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 Floating - 점, 선, 면의 유희

이상길展 / LEESANGGILL / 李祥吉 / sculpture   2023_0602 ▶ 2023_0630

이상길_Floating(부유)_스테인리스_가변설치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822e | 이상길展으로 갑니다.

이상길 홈페이지_www.leesanggill.com

초대일시 / 2023_0602_금요일_02:00pm

주최,주관 / 그림바위예술발전소_정선문화원 후원 / 정선군_강원도_강원도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463-1 Tel. +82.(0)507.1321.8993 blog.naver.com/nywlee64

개념적 환원에서 감각과 직관의 세계로 ● 잡다한 군더더기나 소음 같은 것들의 일체, 그리고 주관적 감정의 부스러기들이나 숨은그림찾기 같은 연상 효과들이 결부될 여지를 매몰차게 차단한 구조의 세계. 사물 자체의 본질과 간명한 물성 언어를 구조적으로 탐구하는 환원주의적 양식, 그것이 조각가 이상길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조형의 세계이다. 작가의 조형이 구(球)나 육면체, 원추 중심의 기하적 추상성을 근간으로 한다. 거기에는 냉철하고 면밀한 수학적 계산과 오차 없는 공학적, 기술적 수행이 수반된다. 하지만 작가의 오랜 정체성 그 자체였던 이러한 구조적이고 메커닉한 조형에서 최근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일관된 작업을 해온 터지만, 작품들 어느 한쪽에선가 문득문득 메타포나 연상의 실마리 같은 것을 보여준 점들이 변화의 단초 혹은 조짐이었던 것이다. ● 사실 작가의 견고한 환원적 구조에는 의외의 요소들이 다수 개재돼 있었다. 우선 작가의 작업은 최소의 요소들, 즉 점이나 선, 면들이 집적 혹은 조합돼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작가가 원추체나 구, 반구 등의 기하적인 작품들을 유독 많이 했는데, 거기엔 코일링 상태의 철선을 계속 일정 각도로 반복시켜나가는 패턴이 담겨 있다. 무수히 많은 선들의 반복에 의해 면이나 체적이 만들어지는데, 거기엔 선들이 가지런히 펼쳐짐으로써 형성된 텍스츄어, 그리고 스텐레스 판을 가공하여 얻은 고광택의 반사 면이 대비를 이루며 조합되어 있다. 특히 코일링 사이에 군데군데 숨구멍 같은 틈새들이 작위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언가 유기체의 구성과 컨텍스트라는 틀에서 기계적 획일성과 엄밀성을 극복하기 위해 비례적으로 구비시킨 장치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길_Contact & Floating_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오브제_가변설치_2023
이상길_Contact & Floating_스테인리스, 비닐_가변설치_2023

작가의 간결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지는 환원주의적 조형작업에는 감각적 국면들이 조심스럽게 개재돼 있다. 곡선이나 곡면, 색상, 마티에르, 열상 흔적, 각종 미니어쳐 등이 그것이다. 구체의 경우 행성과 같은 표면 효과를 강조한다거나 정형의 비정형적 변형을 통해 난형 혹은 어떤 미지의 생명체 같은 것의 연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특히 지난 조각페스타에서 발표한 작품은 종래의 조각에서 보기 힘든 구조와 색상의 독특한 것이었다. 얇은 판에 만곡을 주어 거대한 면이 파상으로 휘어지고 있는 것 같은 곡면구조, 그 위에는 마치 잎새 위의 물방울 같은 구체가 흔들거리는 듯한 기묘한 환상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작가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 발언을 절제하지만, 관객들과의 인터액티브라는 상호작용, 그리고 주변의 환경을 인입시키는 차경(借景) 등의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거울 같은 스텐레스 표면에 나타나는 관객의 모습이나 주변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부분으로 차입되는 것이다. 또한 작품의 외부보다 내부가 표현의 핵심을 이루는 방식 같은 경우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안과 밖의 상호작용 혹은 가변적 위상이라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길_Contact_PVC, 비닐_12×29.5×29.5cm_2023
이상길_Contact & Floating_FRP(우레탄도장)_가변설치_2023
이상길_Contact_알루미늄(아노다이징)_7.5×22×12.5cm_2009

