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차경 都市借景 Borrowed scenery of a city

이호욱展 / LEEHOWOOK / 李鎬旭 / painting   2023_0620 ▶ 2023_0627

이호욱_白談(백담)1_분색장지에 먹, 호분_130×193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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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효령로72길 60 제2전시실 Tel. +82.(0)2.3456.5086 home.kepco.co.kr/kepco/AR/main.do @kepco_art_center

이사를 많이 다녔다. 어릴 적부터 지금 사는 집까지 거진 3년에 1번 꼴로 돌아다녔으니 남들처럼 한 곳에서만 진득하게 오래 산 적은 드문 셈이다. 우리 가족의 첫 집이었던 인천의 2층 연립주택에서부터 지금 사는 춘천의 31층 아파트까지 내가 주로 살았던 집은 공동주택의 형태를 지녔다. 이 공동주택의 특징은 집마다 모양이 비슷하고 최대한 단조롭고 효율적인 형태를 띠면서 이웃 간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된다는 점이다. 앞마당에 쓰레기 버리는 장소도 공동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하고, 입출구의 모양과 형태에 있어서도 개성보다는 효율과 통일을 강조하는 모습을 주로 발견한다.

이호욱_둥지3_분색장지에 먹, 호분_130×194cm_2022
이호욱_둥지6_분색장지에 먹, 호분_97×130cm_2022
이호욱_둥지5_분색장지에 먹, 호분_97×130cm_2023

그동안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고 다니는 길과 풍경을 그렸으며 이제는 집을 그려본다. 살던 아파트와 주위의 연립주택들, 오래전에 지어진 집과 요즘 지어진 집들을 따로 그리기도 하고 같이 그리기도 하면서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아파트를 몇 개 그리다 보면 실로 다양한 형태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복도를 공용으로 쓰는 아파트, 혹은 동과 동끼리 멀리 떨어져 있는 아파트,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자주 스칠 수 있는 공간을 지닌 공동주택과 그렇지 않은 공동주택 등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고도 복합적인 공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어지고 높아진다.

이호욱_角談(각담)_분색장지에 먹, 호분_130×120cm_2023
이호욱_書窓(서창)_분색장지에 먹, 호분_46×63cm_2023
이호욱_廚窓(주창)1_분색장지에 먹, 호분_46×63cm_2023

높은 아파트를 그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건물의 번식에 밀려 동네의 주택들과 골목 등 이른바 '낮은 공간'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란 공동주택이 구성원이 원하는 프라이빗한 공간의 구현과 만족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서 불필요한 대면 접촉을 줄이는 효율적인 형태의 높은 집으로 진화하고 있었다면, 개발에 희생된 집들은 그 흔적이 아예 사라지거나 혹은 대중이 요구하는 카페나 맛집 등의 휴식공간으로 새로이 변모하여 아파트에서 사라진 대면 접촉의 수요를 충족하는 새로운 형태의 '낮은 건물'로 변모하고 있었다. 현대인들은 높은 건물 속 독백의 시간을 원하지만, 낮은 건물 속 대면의 시간 역시 원한다.

이호욱_白談(백담)2_분색장지에 먹, 호분_97×130cm_2023
이호욱_空談(공담)_분색장지에 먹, 호분_130×120cm_2023

뚜렷한 색을 지닌 사람들은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색이 다른 누군가와의 경계를 넘어갈 때 누군가는 불편해하며 다른 누군가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오히려 그 새로운 침범을 반긴다. 경계를 넘나들고 지적을 겁내지 않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만의 색을 완성하여 지니게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나는 색을 갖고 싶지만 색이 뚜렷하지 않기에 뚜렷한 색을 지닌 이들을 부러워한다. 나와 그들 간에 주어진 거리는 멀고 어려우며 쉽게 줄어들지 않기에 내 무채색을 돌아보며 그 진한 색깔을 언제 한번 품어볼 수 있을까 하고 아쉬워한다. 이런 다채로움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그들을 품고 있는 높고 낮은 공간들을 한번 그려보았다. ■ 이호욱

Vol.20230620a | 이호욱展 / LEEHOWOOK / 李鎬旭 / painting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