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상상 속 경계와 프레임

미로(시혜진_현수영_황정경)展   2023_0721 ▶ 2023_1115

초대일시 / 2023_0721_금요일_04:00pm_아이비라운지 갤러리

「미로」는 각자의 작업탐구와 소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그룹입니다.

후원 / 화성시문화재단_반도문화재단 본 전시는 화성시문화재단과 반도문화재단의 '2023 화성 메세나' 지원금으로 진행합니다.

1부 / 2023_0721 ▶ 2023_0823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이비라운지 갤러리 Ivy Lounge Gallery 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0 207동 2층 E262호 Tel. +82.(0)31.377.9825 www.bandofoundation.org

2부 / 2023_1103 ▶ 2023_1115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궁평아트뮤지엄아카이브 Gungpyeong Art Museum Archive(GAMA)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1633 (매화리 514-7번지) Tel. +82.(0)31.290.4615/12 www.hcf.or.kr

'사각사각'을 소리로 전환하면 다양한 상상이 펼쳐진다. 연필을 깎거나 다듬는 소리, 싱그러운 과일을 크게 한 잎 베어먹는 소리, 작은 벌레가 좁은 틈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 두 손을 맞대고 비비는 소리 등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 한편, 시각적으로 '사각사각'을 상상해 보면 '네모'난 형태가 곧장 떠오른다. 청각과 달리 시각영역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사각'이라는 단어 속에 견해 또는 관념적으로 특정 프레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이처럼 청각과 시각의 상상 개수가 다른 이유는,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을 펼치게 되는데 시각적 경험이 객관화라는 오류로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각의 특정 프레임'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프레임) 이 대표적이다. 바닥과 벽, 벽과 천장이 만나는 각도가 90°(⊾)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 하지만, 실용적이면서도 안정감을 전해주는 '사각'의 공간을 자연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의문이다. 이런 의문점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빈 종이에 펜을 쥐여 주고 '공간'을 그려보라고 하면 동그라미가 무의식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네모 형태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그라미·세모·네모는 매한가지 공간이지만 '집'이라는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것. 바로 내가 보고 경험한 제한적 공간이 네모난 형태(프레임)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 단. 국가나 민족의 생활에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몽골 텐트, 남극 이글루, 아프리카 흙집...)

이와 반대로, 자연에서 안정감을 가지는 형태(구조)는 구물구물한 선이나, 원형(동그라미)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떠오르는 대상을 나열해 보면 새알, 둥지, 꽃봉오리, 과일, 땅굴(동물 집) 등 동·식물 모두 안정감 있는 구조로 선택한 도형이 원형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해 준다. ● 이 같은 자연·구조와 관련하여 입체파(cubism)의 시조로 평가되는 폴 세잔(paul cezanne)은 "자연은 표면보다 내부에 있다."란 짧은 어구와 "나는 자연에서 원통, 구, 원추를 봅니다. 사물을 적절히 배열하면 물체나 각 면은 하나의 중심점을 지향하게 된다."라는 견해를 남겼다. 그렇다면 이번 『사각사각』 기획전시를 준비한 시혜진, 현수영, 황정경 작가가 사유 공간(작품)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주제 및 개념)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시혜진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62.2×97cm_2022

시혜진 "유연한 관계와 유기적 공존" ● '관계'란 것은 나와 또 다른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관계 맺기가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띄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조화로움'이 없는. 즉 맹목적의 소통과 교감은 관계 맺음으로 볼 수 없기에, '관계의 성립'은 참 어렵다. ● 작업의 시발점은 「에코토피아」(Ecotopia)」의 개념부터 시작된다. 이 용어는 1970년대 환경문제에 대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 맺음을 과학 소설로 풀어쓴 캘렌바흐(Ernest Callenbach)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이는 생태계 '에코'와 이상향 '유토피아'의 합성어로써, 자연과 어울려 공존하는 것이자 우리가 나아갈 미래의 예언적 암시이다. 작가는 이처럼 "사람이 자연과 공존하며 이상향을 만들어 가는 것." 유연한 관계 맺음과 공존을 작품 주제로 삼고 있다.

