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608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보경_류재성_손민석_송주형 얄루_이아름나리_전현선_정지현
주최 / 인천광역시 주관 / 인천문화재단_인천아트플랫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B동 전시장 1 Tel. +82.(0)32.760.1000 www.inartplatform.kr
이리도 경쾌한, 이리도 능숙한 이 선회를 인정하라 ● 2023년 인천아트플랫폼의 두 번째 기획전시 『외연과 심연』(2023.6.8.-8.15.)은 인천 청년 예술가 8명의 작품 40여점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인천 연고의 기획자 및 연구자 8명이 각 참여작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평문을 써 주었다.
전시의 부제에서 보듯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전시를 구성하는 기준선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지역과 세대와 장르를 가르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우선 밝힌다. 세 가지 요소의 교집합을 구하여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는 무모한 시도 역시 아니다. '인천 청년 미술'이라는 광대역의 일부만을 담은 이번 전시는 '인천', '청년', '미술'이 만났을 때 상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태로 성립한다.
위 세 가지 기준 요소에 있어, '인천'은 인천문화재단 지원사업의 인천 연고 기준 4가지(출생, 출신, 거주, 활동)를 따랐고, '청년'은 인천을 비롯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관련 정책에서 만나게 되는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만39세까지로 하였다. 그래서 전시에는 1983년생에서 1997년생까지 인천을 고향이라, 적어도 제2의 고향이라 말할 수 있는 작가와 필자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미술'이라는 기준에서는 객관적이고 수치적인 지표가 없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살펴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다각도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였다. 분류상으로는 회화 작가가 3명(류재성, 손민석, 전현선), 조각(설치) 작가가 2명(김보경, 정지현), 영상 등 멀티미디어 작가가 3명(송주형, 얄루, 이아름나리)이지만 한쪽 특정 장르로만 규정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형식(장르)에 대비하여 참여 작가들의 주제 의식이 동일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매우 흥미로운 연결점들이 발견된다. "내재화된 인간중심주의적 권력을 경계하고 물질의 능동성, 역량, 행위성 등 생기적 물질성에 주목하는" 송주형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태도는 정지현 작가가 김현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한없이 무기력한 신체와 너무나 능동적인 사물"을 다루는 태도와 접점을 이룬다. 얄루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유사하지만 인간이 중심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어쩌면 윤리적 고려의 범위가 인간 너머로 더욱 확장된 세계일지도 모른다"고 이슬비 필자가 말하였는데, 이러한 탈인간중심주의적 세계는 윤자형 필자가 정리해 준 이아름나리 작가의 "비시간/비공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보인다. 신효진 필자가 말하듯 "하나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가 이내 분절된 각 화폭으로 수렴되고, 재현적으로 변모하는 듯하다가도 도형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을 강조하고, 한 겹의 현재를 포착하다가도 영겁의 시간을 지향하면서 기묘한 긴장관계"를 생성하는 전현선의 회화 작품은 "평면과 공간, 촉각과 시각, 감각과 이성이 상호 작용하며 충돌하는 순간을 담은" 류재성의 캔버스, 그리하여 전은선 필자가 요연하게 정리한 "서로 반대되는 상반(相反)이 서로 짝을 이뤄 함께 하는 상반(相伴)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담은 화면들과 확연히 다른 외연에도 불구하고 의미의 결이 통한다고 보면 확대 해석일까? "빛"에 대한 관심이 없는 시각예술가가 있을까만은, 손민석 작가는 "사물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사물이 빛과 관계하는 방식"에 천착하여 "정물을 풍경화 기법으로 그리는" 본인 특유의 방법론을 창안하였다. 한편 리서치와 아카이브에 기반하여 작업하면서 "건축물이라는 매개체와 관계하는 역사와 현상, 감각에 큰 관심"을 두는 김보경 작가는 건축물에 비치는 빛 즉 반사광을 평면 프린트로 포착하는 한편 뜨개라는 매체로 매우 섬세하게 구현해 낸다.
10여년 전 그러니까 『88만원 세대』(2007)와 『아프니까 청춘이다』(2010)가 출간될 당시와 2023년 현재, 청년 세대를 인식하고 묘사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MZ세대 구성원들은 거침이 없고 자기 소신을 확실하게 펼치는 당찬 모습인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또한 MBTI 체계가 대변하는 것처럼 분류와 분석에 능숙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젊은 세대라고 SNS의 숏폼 영상처럼 짧은 재미만 추구하고 화려하고도 가볍게 일상을 소비하는 데에만 몰두할까. 대구법과 대조법이 두드러지는 제목의 『외연과 심연』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MZ세대의 작품인 만큼 일견 경쾌하고 발랄하며 스펙터클한 외연이지만, 자세히 살피고 탐구와 탐색을 거듭하여 그 심연에 다다르면 철학적이면서 진중한 예술가의 사유가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황금시대 Age d'or」 라는 시에서 말하기를, "이리도 경쾌한, 이리도 능숙한 이 선회를 인정하라 Reconnais ce tour si gai, si facile"라고 하였다. '인정하라'라고 번역된 동사 reconnaître에는 '알아보다'라는 뜻이, '선회'로 번역된 'tour'에는 '순서'라는 뜻과 함께 '한 바퀴 도는 여행'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이 싯구는 "(당신이 현재 황금기로 가는) 경쾌하고도 쉬운 여정에 있음을, 혹은 차례가 되었음을 알아차려라"라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인천 청년 작가'들의 황금기가 어서 오기를, 이미 들어섰다면 그 시기가 오래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면서 자의적 해석과 오역을 감행해 본다. ■ 이영리
Vol.20230608d | 외연과 심연 Denotation and Profundit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