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畵歌 물,길 Traces of Water

박소현_황규민展   2023_0615 ▶ 2023_0811 / 일,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0)2.588.5642 www.hanwon.org

(재)한원미술관은 한국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고, 동시대 미술로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14회 화가(畵歌) 《물, 길 Traces of Water》을 2023년 6월 15일(목)부터 8월 11일(금)까지 개최한다. (재)한원미술관은 지난 201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화 장르를 기반으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이 잠재된 청년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를 이어오며, 현대 동양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데 매진해 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매년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작가들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지각하고 깊은 사유와 체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 저마다의 경험에 빗대어 감상자의 감각을 깨우고 반추한다. 이들은 전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 반응하여 소재와 기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연한 자세와 태도를 견지한다. 이에 본 전시는 '한국의 회화'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며 전통의 수용과 현대미술의 흐름에 맞춰 방법론을 구축해 나가는 작가들의 태도에 집중하였다. 전통의 존재와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고전의 멋스러움과 현대적 감각을 겸비한 '한국의 회화'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로 정착하기 바라는 기대를 담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박소현, 황규민 작가는 시각예술 영역에서 장르적 확장성을 가지고 대상을 재현하거나 은유를 통해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이들은 외부의 사물이나 풍경 혹은 일상의 범주 안에서 소재와 모티브를 찾아 참신하고 기발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업을 통해 일상에서 만나는 유희의 순간을 공유한다. ● 《물, 길 Traces of Water》는 '물이 흐른 길' 또는 '물성의 흔적'을 의미한다. 동양화는 붓을 쓸어 올려서 물길을 넣는 '필(筆)'의 멋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물길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질서가 내재 되어있다. 종이에 물길이 스미는 것. 대상을 구현하는 선 위에 먹과 채색 안료가 얹히면 여기에 종이의 흡수와 번짐의 원리가 작용한다. 박소현은 물길의 순환으로 움직이는 분수(fountain)를 눈앞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듯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반해, 황규민은 먹과 물감을 통해 종이의 물길에 놓인 자연스러운 표면적 변화를 감지하고 옛 화보(畫譜)의 구성을 차용‧각색하여 동양화의 동시대적 가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두 작가는 물길을 옮기는 행위자로서, 번지고 스며드는 물성의 특성을 살려 대상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특유의 정제되고 함축적인 의미를 심화시킨다. 인위적인 기교를 배제하고 직관과 우연에 의한 이들의 작품들은 물이 지닌 특질을 스스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독특한 심미적 요소를 반영하기 위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때만 진실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 사이에서 자연을 느끼는 감각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물은 지구에서 마법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물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듯 물은 인류 발전의 생존 도구였으며, 종교와 정치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물을 자유로운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대상으로 삼아, 이미지 변용의 무한한 가능성을 고찰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였다. 물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닌, 우리의 삶의 근원을 보여주는 표상이자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상징물로 비유한다.1) 물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의 공감각적인 쾌감을 자극하면서도 공간의 운동성을 느끼게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소재들과 결합 되었을 때 그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박소현의 물 풍경 역시, 사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기인한다.

박소현_부유하는 물덩이 #89 — 스플래쉬_순지에 채색_100×72.7cm_2023

분수는 힘차게 밀어 올리는 힘이 사라지는 순간 공중에서 잠시 갈 곳을 잃고 멈춰 선 물방울들이 이내 동글동글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아름답게 떨어진다. 분수는 중력에 역행하는 물의 이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물이 떨어지면서 거품이 일어나고 물 표면이 부서지는 느낌과 빛에 의해서 반짝이는 입자로부터 직관적 감각을 꾀한다. 이때 작고 좁은 노즐을 통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물의 양, 높이, 빛, 바람 등 주변의 환경에 따라 여러 형태로 표출하여 생동감을 더한다. 분수는 박소현에게 지각을 동반한 인식의 영역에서 상상력을 일으키는 도구이자 자신의 조형성을 견고히 다지는 관념적 소재이기도 하다. 그는 '물'이라는 가변적 소재를 마주하는 감각에 주목한다. 박소현은 주로 일상에서 접하는 '물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다정한 물'을 그린다. 장마철의 비 냄새, 웅덩이에 일렁이는 잔물결,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거품은 아름다운 한때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물 풍경은 매우 짧은 시간만 볼 수 있기에 현장성을 담는 기록과 수집은 박소현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의 작업은 실제의 경험과 웹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확대, 축소, 변형 그리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분수의 시각적 즐거움을 전달한다.

