오랜 잠에 빠졌던 겨울뱀들도, 이른 아침 풀벌레들도, 엉클어진 가시덤불마저도 부드러운 안개 속에서 날카로운 가시발톱 대신 무른 살을 내밀 것 같다. 거기에 봄꽃의 체취 같은 것이 흐른다면 안개숲은 더 신비롭기만 할 것이다. 거친 껍질이 벗겨지고 안으로 깃든 어린싹들이 풀섶을 헤치고 나서는 아침 안개가 자욱한 그즈음, 가끔 민병길의 어떤 날 삶의 무게가 버거워 안개숲을 걸어가면서 어쩌면 푸른 날개가 있었다면 불꽃 모양의 날개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그런 길이다, 날개마저 접은 채 흐린 물기 사이로 숨어든 달맞이꽃무더기들 사이로 수런대는 바람소리를 쫓는 아침 왜가리가 깃든 숲덤불, 평생 수많은 것들의 사랑했던 기억이 깃든 숲에 느린 아침이 오면 이런 안개가 자욱할 것 같다. ● 민병길의 '질료들의 재배치'는 모든 '생겨남' 은 어떤 질료를 전제로 한다는 사진적 테제로 작업한 이미지들이다. 사진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오브제로서의 역할일 뿐 실체일 수는 없다. 그의 사진은 리얼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주관적인 재현을 보여준다. 대상의 형태 대신 물질을 구성하는 대상의 본질을 담고자 한 것이다. 거기에는 작가가 경험한 실재에서 직접 느낀 사물의 실재와 본질, 작가의 환상을 담아낸 현실과 환상이 자아내는 상상 속의 현실이 함축되어 있다. 물, 안개, 나무가 서있는 풍경에는 자연의 색 대신 작가의 심상컬러가 들어선다. 컬러의 색간섭을 제거한 중간톤은 존시스템의 열 단계의 계조를 다시 열 개로 나눈 세밀작업에서 비롯된 색이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이란 아름다워질 수 있는 행위를 통해서 완성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자연에 다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필요 이상의 무엇인가를 원할 때 우리는 그것을 욕망이라 부른다. 이 욕망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예술 또한 그러한 욕망의 표현 중의 하나는 아니었을까?"

문상욱_동굴명상_종이에 시아노타입_110×73cm_2023

문상욱의 자연으로부터 명상 ● 문상욱의 작업 역시 내면적 성찰로서 자연과 세계에 대한 독백형식을 보여준다. 문상욱은 오랫동안 매우 다양한 실험적 사진을 추구해왔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전방위적인 매체 활용으로 설치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청주와 대전을 기반으로 사진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와 네덜란드, 보스니아, 터키, 조지아 등 유럽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굵직한 국제전과 단체전을 개최한 기획자요 감독자인 중견작가로 작업의 주된 주제인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집중한다. 그의 사진이 노자의 '무위자연'의 자연철학에 깊이 천착해왔던 만큼 그의 이미지는 늘 자연 속에서 연출된다. ● '자연으로부터 명상' 외에 '동굴 명상'을 표현한 제의식 역시 구석기 시대의 자연에 대한 의식을 퍼포먼스로 표현된 것이다, 자연에 대한 경의와 몸짓, 자연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들이다. 이때 연출되는 퍼포먼스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소통을 이루며 그것이 어떻게 심층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3) 동굴에 들어간 인간은 일상에서 작동하는 마음과는 다른 마음의 경험을 한다, 동굴은 현실과 저 너머의 세계가 하나로 만나는 공간이다. 동굴은 인간의 마음이 작동되는 무의식의 공간으로 동굴 속으로 들어서면 외부세계가 사라지고 마음속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4) 어둠의 공간이 내면의 세계에 스며들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마음의 흐름이 다른 세계의 출현을 경험케 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다음 프로젝트로 블루곶자왈을 찍고 있다. 자연에 삶의 진리와 구원이 있다고 믿는 사람, 무수한 생명이 깃든 푸른 숲 무성한 잡초 우거진 곶자왈을 서성이면서 거기 변함없이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고 믿으며 아침이면 찾아가 카메라를 눌렀던 그곳에서 자연의 생명들이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때 그의 눈은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동굴의 신과 바람과 습기와 쩡쩡 울리는 음악 속에서 완벽한 하나가 되고자 했던 것처럼- 그의 유한한 생명은 세상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환호의 원천이 되고, 세계는 서로 하나가 되고 '지금'은 '영원'으로 '여기'는 '모든 곳'으로 이어지고자 할 것이다.