현수영_Image no.17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162.2cm_2022

현수영 "행복이란 잔상" ● 하리보(HARIBO)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한 번쯤을 맛봤을 유명 젤리 브랜드이다. '하리보' 명칭은 창립자 한스 리켈(Hans Riegel)에서 'HARI'(하리)와, 당시 설립한 지명 'Bonn'에서 'BO'(보)의 각각 두 글자씩 따온 것으로써, 1920년 독일의 본(Bonn)에 설립되었다. 또한, 포장지에 소개된 문구는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행복, 사랑, 기쁨 등 공통된 표현과 의미를 내포한다.

- 독일: Haribo macht Kinder froh ... und Erwachsene ebenso! (하리보는 아이들을 즐겁게 합니다 ... 그리고 어른들도요!) - 미국: Kids and grown-ups love it so ... the happy world of Haribo! (아이 어른 모두가 매우 사랑하는 ... 하리보의 행복한 세상!) - 튀르키예 : Çocuk ya da büyük ol, ... Haribo'yla mutlu ol! (아이도 어른도, ... 하리보와 행복해지세요!)

하지만, 행복을 전해주는 위한 하리보(곰)의 탄생 과정은 비극에 가깝다. 대형 드럼통에 색소와 다양한 첨가제가 뒤엉켜(반죽되어) 자동 설비된 사출 장비를 통해, 개성과 특징을 잃어버린 정해진 방식으로 대량 생산됨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생산 라인에-억압적으로- 찍혀 나온 '하리보'를 통해, 소비사회의 욕망, 소외감, 인권 등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잔상을 역설·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황정경_푸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23

황정경 "이상과 현실이 마주하는 순간" ● 월조(越鳥), 남객(南客), 화리(火離)라 불리는 새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고려 시대부터 길러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친숙한 새(조류)지만, '공작'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전까지 이 새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공작새는 날개를 펼치면 족히 2M(미터) 남짓한 큰 날개가 있음에도 멀리 날지 못하는 장식용 날개를 가졌다. 불교에서 공작은 「공작명왕」이라 하여 독사를 잡아먹는 뱀의 천적으로 보았고, 공포와 재앙, 재난을 제거하고 천재지변을 진압하는 염원의 믿음으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작새가 펼친 깃털은 태양과 같고, 은하수와 같은 모양새로 하늘의 신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의 성조로 여겼다. 또한, 현실이 아닌 꿈에서는 길몽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가장 화려한 새 중 하나인 공작은 큰 날개를 가졌음에도 비행시간은 매우 짧다. 이것은 마치 작가의 작품에서 말하듯 "이상과 현실이 마주하는 찰나"를 보여주는 듯하다. ● 이렇게 작품을 소개해 보니 "무언가를 통한 무엇"이라는, 보이지 않는 프레임(틀)이 적용되었다. 또한,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은 매체마다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일반적인 방식이자 가장 유용한 방법은 프레임을 정하는 것으로써, 미디어 작업은 액정 안에, 사진은 출력물, 회화 작업은 캔버스, 조형 입체물은 공간구성 및 좌대 등 저마다 필연적으로 적정한 프레임(공간·위치·장소 등)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계가 있다. 프레임 안에 자리 잡은 공간은 외부 세계와 단절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프레임이 안과 밖(내외)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될 수도 있다. ● 반면, 자연에서 경계와 프레임은 구분이 아닌 "시공간의 연결과 확장"이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태양빛에 밝고 어둠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고, 생물·생태계는 프레임을 통해 종족 간 유사성, 관계성을 연결할 수 있다. ● 이처럼, 이번 전시는 작품과 공간(프레임)이란 포괄적 개념을 중심에 두고, 선(Line-라인) 작업을 연계하여 "공간의 확장과 관계의 유연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앞 서 말한 "자연에서 안정감을 가지는 형태(구조)는 구물구물한 선"이란 문구를 차용하여, 각기 다른 작품과 고유 영역의 주변으로 선(Line-라인)을 이어, 유기적 연결 및 관계를 맺어보는 것이다. 또한, 선의 안팎으로 작품을 배치하여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해 나아가는 시각적 방법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이번 『사각사각』 전시를 통해 시혜진, 현수영, 황정경 3인의 작가와 관객이 시·공간 속에서 만나는 '관계의 확장'으로 발전되길 바라며 서문을 갈음한다. ■ 정보경

Vol.20230721c | 사각사각: 상상 속 경계와 프레임展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