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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613_화요일_05:30pm
작가와의 대화 / 2023_0610_토요일_03: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는 사업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잇다스페이스 itta space 인천 중구 참외전로 172-41 Tel. +82.(0)10.5786.0777 itta1974.modoo.at @itta_space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예술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실행하기 힘든 희망사항을 받아주곤 한다. 희망으로 출발한 작업은 그 과정의 몰입도가 커지면서 실제의 소원성취 못지않은 만족이 가능할 수도 있다. 경지연이 그리는 풍경은 그러한 희망사항이 투사된 장소들이다. 정사각형 캔버스에 담겨진 풍경들은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자족적인 완결 감을 가진다. 구글에서 검색한 무채색 톤의 자료는 지도와 풍경, 실제와 상상의 중간 단계로 재탄생한다. 칙칙한 현실은 원색과 야광 색을 비롯한 비현실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거듭난다.
전시장은 고화질의 총천연색 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듯하다. 작가는 상상으로 충전된 기구를 타고 세계 곳곳을 넘나든다. 그녀의 그림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꿈꾸는 여행자의 신기루같이 화려하게 불타오른다. 마법의 양탄자같은 과정은 관객에게도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출발점이 된 것은 작가가 가봤던 장소와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구글 어스 맵으로 찾아본 것에서 왔다. 작업은 실제의 여행(journey)을 대신하는 마음의 여행(trip)이다.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이다. 상상의 여행지는 유명한 유적지부터 산과 바다, 사막과 강, 고향과 대도시 등 다양하다. 경지연이 작품제목을 따오곤 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Magical Realism)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특징으로 지적된다.
마술과 사실이라는 배타적인 두 항목이 예술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마술적 사실주의가 라틴 아메리카처럼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역에서 활발하다는 것은 환상과 현실의 관계를 단적으로 암시해준다. 예측불허의 현실은 임박한 위험신호이자 안전하고 쾌적한 환상으로의 도피를 추동한다. 조형적인 면에서 위성사진을 활용한 것은 사실에 해당되지만, 비현실적 서사와 색채로 변형한 것은 마술에 해당된다. 원근법적 풍경이 아니라 유동적 표면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북유럽 르네상스식의 풍경이나 동양화처럼 지도와 풍경의 중간쯤에 있다. 거기에는 칠해지지 않은 빈 바탕이 종종 발견된다. 화려한 색과 구불거리는 형태로 구성된 지형도와 공존하는 공백은 마치 옛 지도에서 미지의 지역을 표현할 때처럼 공백으로 남겨둔다. 화려한 색채를 입고 생경하게 구불거리는 선들은 정해진 방향이 없는 괴물적인 선이다. 이 괴물적인 선은 지도를 따라가기 보다는 지도를 만든다.
지도라는 모델에는 기호적 성격이 있지만, 기호의 지시대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자유로운 배치는 기표작용과는 무관하다. 해양 또는 육지의 지형도와 중첩될 수 있는 구불거리는 선은 무엇과도 연결 접속할 수 있을 만큼 유동적이다. 지표들은 복잡한 증후들이다. 그것은 현실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변형한 것이고, 현실이 포괄할 수 없는 바깥과의 통로를 마련한다. 그러나 현실과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는다. 강한 희망은 현실로부터 솟아난 것이지, 허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생경한 색과 불안정한 형태는 어떠한 일관된 의미를 상실한 채 가상적 지형학을 점령한다.
작가는 예술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을 하고자 한다. 미를 즐기는 것은 감각을 가볍게 도취시키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강한 희망으로 인해 생겨난 환상은 정신병적 망상과 비슷하다. 프로이트는 현실부정과 함께 하는 원망 환상이 고립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아멘티아(Amentia)' 즉 행복에 넘친 환각적 정신착란 상태라고 정의한다. 경지연은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지도를 활용하지만, 곳곳에 불연속적인 간극을 부여한다. 지형도의 곳곳은 비워져 있다. 이 빈 곳은 비존재의 취급을 받는 무언의 광기가 숨어있는 곳이다. 기존 현실의 재현이 아닌 생성이 그 빈 곳에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에서 회화의 임무를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하는 시도'로 정의한다. 회화에서 나타나는 돌발흔적은 마치 다른 세계의 솟아남과도 같다. 기지의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의 도약이 일어나는 경지연의 작품은 그자체가 다양한 변모의 장이다. 자동기술에 가까운 구불거리는 선들은 하나의 형에서 다른 형으로,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변형은 물리적인 이동 없이도 지금 여기를 탈주하게 한다. (2014portray magic-경지연 개인전 서문 축약본) ■ 이선영
사각형의 평평한 캔버스에 화려한 색선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를 나는 환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환상은 사전에서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에세이 『환상과 예술창작』에서는 이와 반대로 "상상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 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환상은 현실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 마르케스의 말처럼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현실의 중력이 커질수록 환상의 힘도 커지는 반발력과 같은 것이다. 작업은 "현실을 거슬러 올라가는 환상의 힘"을 내포한다.
잠시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본다.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으로 착륙하기 전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며 공항근처를 선회한다. 그 당시 나의 눈에 들어온 로마의 풍경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으로, 선회하는 비행기의 경쾌한 흐름을 따라 하늘을 나는 '마법의 양탄자' 를 탄 기분이었다. 낯선 여행자를 받아줄 낯선 도시를 향한 설레임이 가득한 흥분된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각박한 현실에 메여 옴짝달싹 할 수 없던 때 우연히 접한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새로운 작업의 동기가 되었다.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내가 가 보았던 곳과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마법의 양탄자" 같은 과정이다. 위성지도는 실제 여행의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도구지도가 아니라 결핍된 욕망을 대상화한 마음의 여행지를 보여주는 그림지도의 역할을 한다. 그림 지도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상 또는 환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제의 여행'을 대신하는 '마음의 여행'을 떠나며 나는 현실과 환상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게 되었다. 위성지도로 바라보는 풍경은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파노라마식 풍경이 아닌 전지적 시점의 풍경이다. 나의 선택된 감각으로 편집된 "마술적 사실주의" 풍경이다. 작업은 실제 위성지도 이미지를 매핑 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 안에 버무려 넣은 서사(마술적 사실주의 소설)와 색채, 편집의 과정은 "마술적" 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은 마술과 사실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항목을 회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마술적 편집의 과정은 작품의 매체를 통해서 도드라진다. 나는 반짝이고 투명한 아크릴미디움을 물감과 섞어서 튜브에 넣고 짜는 표현 기법을 사용한다. 이것은 '마치 형형색색의 투명한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이미지와 매체의 낯선 관계는 작품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물감을 짜는 형식은 나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유기적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하나의 선과 선이 얽히고 짜 맞추어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오늘도 환상퍼즐 한 조각을 맞추러 떠난다. ■ 경지연
Vol.20230609b | 경지연展 / KYUNGJIYEON / 慶智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