작가의 조형언어 시소러스(thesaurus)는 점, 선, 면, 매스로 다양하게 정리된다. 최근작은 디렉토리별로 보다 유연성, 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따로 또 같이' 유희하는 양상들이 두드러진다. 작품의 질료가 고유하게 갖는 물리적 중력은 그대로지만, 감각적인 중력을 뺀 채 물성과의 교감과 유희의 프로세스를 작품의 중요 부분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조각가로서 자신이 오랫동안 제한해온 금속의 범주를 벗어나 자신의 디렉토리에 따라 다양한 조형의 실험에 나서고 있음이다. 그에게서 금속 외에도 비닐, 철사, 털가죽 등의 소재를 많이 볼 수가 있는데, 종래의 기하적이거나 정형적인 것에서 벗어나 불규칙적이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점(點)과 관련하여 작가는 이전의 스텐레스 표면에 아크 용접 시의 열상 자국을 조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개는 금속 표면의 폴리싱 광택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용접 중에 나타나는 닷(dot) 모양의 얼룩진 아크 열상 흔적 자체가 표현의 요소로 사역하고 있다. 작위적 가공보다는 물성의 자연스러운 자기 현현(顯現)이 표현의 중심을 이룬다. 금속 면에 회화적 점묘, 특히 담채 점묘화와도 같은 효과를 드러내며 금속의 차갑고 비정해 보이는 물성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변화시킨다. 세상의 모든 것을 반사시키기만 할 것 같은 스텐레스 구체가 무언가 깊은 여운의 구름들에 잠기는 듯한 느낌, 수묵화나 수채화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상길_Contact-마음. 철_알루미늄_가변설치_2023
이상길_Contact-마음. 철_MDF(도장)_80×240×6cm_2023_부분
이상길_Contact-별빛 소나타_스테인리스_20×62×20cm_2023
이상길_Contact&Floating_스테인리스_2023

작가에게 핵심적인 요소는 선이다. 철선을 치밀한 계산 아래 일정하게 코일링하여 구나 반구, 원추 구조체를 만드는 작업이야말로 작가에게는 플래그쉽 양식인 것이다. 한 가닥씩 오랜 시간 집중력을 쏟아부어 거시적으로는 기하적인 면을 만들면서도, 미시적으로는 구조에 특유의 텍스추어와 리듬을 구현하는 것이다. 또한 선과 선이 가지런하게 펼쳐지는 용접의 흔적들에서 점과 선의 물성적 하모니를 있는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점도 작가가 역점을 두는 대목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그러한 메커닉한 코일링 상태에서 벗어나 선을 불규칙의 비정형 상태로 드로잉을 전개해 나간다. 엄격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가볍고 경쾌하며 자유롭고 순발력 돋보이는 과정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의 구조적인 작업과는 전혀 상이한 류의 드로잉으로 육중한 조각과 대조를 보이면서도 조형언어의 진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 작가가 선의 집적으로부터 면을 구현해내는 것은 전부터 즐겨 해오던 방식이다. 무표정의 기하적 면들에 율동 등의 요소가 부가되어, 우아한 곡선이나 곡면으로 변형되는 데서 작가의 내면적 변화까지도 읽히고 있는 듯하다. 점이라는 요소들에서도 그렇지만 선들이 자유로운 굴곡을 보이는 그대로 면에서도 춤추는 듯한 음악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근래 작가의 면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면 자체의 비정형적 만곡이 많아지고, 나아가 그것은 점과의 상호작용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철이 아닌 비닐 같은 다양한 소재들 특유의 구김이나 작용에 반응하는 반작용 등에서 오는 다양한 형태적 결과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길_Contact_철, 스테인리스_화강석_가변설치
이상길_Floating(부유)_스테인리스_가변설치_2023
이상길_Floating(부유)_스테인리스_가변설치._2023_부분
이상길_Contact&_스테인리스, 알루미늄(우레탄도장)_230×180×180cm_2023

주지하는 바와 같이 종래 작가의 작업은 막대한 시간과 신체의 에너지가 집약되는 장인적 조형을 근간으로 형성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작업이 일단락되고, 즉흥적이거나 무의식과의 끈이 닿는 유형의 작업이 근작에서 두드러진다, 또한 계산과 손, 공구의 비중이 높은 수공적 모드에서 또 다른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한 신체 에너지는 감각 에너지로 대체되고 있다. 엄밀한 계산에 의한 이성적, 개념적 국면이 직관과 경험이 중시되는 감각적, 경험적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감각적 국면에서 예의 메타포나 다양한 연상들이 더욱 활성화되고, 작품 자체가 모종의 아우라를 띤다. 작가의 내면이 묻어나는 아우라다. ■ 이재언

이상길_Contact & Floating - 점, 선, 면의 유희展_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_2023
이상길_Contact & Floating - 점, 선, 면의 유희展_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_2023
이상길_Contact & Floating - 점, 선, 면의 유희展_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_2023
이상길_Contact & Floating - 점, 선, 면의 유희展_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_2023
그림바위예술발전소 미술관 입구
오프닝 퍼포먼스

오늘, 지금미래의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한다. 자연 현상이 만들어 낸 부드러운 조약돌. 천 년 만 년 부딪치고 닳으면서 모가 나지 않은 형태로 다듬어진 인고(忍苦)의 의연함...스테인리스의 청명한 재질감으로 표현된 입방체는 맑은 곡면 위에 세상 만물의 형상들을 투영, 다양한 모습으로 숨을 쉬고 있다. 무언(無言)의 고요함으로, 무언(無言)의 울림으로 (2023.05) ■ 이상길

Vol.20230604c | 이상길展 / LEESANGGILL / 李祥吉 / sculpture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