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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1:00pm~07:00pm
스페이스 깨 Space Ccae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5 1층 www.spaceccae.com www.facebook.com/spaceccae
확장된 신경망과 절차적 미래 ● 20세기라는 이름의 기차가 불안정하면서도 가능성으로 가득찬 미래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시기에 발터 벤야민은 원본이 지닌 아우라와 권위가 땅으로 추락할 것을 예견했고, 반세기가 지난 후 장 보드리야르는 모사된 것이 원본의 지위를 찬탈하고 그것을 주변부로 몰아내리라는 비극적인 미래를 내다보았다. 유사한 시기에 쏟아져나온 디스토피아 SF 문학들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암울한 잿빛 구름으로 물들일 것을, 그리하여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어 나갈 것을 경고했다.
그들의 경보가 다소 감상적인 허무주의에 젖어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러한 비관과 염려 속에서 가장 날카로운 통찰들이 탄생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래를 향한 발돋움은 반드시 거울이 되어 우리가 서 있는 지반 그 자체를 비추게 되기 마련이므로. 그리고 『읽고 쓰기 위한 절차』에서 정동훈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이와 같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의 단편이자 현재의 발판이다. 작가는 매체의 다양화, 정보 처리의 가속화와 같은 기술적 환경 위에서 우리가 매일같이 수많은 정보를 '서치'하고, '클릭'하여, '액세스' 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리가 습득하고 선택하는 정보들은 대부분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가공된 데이터다. 그리하여 매 순간 특정할 수도 없을 만큼 개별성이 흐려진 누군가(혹은 무엇인가)에 의해 '처리'된 정보가 우리 손에 들어오고, 우리는 그렇게 얻은 정보를 재가공해서 또 다른 산출물을 만든다. 읽고 쓰는 일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결과물은 원본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련의 흐름 위에서 작가는 최대한 적은 에너지만을 들이면서 정보를 습득하고자 하는 동시대적 경향이 읽기와 쓰기 사이의 간격을 점점 더 좁히고 있음을 통찰한다. 주어진 정보 중에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이 곧바로 알고리즘의 갱신으로 이어지고, 갱신된 알고리즘에 의해 가공된 정보가 제공된다. 그 안에서 읽기와 쓰기는 닭과 달걀처럼 무엇이 먼저 존재했는지도 알 수 없도록 모호한 상태로 상호 재생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상호적 반복구조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사회로서의 인공 신경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AI 모델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용, 그리고 AI 모델과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용이 완전히 확장되어 사회 그 자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작가는 전시 공간 그 자체에 미래의 단편, 인공 신경망의 일부분을 떼어 옮겨둠으로써 지시한다. ● 그리하여 『읽고 쓰기 위한 절차』는 이미 시작되었다. 전시 공간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미래를 향해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하나의 질문이 시간의 틈에서 맴돌 뿐이다. 읽는 행위 자체가 쓰는 행위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 어떤 간격도 놓이지 않고 우리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의 제반이 될 때, 그리하여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거듭날 때,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거절하며, 무엇을 바라며 살아가야 하겠는가? ■ 황윤정
Vol.20230807d | 정동훈展 / JUNGDONGHOON / 鄭東勳 / video.installtion