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존 Parangsae·zone

박병래展 / PARKBYOUNGLAE / 朴炳來 / painting   2023_0603 ▶ 2023_0629 / 월,화요일 휴관

박병래_챔피언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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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래 홈페이지_www.byounglae.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2 PLACEMAK2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4길 39-26 (연희동 622번지) 1층 Tel. +82.(0)10.6219.8185 www.placemak.com @placemak

"프로야구 『파랑새·존』의 행운을 동아생명이 드립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시작된 '82년에 코리안 시리즈부터 선을 보인 동아생명의 『파랑새·존』은 그동안 관중에게는 기쁨을, 선수에게는 영광을 듬뿍 안겨주고 있읍니다. (중략) " ● 1980년대 초 프로야구의 시작과 그 인기는 대단했다. '파랑새·존'은 각 구장의 외야에 설치된 파랑새존 광고판을 선수가 친 공이 직접 맞추거나 그곳을 넘기면 상금을 주던 경기장 관객 몰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중 하나였다.

우리가 믿어왔던 믿음의 대상들은 영원한가? ● 도시 속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낡은 주택에 눈길을 끄는 독특한 형식의 구조물을 가끔 마주친다. 대부분 시간이 더해진 임기응변식의 덧대임들로 연약하게 자신의 집을 지키고 있다. 때때로 상상할 수 없는 형태와 재료의 조합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삶의 조형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동안 집의 어딘가를 지켜주던 믿음의 대상이 생명을 다하고 이내 또 새로운 믿음이 그 위를 덮고 있는 형국이다. 믿음의 대상은 영원하지 않으며 그 유통기한이 다하면 또다른 대상을 찾아 옮겨간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 최근 몇 년 사이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단단한 믿음들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개인의 삶의 형태도 바꿔놓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와 함께 근래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유통기한이 다 된 믿음의 이동을 향한 징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병래_파랑새·존 III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박병래_하이테크 I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2
박병래_손-남자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2

대중매체는 낭만적이고 비사실적인 이미지들을 소비한다. 「하이테크 I」(2022), 「하이테크 II」(2023)는 80년대 TV 광고에서 새로운 컬러 기술을 홍보하던 제품 광고처럼 과학기술이 우리의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던 약속의 이미지들이다. 대중매체는 행복하고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견고한 선입견을 지속시킨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이미지로서의 「손-남자」(2022)와 「손-여자」(2023)는 고정화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그 공고함에 대한 경고의 방책이자 유일한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개인적인 답으로 「손-예술가」(2023)를 제작했다.

박병래_여인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3
박병래_손-예술가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3
박병래_찰리의 가방_캔버스에 유채_72.7×100cm_2023

영화 「돼지꿈」(한형모, 1961)에 등장하는 인물 '찰리'는 주인공과 동네 사람들이 그리는 행복한 미래를 쉽고 빠르게 실현시켜줄 메시아이다. 그들이 간절함으로 쌓아 올린 믿음의 성물이 열리는 장면인 「찰리의 가방」(2023)은 실체를 드러낸 믿음을 대면하는 순간이다. 화려한 포장지안에 들어있는 여전한 현실을 깨닫기 전까지 실존하던 그들의 믿음은 허상인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믿음의 실체 그 이전의 모호함의 매력에 더 의지하는 것은 아닐까? 믿음이 가장 강력한 시점은 그것이 허상일 때인가? 한때 초인적 힘을 갈망하게 하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던 프로레슬링의 「챔피언」(2023)처럼, 그리고 모두의 시선 속 간절한 바람의 대상은 화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강렬하게 어딘가로 향해있는 관중들의 모습을 담은 「파랑새·존 ll」(2022), 「파랑새·존 lll」(2023), 「파랑새·존 lV」(2023) 처럼.

박병래_파랑새·존 lV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박병래_꽃이 있는 정물-1980.04.14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2
박병래_악수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22

「꽃이 있는 정물-1980.04.14」(2022)는 한국 사회가 역사적인 사건들로 뒤엉키던 그날, TV를 통해 딱딱한 어투로 사건의 결과를 감정 없이 읽어내려가는 한 남자가 처음으로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장면의 일부이다. 그날의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테이블에 놓여있던, 어울리지 않게 곱게 놓인 화병을 클로우즈업하자 동시에 확대된 브라운관 TV의 주사선과 뒤섞여 그 형태는 더욱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기이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새로운 믿음의 탄생의 순간이고 이는 동시에 불안의 징후를 담고 있다. 황량한 저편의 공간을 향해 먼지를 일으키고 막 고개를 접어드는 「순찰」(2022)은 사건의 등장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혼란과 새로운 질서의 생성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수」(2022)의 장면들은 오늘의 불확실성을 지우고 새로운 믿음이 도래할 것이라는 상징을 전달하며 그 이행의 과정을 위로한다. ● 유한의 믿음들이 시간을 초월하며 무한하게 삶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풍경을 이번 전시에서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 박병래

Vol.20230603b | 박병래展 / PARKBYOUNGLAE / 朴炳來 / painting

@ 통의동 보안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