박소현_부유하는 물덩이 #91 — 만발_순지에 채색_135×126cm_2023

박소현이 주로 사용하는 순지(純紙)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겹겹이 쌓아 올린 안료에서 우러나오는 색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한 재료다. 특히 순지 위에 옅은 채도의 물감이 스며들어 펼쳐지는 우연적 효과는 재료의 물성에 의해 발현되어 풍부한 색감과 깊이로 진한 감동을 전한다. 그의 물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이 마르면서 생긴 자잘한 기포와 미세한 균열 혹은 물감이 흘러내리면서 맺힌 자국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물거품의 표현 효과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순백색의 호분, 운모(雲母), 은분(銀粉)을 사용하여 농도를 조절해 가며 반짝이고 은은한 색감을 자아낸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판넬 프레임 바깥의 여백까지 작업 일부로 포함하여 완성 시키는 것이다. 이는 평면 속 안과 밖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확장의 이미지를 통한 입체적 공간감을 선사함은 물론, 그의 시각으로 바라본 운동감과 리듬감이 느껴지는 대상의 형태, 청량하면서도 경쾌한 색 조합, 얼룩지고 뒤섞인 물감 자국이 고스란히 담긴 화면 속 흔적은 얇은 종이 위에서 뚜렷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소현_가벼운 물조각 — 부유하는 물덩이 #23 ~ #38_지관통, 순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3

「부유하는 물덩이」는 분수의 물줄기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하늘 높이 솟아올라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상승과 하강이 공존하는 상태, 혹은 그 움직임을 포착한 순간의 장면을 그린 작업이다. 우리의 시야에 불현듯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물덩이는 그것을 둘러싼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색감에 의해 존재감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배경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화면의 정중앙에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물줄기가 위치하지만, 결국 작가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은 중심 주변에 우연히 맞닥뜨린 일상의 흔적을 발견하여 불현듯 낯설고 생경해지는 시점을 담아낸 것이다. 그는 이러한 풍경을 추상적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그 표면에서 드러나는 시간과 존재의 경계를 넘어선 풍경을 만들어 낸다. 결국, 박소현은 물을 머금는 종이의 성질과 형상의 표현을 강조하며 투명하게/반투명하게/불투명하게 물로 물을 표현한 셈이다. 「가벼운 물조각 — 부유하는 물덩이」는 장소가 지닌 공간적 환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평면 회화와 설치가 서로 상응하고 공조하는 방식을 시도한 작업이다. 원통형의 지관통 위에 그려진 물 풍경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는 가변적 형태를 취하며 세련된 미감을 완성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가벼운 물조각'이라 붙인 작품 제목에도 잘 드러난다. 이는 재료가 지니는 무게감이나 부피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유희적인 접근법으로 회화와 입체작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것이다.

박소현_바림한 풍경 #03 — 낮과 밤_순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3 박소현_바림한 풍경 #04 — 온 밤_순지에 채색_가변크기_2023

풍경을 흡수하듯, 리트머스 종이를 연상시키는 「바림한 풍경」은 얇고 길쭉한 띠 형태가 화면에 담겨 주변의 색을 머금은 풍경들이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 미묘하게 변화하는 하늘빛과 주변의 풍경은 그곳의 공기나 기운과 같은 환경적 요소로 인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전환된다. 도심의 외관, 즉 고층빌딩의 유리 외벽에 비치는 풍경들은 각각의 길이와 두께로 도안화된 종이 위에 순서대로 입혀진다. 이렇게 쌓인 시간의 지층은 형태를 이루고 면을 채워나가며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노자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최상의 방법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그릇에 물을 담느냐에 따라 물의 형태가 다르듯이, 물은 어느 상황에서나 본질을 변치 않으면서 순응한다. "한 곳에 정체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태" (작가노트 중에서) 적절한 '때'와 '장소'. 유연함을 지향하는 삶은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황규민_화보6-Untitled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84.8cm_2021
황규민_화보7-Muh Emdap Inam Mo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212cm_2022

황규민의 작업은 특별한 경험이나 일상에서 수집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정교한 필치로 평면에 옮기거나, 기호적인 형태 위에 은유적인 이미지를 배치하여 전통매체의 표현양식에 고립되지 않는 유연함을 지닌다. '동양화는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 동양화를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은 자신이 전공한 동양화의 관습과 전형성의 전복을 일으키며, 오늘날 동양화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재정립과 체계화를 고전 '화보(畵譜)'의 형식을 통해 자신의 회화적 논리로 구축하였다. ●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1679)는 산수·난죽·매국·화훼·영모·인물 등 화목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편집하여 중국 전통 회화의 이론과 다양한 개체를 그리는 방법을 설명한 책으로, 작가가 중요하게 다루는 레퍼런스이기도 하다.2) 동양 회화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원작 화가들의 사실적 재현을 답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 책은 과거의 작품을 통해 옛 대가들의 기법과 표현양식을 배워나가는 수단으로써 당대의 화가들에게는 최고의 교과서인 셈이다. 여기에 실린 도판들은 대부분 자연물에서 비롯된 각양각색의 형태와 규칙적인 구조의 패턴이라는 점에서, 방작(倣作)을 통해 옛 대가들이 자연경관을 보고 느꼈던 감각들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황규민_화보11-The Lake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106cm_2022
황규민_화보12-獨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212cm_2022