한희준_Plastic.NO-92_에폭시에 시아노타입, 패브릭_35×25cm_2021
한희준_Plastic.NO-203_검 바이크로메이트 루멘 프린트에 시아노타입_48×45cm_2022

한희준의 플라스틱 메타포어 ● 한희준은 국내는 물론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사진과 설치미술을 혼합한 형태로 사진의 고전 인화 방식인 시아노타입 프린트와 검 프린트 기법을 이용하여 한지, 수채화지 등에 인화하는 평면작업과 유리, 수지, 천에 인화하는 입체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주제로 삼은 "플라스틱"(Subject of Work : "Plastic")작업은 19세기 회화주의 사진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방식이다. 플라스틱병을 촬영해 프린트하거나 에폭시-수지를 이용해 비틀고 변형된 형태로 만들어 시아노타입의 푸른빛과 붉은빛으로 프린팅하는 그의 컬러감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열광하는 일종의 엑스타시를 느끼게 한다. 장르별 경계가 허물어지는 포스트포토그래피시대의 특징이 그의 작업 속에서 엿보인다. 무엇이든 사진이 되는 시대에 비틀리고 변형된 물병 이미지를 라이트박스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그의 작업은 회화주의사진가들이 자주 사용하던 아날로그식 방식에 현대미술의 개념적인 조형성과 우연성을 가미한다. 한편, 한희준의 플스틱병 이미지는 일종의 정물사진으로 변용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비선형성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로마미술이나 비잔틴미술에도 인간존재를 배제한 정물화가 있었고 르네상스에는 종교적 주제를 탈피한 상징적이고 알레고리적인 주제를 정물을 통해 표현하였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나 20세기 마티스, 브라크와 같은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자들에게도 정물은 매우 중요한 표현대상이었다. 21세기의 한희준의 정물은 매우 포스트모던적이다. 그는 환경오염물질이라는 부정적 문명기호를 하나의 꽃으로 피워낸다. 정물로서의 플라스틱병은 마침내 추상적 아름다움과 심리적 환상성을 선취한다. 그의 예술세계는 반예술적이면서 블레이크류의 뜨거운 충동성을 내품는 매우 도전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맺는 글 ●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삶을 접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위한 진정성을 탐색하고 공유하고 해석하는 곳이 전시장이다. 보여주기 위한 예술은 비루하다, 예술로 인해 우리의 삶이 고양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예술의 심미적 체험에서 얻어지는 풍성한 감수성과 사유의 궁극적 지향점은 자유에 있다. 예술은 언제나 우리를 얽매는 구속에서 벗어나 완벽한 존재방식으로 살아가도록 촉구한다. 본 전시를 지원한 문화재단의 기획은 그런 의미에서 위대하면서도 의미있는 프로젝트이다, 부단히 전시를 지원하고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완성도 있게 끌어 올려주는 역할이 얼마나 필요한가. OECD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의 예술체험은 여전히 부족하고 협소하다. 이러한 기획전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이정희

* 각주 1) 조민지. 「이미지의 시대 기록전시와 사진기록」, 한국기록학회, 2014, vol, no.39. pp.73-100. 2) 신민재,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친 팝아트의 일상성에 관한 연구」,홍익대학원, 2006. 3) 김재원, 「디지털매체를 통한 인체 이미지의 심충적 표현」, 한양대.한국디자인포럼, 2010, vol.no.28. 4) 조루주 바타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마네』, 차지연역. Workroom, 2017.

Vol.20230524f | 우연한 만남-충북-헝가리 국제교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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