황규민은 지난 개인전 《황씨화보》(2022, OCI미술관, 서울)에서는 긴 세월 그림 감상을 즐기는 '미술애호가'인 가상의 인물 황씨가 등장하여, 자연과 도시의 면면을 담은 작가 황규민의 그림을 연구하고 기록한다는 콘셉트의 주제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작가는 화보의 형식을 의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전시장 내에 그와 유사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목차, 서문, 서화, 부록, 저자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감상자의 동선을 주도하는 색다른 감상법을 제안한다. 그의 화보는 31.2×21.2cm 크기의 사각 검정 프레임과 상형문자를 접목해 픽셀 형태로 도식화한다. 그 안에 묘사된 장면들은 산과 호수의 절경, 공사장 가림막, 난간과 펜스, 인물 등 그와 연관된 체험의 모티브들이다. 그리고 작품 한 켠에는 제작에 사용된 재료와 크기 등의 정보를 목판화에 새겨 기록함에 따라 화보의 형식을 갖춘게 된다. 이때 여러 장면이 감각적으로 분할된 화면들은 퍼즐 조각이나 블록 쌓기의 모듈처럼 문자와 도상을 엮어 감상자에게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황규민_화보19-부유하는 물덩이-만개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190.8cm_2023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의 단면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은 하늘(天), 글·그림(書·畵), 물(水), 비(雨), 흙(土), 돌(石), 사람(人), 나무(木), 돌(石) 같은 자연에서 추출한 원초적인 질료에 입각한 문자의 형태로 재창조된다. 3D 프린터 출력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리적 형태의 조각들은 전시장 벽에 배치된다. 이는 곧 화보가 걸리는 거치대이자, 화보를 이루는 전체적인 큰 틀과 뼈대의 역할을 한다. 황규민의 작업은 평면 회화와 거치대, 그리고 먹의 농담에 따른 담백한 색채와 구성의 묘미를 살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는데, 이러한 조합은 차세대 주류인 젊은 작가로서 그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황규민은 문자의 의미와 그리는 대상에 따라 본질적 속성에 적합한 표현 방법을 연구하였고, 변형‧해체‧재조합을 거치면 비로소 화보의 원본이 된다. 이 같은 결과물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 동양화의 흐름 속에서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다시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황규민_화보20-부유하는 물덩이-스플래쉬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156×127.2cm_2023
황규민_화보23-가벼운 물조각_ 한지에 목판, 수채화물감, 유성잉크, 검정 프레임_93.6×148.4cm_2023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에 선보였던 문자형태의 화보 시리즈를 2미터 너비의 벽에 옆으로 길게 펼쳐진 마치 화보의 색인목록과 같은 설치작업을 전개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개체들은 전시기간 동안 거치대만 남기고 드문드문 분산되거나 재배치 된다. 이는 작품 형식의 일부 변형도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유지한 채 새로운 화보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시에 함께 참여한 박소현 작가의 대표작품 일부를 토대로 오마주(hommage)에 가까운 신작을 선보이며, 경이로운 풍경에서 매료된 지점을 바탕으로 원작의 진지함을 위트있게 풀어낸다. 이처럼, 황규민은 유기적인 설치 방식을 통해 이미지의 표면적 의미를 벗겨낸 개인의 서사를 드러낸다. 우리는 그가 제시하는 작고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영역에서 교감하고 그 안에 내포한 다중적인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두 작가의 스토리텔링은 같은 기간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들의 작업에서 보이는 풍경의 단면은 2차원 평면 회화 전시에서 벗어나 확장된 회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평면의 입체적 작업 방식이나 동양의 정취가 가미된 연출적 요소를 도입한다. 감상자의 움직임에 의한 가변적 풍경은 '경험하기'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이끌며 우리가 인식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다. 우리 주변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는 동시대 풍경화는 진화를 거듭하며, 작가들의 다층적인 시선과 감각으로부터 일상의 본질을 부각할 것이다. 작품의 소재, 기법, 주제 의식까지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물길'이다. 우리의 삶은 흐름이 끊이지 않는 물길과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며,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삶의 여정을 거듭하며 성장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물길 위로 전개된 감각들을 느끼며 우리의 삶의 흔적을 머금고 우리 자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전승용

* 각주 1) 동양 철학에서 오행(五行)은 우주 만물의 변화양상을 5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하는 이론이다. 즉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관계와 변화(行)에 대한 이론을 체계화한 것을 말하며, 행(行)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2)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는 중국 청나라 시대에 다색 판화기법으로 간행된 화보이다. 제1집 『산수수석보(山水樹石譜)』 5권, 제2집 『난죽매국보(蘭竹梅菊譜)』 8권, 제3집 『초충화훼보(草蟲花卉譜)』와 『영모화훼보(翎毛花卉譜)』 4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론, 기법, 옛 대가들의 작품 모사본(模寫本)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가 참고한 제1집 『산수수석보(山水樹石譜)』는 산, 구름, 바위, 물, 봉우리, 나무를 그리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Vol.20230615b | 제14회 畵歌 물,길 Traces of Water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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